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팃 주지사 서명 임박... 백악관 "여성 기본권 박탈 행위" 비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오클라호마 주 의회가 19일 초강력 낙태금지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케빈 스팃 주지사가 서명하는 즉시 발효된다. 현지 언론은 이미 모든 낙태 제한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스팃 주지사가 다음 주에 이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클라호마 법안은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다.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텍사스주 심장 박동법이 태아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임신 6주를 기준으로 한 반면, 오클라호마주 법안은 몇 개월인지에 상관없이 수정이 이뤄진 이후에는 낙태를 아예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외 조항이 있기는 하다. 유산이나 사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 의학적 응급 상황, 또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사법 당국에 신고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또 피임과 사후 피임약 사용은 허용한다. 오클라호마 법안은 개인이 낙태 시술자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게 한 텍사스 법과 유사하다. 주 정부가 아닌 일반 시민이 낙태 시술자나 낙태를 돕는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게 허용한다. 승소하면 최소 1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오클라호마주는 지난달에도 강력한 두 건의 낙태제한 법안을 승인했다. 하나는 ‘오클라호마 심장박동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텍사스주처럼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가 지나면 낙태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이미 발효됐다. 텍사스주에서 심장박동법이 발효된 뒤 많은 여성이 바로 윗동네인 오클라호마주에 가서 낙태 시술을 받았는데, 이번 범안 통과로 완전히 길이 막힌 셈이다. 오클라호마주가 앞서 승인한 또 다른 낙태 관련 법은 낙태 시술을 중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이다. 낙태 시술을 하거나 이를 돕다가 발각될 경우, 최고 10만 달러의 벌금형과 최고 징역 10년 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오는 8월에 발효될 예정으로, 의학적 응급 상황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기본권 박탈 행위" "불필요하고 잔인한 일" 비판 오클라호마 주 의회의 결정에 대해 백악관은 "기본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9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리를 지지할 것이고 미국인들의 기본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태 시술을 제공하는 ‘트러스트위먼(Trust Women)’도 19일 법안 통과는 "불필요하고 잔인한" 일이라면서 “(오클라호마) 환자들이 두려움과 혼란을 느낀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낙태권 옹호 단체 ‘생식권리센터(CRR)’는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또 다른 낙태 관련 법이 연방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임신 15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법을 연방 대법원이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달 초 연방 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내용의 다수 의견서 초안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973년에 나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낙태와 관련해 여성의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한 판결로 미국 전역에서 낙태가 합법화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현재 6 대 3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연방 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를 번복한다는 내용의 의견서 초안이 언론을 통해 나왔는데, 낙태 합법화 여부는 각 주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이 초안이 공개된 후 미국에서 낙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낙태권 지지자들이 연방 대법원 앞은 물론이고, 대법관들 자택까지 찾아가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만약 대법원 최종 판결이 초안대로 나온다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26~28개 주가 곧바로 낙태를 금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개인의 권리, 종교적 신념, 정치 등이 얽힌 매우 복잡한 문제로,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낙태가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미 공영 라디오 NPR이 여론조사 기관 마리스트폴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유지되길 바라는 미국인이 64%에 달했다. 소속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 응답자는 3분의 2가 ‘로 대 웨이드’ 유지를 바란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3분의 2가 철회를 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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