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고고학 1).jpg

호주 아웃백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트랙 중 하나인 ‘Canning Stock Route’ 상에 있는 ‘카나투쿨’(Karnatukul)은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주 사막 지대에서 가장 오래된 고고학 유적지이다. 사진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고고학 연구팀의 화덕(campfire) 조사 현장. 사진 : Chae Byrne /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Uni of Western Australia 연구팀, ‘식물고고학’으로 와틀나무의 다양한 활용 확인

 

호주 국화(National Flower)인 와틀(Wattle)은 덩굴처럼 뻗어 자라는 관목부터 키가 큰 나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꽃은 한결같이 노란색 무리로 피어나 호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사실 ‘호주산 아카시아’인 와틀은 이 대륙과 동의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는 전역에 걸쳐 1천여 이상의 아카시아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 땅에서 두 번째로 큰 식물군인 유칼립투스(eucalyptus) 종의 두 배 이상이다. 또한 와틀 나무와 수액, 씨앗은 수만 년 동안 이 땅의 첫 거주민들에게 유용한 식량자원이자 생활도구의 재료가 되어 주었다. 원주민들은 와틀 씨앗을 불에 볶은 뒤 갈아 입자가 굵은 가루로 만들었으며, 이를 빵처럼 구워 먹었다. 와틀 씨(wattleseed)에는 단백질 및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들에게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던 것이다.

 

종합(고고학 2).jpg

연구원들은 반사광 현미경 이미지를 이용, 가느다란 ‘물가 와틀’(mulga wattle)의 숯을 분석했다. 사진 : Chae Byrne /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수만 년 전부터 호주대륙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와틀이 중요한 식물로 관계를 맺어 왔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나왔다. 고고학자들이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사막지대의 암석에 있는 쉼터에서 발견된 바 있는 고대 화덕(ancient campfires)의 숯을 분석한 결과 최고 5만 년 전에 와틀 나무로 불을 피웠던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 화덕은 서부호주 주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로, ‘Serpents Glen’(뱀 협곡)이라고도 하는 ‘카나투쿨’(Karnatukul)에서 발견된 것으로,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고고학 연구팀의 차이 번(Chae Byrne) 선임연구원은 “이 화덕에서 나온 숯의 연대측정이 연구의 중요한 결과는 아니다”며 “이 조사를 통해 나온 가장 중요한 부분은, 5만 년 전부터 이 지역에 사람이 거주하면서 와틀이 수확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고고학(archaeobotany)을 활용한 이 연구에서 고고학 연구팀은 이 지역의 호주 원주민들이 홍적세(Pleistocene. 洪積世, 신생대 제4기의 첫 시기)에서 홀로세(Holocene.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에 이르기까지 땔감(firewood)과 식량, 의약품 및 도구를 만들기 위해 와틀을 이용했음을 확인했다.

 

종합(고고학 3).jpg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원들은 오늘날 나무로 만들어진 주사형 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이미지(사진)을 비교 샘플로 이용했다. 사진 : Chae Byrne /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번 연구원은 “우리는 이곳에서 나온 숯 조각을 이 지역 일대에서 수집되는 나무와 비교해 식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식물고고학에 대해 “유럽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자주, 비교적 일관되게 연구에 이용하지만 호주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면서 “이 연구방법은 점차 진화하고 있으며 고대 유물이 발견된 지역의 연구 활용, 사람과 식물의 이력에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와틀의 중요성, 더욱 부각돼

 

번 연구원은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된 와틀과의 오랜 연관성은 이 상징적 호주 식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와틀의 짙은 초록 잎과 황금색 꽃은 호주의 고유한 상징 색깔로 자리잡았다. 호주 스포츠 대표팀 유니폼은 이 와틀 색깔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와틀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호주에서 사용되어 왔는지를 확인한 것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종합(고고학 4).jpg

