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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연방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새 회계연도(2022-23년) 예산 계획이 유권자 표심을 노린 '선거 전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예산 계획에 언급된 주택 정책 또한 실질적으로 주택구입 가능성을 다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 : Real Estate

 

주택 전문가들, ‘가격 인상 초래’ 지적... “단순히 선거용 정책일 뿐” 비난

 

오는 5월 예정된 연방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속속 주택정책을 내놓고 있다. 야당은 지방 지역 거주자들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가격의 5% 보증금으로 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집권당은 지난 달 29일(화) 발표한 새 회계연도 예산 계획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보험(lenders mortgage insurance. LMI) 없이 5%의 보증금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존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첫 주택구입자 및 지난 5년간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영주비자 소지자 포함)을 위해 오는 10월 1일부터 연간 1만 채의 새로운 지방 지역 주택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주택 전문가들은 “연방정부가 새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호주의 ‘주택구입 가능성’(housing affordability)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부 정책은 오히려 주택가격을 상승을 초래해 저소득 가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방 선거를 겨냥해 내놓은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의 예산안은 주택보증제도(Home Guarantee Scheme. 이전의 First-Home Loan Deposit Scheme)를 향후 3년 동안, 연간 5만 채로 확대해 첫 주택구입자, 한 부모(single parent) 및 지방 지역 거주자들이 2%에서 5% 사이의 적은 담보대출 보증금으로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계획의 확대가 주택가격을 높여놓을 뿐이며 만성적 주택공급 부족 대처에 필요한 50만 채의 주택건설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언급은 연방 예산 계획 발표 다음날인 30일(수), 모리슨 총리에게 ‘이번 예산안에서 특히 지방 지역 등 임대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왜 제공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Nine Network 방송에서 정부 예산의 주택 관련 계획에 대해 “국민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임차인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로 하여금 주택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리는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은 세입자이며, 이들로 하여금 주택을 장만하고 주택소유권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이번 예산의 중요한 약속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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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대학교 환경-도시계획학부 마이클 벅스톤(Michael Buxton) 명예교수는 “이 예산 계획은 신규 주택구입자와 보다 저렴한 주택을 희생시키는, 순전히 ‘선거용’ 방안”이라고 말했다.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이와 관련, 멜번 소재 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대학교 환경-도시계획학부 마이클 벅스톤(Michael Buxton) 명예교수는 “이 예산 계획은 신규 주택구입자와 보다 저렴한 주택을 희생시키는, 순전히 ‘선거용’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택 구입자를 위한 지원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택가격이 높아지는 문제로 이어지는데, 이는 단지 개발업자들이 판매하는 주택 및 토지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주택구입자 보조금은 수요를 자극해 주택 공급과 가격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벅스턴 교수는 “이는 정부도 알고 있는 문제이지만 선거 직전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장기적으로는 가격을 높여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 경제학자인 사울 에슬레이크(Saul Eslake) 연구원도 ‘First Home Guarantee’와 같이 첫 주택구입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계획이 주택가격 합리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주택에 돈을 쓰게 하는 것은 주택가격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귀결되는데, 호주는 지난 60년간 그렇게 해 왔다”면서 “호주의 주택 소유율이 첫 번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슬레이크 연구원은 연방정부가 실제로 국민들의 주택구입 가능성을 개선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그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기에 정부가 첫 주택구입자들로 하여금 주택담보대출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이자율 또한 오르기 시작한 후에 재정적 여유가 제한된 사람들에게 제한된 자기자본으로 대출을 받도록 권장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는 것이다.

호주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인 ‘RateCity’(ratecity.com.au) 사의 모델링에 따르면 올해 말 누군가 정부 지원계획에 따라 시드니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웨스트팩 은행(Westpac Bank)의 예측을 기반으로 보면, 5%에서 시작한 자기자본이 2024년 말 -6%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드니대학교 도시 및 지방 계획부 니콜 거란(Nicole Gurran) 교수 또한 예산 계획상의 주택 정책은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는 이상 단순히 더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보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거란 교수는 또한 민간 주택시장 또는 사회주택을 통해 저소득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의 임대료 지원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주거비용에 따른 생활비 부담을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거란 교수는 “정말로 일이 꼬여버렸다”면서 “특히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부동산 투자자에게 투자 부분의 손실을 개인 세금에서 감면해주는 제도)으로 임대용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는 계속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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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대학교 도시 및 지방 계획부 니콜 거란(Nicole Gurran) 교수 또한 예산 계획상의 주택 정책은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는 이상 단순히 더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보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호주 정책연구 싱크탱크인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경제정책 프로그램 책임자 브렌던 코츠(Brendan Coates) 국장은 정부의 주택지원 방안에 대해 “양면성을 갖고 있다(double-edged sword)”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첫 주택구입자 지원 계획은 젊은층에게 큰 문제인 예금 장애(담보대출을 받기 위한 보증금 마련)를 해결한다”며 “문제는, 이 제도가 대폭 확대되기에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는 주택시장에 진입한 가능성이 높은 이들만을 돕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의 연 소득은 싱글의 경우 12만5,000달러, 부부는 20만 달러 소득자이어야 하는데 이 기준 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코츠 국장은 “결국 이번 예산 계획상의 주택정책은 정부가 실질적인 주택 구입 가능성 개혁에 대한 열의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 계획은 저렴한 주택에 대한 우리의 축소된 야망을 반영한다”면서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기 때문에 분명히 ‘문제’”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진짜 ‘문제’는 그들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취해야 할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사례로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와 네거티브 기어링을 다루는 것이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덧붙였다.

이어 “첫 주택구입자가 혜택을 보게 되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데, 이는 주택가격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코츠 국장은 “이는 이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분명히 상처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정치적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방 주택부의 마이클 서카(Michael Sukkar) 장관은 성명을 통해 6만 명이 정부의 ‘Home Guarantee Scheme’에 따라 이미 주택 구입 지원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더 많은 국민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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