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이나 목장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튼튼한 청바지가 없어 남성용 바지를 작업복으로 사용하던 상황에서 다양한 사이즈 및 튼튼한 데님(denim)의 여성용 청바지 브랜드 ‘CHUTE 9’가 출시돼 아웃백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 Delta Agribusiness
농장 근로자 클라우디어 폭스씨의 ‘불만’에서 시작, 여성용 진 바지 사업으로
호주 내륙 또는 먼 아웃백 지역에는 개인 농장 또는 거대한 규모의 기업형 목축장 등에서 말을 타고 소몰이를 하거나 울타리를 수리하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여성 근로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클라우디아 폭스(Claudia Fox)씨도 그런 여성 중 하나였다.
바클리(Barkly. 다윈 남부의 Northern Territory 내륙)와 킴벌리(Kimberley. Western Australia 최북단 지역)의 목장에서 여느 남성들과 같은 일을 해 왔던 그녀는 거의 10년간 그녀의 마음속에서 떨궈내지 못한 불만이 있었다. 그것은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들 대부분이 왜 남성용 청바지를 입어야 할까’ 하는 것이었다.
그녀뿐 아니라 목장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들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 남성용 청바지를 작업복으로 입어야 하는 것에 대해 종종 불평을 털어놓았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아웃백 지역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좋은 청바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폭스씨는 최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여성들이 사내(bloke)들의 바지를 입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 또한 퀸즐랜드 주 북서부 내륙에 있는 헤딩리 목장(Headingly Station. Australian Agricultural Company가 운영하는 10,032 스퀘어 킬로미터 면적의 거대한 목장이다)으로 일을 하러 갈 때, 7벌의 청바지를 가지고 갔으나 불과 3개월 만에 날려버렸다. 거친 일을 하다 보면 금세 닳거나 찢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여성 근로자들은 보다 튼튼한 남성용 청바지를 작업복으로 입어야 했던 것이다. 사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여성용 청바지는 내륙의 농장이나 목장지대의 작업용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목장에서 일하던 여성 클라우디아 폭스(Claudia Fox. 사진)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웃백 지역 여성들의 작업용 청바지 제품을 내놓은 과정을 다른 ABC 방송 기사. 사진 : Facebook / ABC Rural
이런 불만을 갖고 있던 중 폭스씨로 하여금 여성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며 거친 농장 일을 할 때에도 쉽게 헤지지 않는 청바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목장의 소 우리 안을 넘어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에게 치였고 심하게 짓밟히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녀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몇 달 동안은 말을 탈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왔을 때, 상사는 그녀에게 “목장 사무실이나 아니면 근로자 식당의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폭스씨는 스테이션 쿡(station cook)이 되었다.
목장의 한 가운데서 말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며 생활하던(ringer's lifestyle) 이전과 달리 주방 일은 비교적 한가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갖고 있던 마음속 불만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었다.
폭스씨 자택의 창고에 있는 ‘CHUTE 9’ 청바지들. 폭스씨는 주문 고객들에게 보낼 제품을 일일이 포장해 발송한다. 사진 : Claudia Fox
하지만 이제까지 해 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데님(denim. 창바지용 면직물) 사업에 손을 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폭스씨는 아주 튼튼하면서도 입었을 때 편안함을 주는 데님을 찾기 위해 몇 달을 보내야 했다.
사실, 패션업계에 대한 경험이 없고 또 의상 디자인에 대해 아는 것도 없던 터여서 마음에 드는 면직물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결국 포기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여동생이 데님 업계에서 오랫 동안 일해 온 멜번(Melbourne)의 한 여성에 대한 기사 내용을 보내왔다.
폭스씨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멜번으로 날아가 그녀를 만났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멜번의 여성을 통해 면직물 확보는 물론 생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폭스씨는 아웃백 여성들이 원하는 두 가지 기준인 ‘다양한 사이즈’(size)와 ‘품질의 일관성’을 충족시킨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CHUTE 9’ 브랜드를 알리는 홈페이지(https://chute9.com.au) 사진들.
목장에서 크게 다친 사고 3년 후인 지난 2020년 7월, 폭스씨는 ‘CHUTE 9’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로 120벌의 첫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제품이 나오자 호주 전역 컨트리 여성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20벌의 첫 제품은 금세 팔려나갔다.
게다가 ‘CHUTE 9’ 제품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좋았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뒤 제품을 받아본 고객들은 “꽤 멋진 제품”이라며 모두가 리뷰를 달아주었다.
이어 두 번째 컬렉션에서는 800벌을 제작했고, 이후에는 주문이 더욱 늘어났다. 현재 그녀는 브리즈번(Brisbane)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거리에 자리한 작은 내륙도시 달비(Dalby)의 자택에서 직접 모든 청바지를 포장하여 주문한 고객에게 배송하고 있다.
목장 일도 좋지만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게 되어 만족한다는 폭스씨는 “언젠가는 우리 제품이 온라인뿐 아니라 가게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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