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편지 제44화] '따옴표 저널리즘'을 개탄한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새빛교회 사무장: (화난 목소리로) 아니, 이럴 수가... 내가 언제 목사님이 사퇴하셨다고 했습니까?
누리신문 천 기자: 어라? 저는 그날 천지종교협회 창립 1주년 식사 자리에서 그렇게 들었는데요?
사무장: 단정적으로 '목사님이 사퇴했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팬데믹으로 재청빙 절차를 밟을 수 없었으니 공석인 셈이라고 했죠... 지난 주일에도 목사님이 설교 단상에 오르셨습니다.
천 기자: 그런데 왜 목사님 대신에 창립행사에 참가하고 업무협약서를 교환하셨나요?
사무장: 축하 좀 해 달라고 해서 참가했는데, 느닷없이 업무협약 얘기가 나왔고 엉겁결에 그렇게 된 겁니다. 구색맞추기에 동원된 사람이 어디 저 뿐입니까?
천 기자: 사무장님이 교회 대표는 아니잖나요? 교회건축으로 빚도 많이 졌다던데, 축하연에 장로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고...
사무장: 그래도 그렇죠, 기사에 "장로들이 교회 빚 때문에 모두 도망갔다"고 쓰고 "그 교회엔 장로도 없나?"라고 헤드라인까지 달았던데, 장로님들께 확인해 보셨나요?
천 기자: 축하연 자리에 사무장님만 오셔서 협약서까지 교환했으니 그렇게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사무장: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편한 자리에서 지나가듯 던진 표현을 놓고 '목사는 사퇴했고, 장로들은 모두 도망갔다'는 소설이라니. 사과하고 기사 내려야 합니다. 소송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천 기자: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기사로 소송 당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 주일 사무장이 입회한 새빛교회 당회(목사와 장로들의 회합)에서는 난리가 났다. 목사와 사무장이 얼굴을 붉히고 장로와 장로끼리 고성이 오갔다. 당장 천 기자를 고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무장을 질책하는 소리도 터져 나왔다. '대형교회를 깨기 위한 이단의 이간책'이라며 악의적 왜곡보도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족: 불쌍한 기자 녀석, 글은 그럴 듯하게 엮었더라만, 모래 위에 성쌓기를 하다니! '양심의 마스터베이션'이 그 무슨 자랑거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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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