수천 개의 도구가 발굴된 카나투쿨(Karnatukul)의 한 원주민 임시 거주지. 사진 : Chae Byrne /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번 연구원은 또한 “오래 전 이 땅에 거주하던 사람들과 환경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본질적이며 수만 년 동안 계속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수천 년이 된 피라미드에 대해 놀랍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 사이트는 무려 5만 년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이미 고고학적 중요성이 알려진 ‘Canning Stock Route’에 있는 카나투쿨(Karnatukul)의 원주민 임시 거주지에서 진행된 것이다. ‘Canning Stock Route’는 서부호주 킴벌리 지역(Kimberley region)의 홀스 크릭(Halls Creek)에서 중서부 윌루나(Wiluna)에 이르는 1,850km 길이의 트랙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고고학 1).jpg (File Size:131.4KB/Download:16)
  2. 종합(고고학 2).jpg (File Size:105.0KB/Download:16)
  3. 종합(고고학 3).jpg (File Size:63.7KB/Download:22)
  4. 종합(고고학 4).jpg (File Size:127.0KB/Download:17)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101 호주 호주 공정경쟁소비자위원회, 무작위 전화사기 ‘주의’ 당부 file 호주한국신문 18.02.22.
6100 호주 호주 공군 사진병이 포착한 뉴기니 주둔 일본군의 항복 순간 file 헬로시드니 20.08.21.
6099 호주 호주 고위 공무원, ‘카운터파트’ 국가들에 비해 연봉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1.08.05.
6098 호주 호주 고용주들이 좋아하는 직원들의 출신 대학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1.
» 호주 호주 고고학자들, 5만 년 전 서부호주 사막의 고대 화덕-와틀과의 연관 밝혀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6096 호주 호주 경찰, 시가 1억 달러 상당 불법마약 압수 file 호주한국신문 17.03.30.
6095 호주 호주 경제 호황 속, 10년 만에 실업률 5% 이하로 하락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1.07.22.
6094 호주 호주 경제 선두 NSW 주, 주택공급 부족으로 1위 ‘위태’ file 호주한국신문 18.02.01.
6093 호주 호주 경제 선도하는 시드니,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file 호주한국신문 17.03.09.
6092 호주 호주 경제 선도하는 NSW 주... 실업률은 지난 40여 년 이래 최저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091 호주 호주 경제 선도하는 NSW 주, 총생산 6천억 달러 벽 넘어서 file 호주한국신문 18.11.22.
6090 호주 호주 경제 둔화...작년 4분기 GDP 0.4% 상승, 시장 예상 하회 file 호주한국신문 18.03.08.
6089 호주 호주 겨울 시즌, 최대 규모 빛의 축제... Your A-Z guide to ‘Vivid Sydney’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088 호주 호주 건설계의 경고 : 연방정부에 $5 billion의 추가 지원금 요청 file 퍼스인사이드 20.08.18.
6087 호주 호주 각 학교 교장들, ‘최악’ 수준의 신체적 폭력-협박에 시달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086 호주 호주 각 지역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지명들 file 호주한국신문 20.01.30.
6085 호주 호주 각 지역에서 확산되는 COVID-19 감염 파동... 우려감, 다시 커지고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084 호주 호주 각 지역 중 ‘일자리 찾기’ 가장 쉬운 지역은 NSW 주 file 호주한국신문 18.01.18.
6083 호주 호주 각 주 도시에서 주택가격 저렴하고 살기 좋은 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1.12.02.
6082 호주 호주 각 도시-지방 지역 주택, 광역시드니 중간 가격으로 구매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2.06.23.
6081 호주 호주 각 도시 임대주택 공실률, 지난 수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6080 호주 호주 각 대학에서의 ‘표현의 자유’ 위협, 2016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079 호주 호주 각 대학별 졸업자, 4년간 취업 현황-연봉 비교해보니... file 호주한국신문 18.11.01.
6078 호주 호주 가정폭력 심각 수위, 교살폭력에 ‘비상등’ file 호주한국신문 19.05.30.
6077 호주 호주 가정이 겪는 높은 생활비 압박감, ‘COVID-19로 인한 스트레스’ 능가 file 호주한국신문 22.10.13.
6076 호주 호주 가정의 변화... 자녀 가진 부부의 ‘정규직 근무’, 새로운 표준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075 호주 호주 가정, ‘의료 및 전기료 지출’ 가장 걱정 file 호주한국신문 16.09.15.
6074 호주 호주 가정 음식 폐기물, 연간 80억 달러 file 호주한국신문 16.06.30.
6073 호주 호주 가계지출 1.1%로 ‘아직은’ 견고하지만... 9월 분기 GDP 성장 ‘미약’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072 호주 호주 前 정보수장 "中, 스파이 행위로 호주 정치권 장악 시도" 톱뉴스 19.11.26.
6071 호주 호주 “북한 미사일 도발, 전 세계 평화와 안보 위협”…강력 규탄 성명 잇따라 톱뉴스 17.08.29.
6070 호주 호주 “북, 미국 공격시 ANUS 즉각 발동” 톱뉴스 17.08.12.
6069 호주 호주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 할 수 있다” 경고 톱뉴스 18.04.01.
6068 호주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최대 3년까지 체류 가능해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18.11.08.
6067 호주 호주 ‘슈퍼리치들’ 자산, 1년 만에 1천600억 달러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19.01.24.
6066 호주 호주 ‘수중분만’ 증가... 분만 시간 단축, 고통 3배 절감 file 호주한국신문 18.01.25.
6065 호주 호주 ‘세입자 보호법’,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18.06.07.
6064 호주 호주 ‘사커루’, 지역-대륙간 PO 끝에 러시아 행 확정 file 호주한국신문 17.11.16.
6063 호주 호주 ‘민주주의 수준’ 평가... 8.71점으로 전 세계 167개 국가 중 15위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062 호주 호주 ‘미 투’ 운동의 현 주소는?...직장 성희롱 ‘여전’ 톱뉴스 18.03.09.
6061 호주 호주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반대 계층은 누구?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6060 호주 호주 ‘기부천사’, 암 연구 등에 4억 달러 또 쾌척 file 호주한국신문 17.05.25.
6059 호주 호주 ‘공화제 전환’ 움직임, 다시 수면 위로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058 호주 호주 ‘Right-wing extremism’,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03.28.
6057 호주 호주 ‘Outback life’ 화제... 5살 소년 조지의 오지 생활 file 호주한국신문 17.09.21.
6056 호주 호주 ‘Golden Visa’ 제도, “전 세계 부정자금 끌어들인다” 지적 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055 호주 호주 ‘Child Prosperity Index’ 순위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16.07.28.
6054 호주 호주 TV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앵글로-셀틱’계 압도적 다수 file 헬로시드니 20.08.21.
6053 호주 호주 TGA, mRNA 유형의 모더나 백신 ‘조만간 승인’ file 호주한국신문 21.08.12.
6052 호주 호주 RBA, 7월 기준금리 ‘유지’했지만... 향후 더 많은 상승 배제 못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