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파산, 재가입 거부 등으로 날로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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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주 롱우드시의 한 주택 지붕 공사 모습. 2005년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손상을 입은 지붕 싱글을 걷어내고 새로 교체하고 있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주 공공 주택보험체인 '시티즌스 프로퍼티 인슈어런스 코퍼레이션(Citizens Property Insurance Corp 이하 시티즌스)' 가입자가 올 연말까지 12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주택보험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시티즌스는 지난 2년 동안 홍수처럼 밀려드는 고객을 감당해왔다. 이는 재정난에 처한 민간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발생했다.

시티즌스의 대표이자 운영자인 베리 길웨이는 <올랜도센티널> 13일자에서 지난 2월 이후 4개 보험사가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타 많은 회사들이 보험상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길웨이는 12일 열린 시티즌스 주지사위원회 회의에서 주택보험시장이 75% 폐쇄됐고, 극히 소수의 보험사만이 보험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시티즌스 가입은 5월 말 88만3333건이었으며, 이달 8일까지 93만7835건으로 늘어났다. 이전 연도 통계를 보면 2021년 6월30일까지 63만8263건, 2020년 같은 기간 47만4630건으로, 2년간 가입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길웨이는 최근 어떤 한 주 동안 2만6700건이 접수됐다며, 시티즌스가 2023년에는 155만건으로 늘어날수 있다는 예측이 대체로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티즌스 보험은 주정부가 민간 보험사로부터 갱신이나 가입을 거부당한 주택 소유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2002년에 비영리 정부 기관으로 설립됐다.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가 남부 플로리다를 강타하면서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손을 떼자, 많은 해안가 주택들이 보험 가입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러자 주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결국 플로리다의 시티즌스가 탄생했다.

주정부 관리들은 플로리다주가 대형 혹은 소형 허리케인들로 타격을 받을 경우 재정 감당이 힘들기 때문에 시티즌스 가입자들을 민간 시장으로 고루 이전시키려고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하지만 2020년 이후 가입자가 몰리는 등 오히려 역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보험 소송 오남용, 보험 정책 변화 이끌어

시티즌스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민간 보험사 상품 구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간 보험사는 왜 가입을 거부하거나 혹은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을까.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들이 플로리다에서 재정적 손실을 입어 후퇴했다고 말한다. 민간 보험사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보험금 대리 청구 계약(Assignment of Benefits, AOB) 규정의 오남용으로 인한 소송이 증가한 것이다. AOB란 주택 소유주가 '제3자'에게 서류상으로 보험금 청구 및 지급을 처리할 권리를 주는 행위이다.

민간 보험사들이 AOB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형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보험 조정자(public adjusters)나 지붕 관리 회사 등은 피해를 그다지 크게 입지 않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접근해서 AOB에 서명하면 새 지붕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한다. 그런 다음 조정자나 회사는 보험사에 손해 배상 청구서를 제출한다. 만약 보험사가 지붕 손상이 폭풍에 인한 것이 아니라며 손해 배상을 거부하면 사안은 법정으로 가게 된다.

문제는 보험사가 패소할 경우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소송에 이른 청구 비용은 평균 4만8814달러인 반면, 소송 없이 이뤄진 보상금은 1만97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전문가들은 AOB와 관련된 손해배상 문제는 전에는 주로 해안 지역 문제였지만 근래들어 내륙지역에서 부쩍 늘어났다고 말한다. 일례로 2016년 이후 오렌지, 오시올라, 세미놀, 레이크 카운티 등 중잉플로리다에서 법원에 제출된 손해 배상 청구 건수는 580% 증가했다.

악순환의 되풀이

소송이 빈번해지면 일부 민간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철수하고, 주택 소유주들이 자신들을 받아줄 보험사를 찾지 못하면 다시 시티즌스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만약 시티즌스의 보상액이 예산을 초과할 경우, 부담이 모든 보험 가입자들에게 분산된다. 일례로 총 8개의 열대성 폭풍이 닥친 2004-2005년 허리케인 시즌 이후 시티즌스는 1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문에 시티즌스는 2007년부터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고 플로리다의 모든 부동산 보험 가입자들에게 1.4%의 평가액(assessment)을 부과했다. 이 평가액 부과는 2011년에 1%로 떨어졌고 2015년에 끝났다.

시티즌스는 2012년에 보험 가입이 150만 건까지 올라가자 민간 보험사와 협력, 2015년에는 적정량인 42만 건 미만으로 줄이는 등 성공적인 정책을 편 바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부터 서서히 늘어났고, 근래 2년간 폭증세를 기록했다.

보험사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론 드샌티스 주지사는 광범위한 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5월에 특별 입법회를 소집했다. 의원들은 보험사들이 보험료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지붕 손상 청구를 어렵게 만드는 한편, 청구에 대한 소송 비용을 억제시키고, 민간 보험사에 추가 재보험을 제공하기 위해 20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변화 조처를 단행했다.

여기에 더해 시티즌스는 이번 위원회 회의에서 고액 소송을 줄이기 위해 일부 법적 분쟁을 법원 시스탬 대신 주 행정 청문 부서에 넘긴다는 제안을 승인했다. 이 제안은 플로리다 보험 규제 사무소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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