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영국으로 진출해 국제적 성공을 거둔 호주의 대중음악 그룹 ‘시커스’(The Seekers)의 리드싱어였던 주디스 더엄(Judith Durham)씨가 지난 8월 5일 멜번의 한 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진은 1964년 ‘시커스’의 첫 번째 세계적 히트곡 ‘I'll Never Find Another You’를 녹음할 때(21세)의 더엄씨. 사진 : 녹음 당시 모습을 담은 유투브 동영상 캡쳐
‘국민가수’로 인정받는 ‘The Seekers’ 리더싱어... ‘폐 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알려져
64년 ‘I'll Never Find Another You’로 당시 영국 음반차트 1위 비틀스 밀어내기도
남녀 4명으로 구성된 그룹 ‘The Seekers’는 호주 대중음악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및 미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만들어낸 최고의 엔터테이너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곡을 성공시켰던 ‘시커스’는, 리드 싱어의 갑작스런 솔로 전향으로 오랜 시간 활동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호주뿐 아니라 영국, 미국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았고, 90년대 그룹이 다시 결합한 후에도 이들의 콘서트는 매번 엄청난 팬들을 끌어들였다.
지난 1960년대 초반에 활동을 시작, 호주의 ‘국민가수’라 할 만큼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시커스’의 리드싱어였던 주디스 더엄(Judith Durham)씨가 지난 8월 5일 밤, 멜번 소재 알프레드 병원(Alfred Hospital)에서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그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구체적인 원인(병명)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더엄씨는 만성 폐 질환인 기관지 확장증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멜번(Melbourne, Victoria) 북서부 교외지역 에센던(Essendon)에서 태어난(1943년) 더엄씨는 19세 때 첫 EP(extended play record. 싱글 앨범보다 많은 트랙을 담지만 LP 레코드에 비해 다소 적은 수이 음악 녹음으로, 주로 펑크나 인디 밴드에게 인기가 있었다)를 녹음했으며, ‘시커스’ 결성 이후 리드싱어로서 그녀가 동료들과 함께 부른 ‘Georgy Girl’, ‘I'll Never Find Another You’, ‘A World Of Our Own’, ‘Morningtown Ride’, ‘The Carnival Is Over’ 등으로 국제적 성공을 거둔 최초의 호주 엔터테이너들 중 하나였다. ‘시커스’의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5천 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
더엄씨의 사망 소식에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호주 정체성의 새로운 부분에 빼어난 목소리를 준 국가적 보물”이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그녀가 우리 국민들에게 바친 찬가(‘We Are Australian’)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Twitter / Anthony Albanese
더엄씨의 사망 소식에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호주 정체성의 새로운 부분에 빼어난 목소리를 준 국가적 보물”이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그녀가 우리 국민들에게 바친 찬가(‘We Are Australian’)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바니스 총리가 표현한 ‘찬가’라고 한 것은 이들이 불렀던 ‘We Are Australian’을 말하는 것이다. 이 노래는 ‘시커스’ 해체 후 기타리스트였던 브루스 우들리(Bruce Woodley)가 7인조 그룹 ‘The Bushwackers’의 도브 뉴턴(Dobe Newton)과 공동 작사 작곡해 1987년 공개한 것으로, 백인들의 호주 정착과 그 이후의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적 이민 국가를 형성한 과정을 담아 국민적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대표적 ‘국뽕’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호주 스타일의 컨트리 음악에 모던 재즈를 가미한 리듬, 여기에 군가와도 같은 힘을 담아낸 이 음악은 ‘시커스’의 해체 이후 다시 모인 4명의 ‘완전체’가 노랫말의 의미를 보다 완벽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엄청난 사랑을 받았으며, ‘왈칭 마틸다’(Waltzing Matilda)에 이은 또 하나의 국민가요가 된 음악이다.
야당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 또한 “목소리를 통해 보편적 아름다움을 선사한 모범적 대중음악인”이라 묘사하면서 “카니발은 끝났지만(‘The Carnival Is Over’는 ‘시커스’의 히트곡 중 하나이다) 주디스 더엄씨의 유산은 진정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9년 호주 공영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습을 보인 주디스 더엄씨.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시커스’(Judith Durham, Athol Guy, Bruce Woodley, Keith Potger 등 4인조 그룹)는 지난 1962년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했으며 곧이어 영국으로 진출했다. 당시 영국에는 세계 최고의 팝 그룹인 비틀스(The Beatles)가 있었다. ‘시커스’는 비틀스가 소속된 EMI의 ‘Abbey Road Studios’에서 ‘I'll Never Find Another You’를 녹음했고, 이 음악은 곧바로 영국 음반차트에서 1위를 이어가던 비틀스를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얻어 3개의 톱 20 싱글, 2개의 톱 20 앨범을 보유하는 기록을 세웠다. 호주뿐 아니라 다른 국가 출신들이 자리잡기 어려운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공한 것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다 5년 만인 1967년, 호주로 돌아온 ‘시커스’는 멜번의 ‘Sidney Myer Music Bowl’에서 콘서트를 가졌으며, 한 회 공연에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여 호주에서의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해 ‘시커스’ 멤버들은 ‘Australians of the Year’에 공동 선정됐다.
2019년, ABC 방송 프로그램 ‘Australian Story’를 촬영할 당시, 함께 한 ‘시커스’ 멤버들. 왼쪽부터 Athol Guy, Judith Durham, Bruce Woodley, Keith Potger씨.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하지만 1년 후인 1968년 2월 14일, ‘시커스’의 뉴질랜드 투어 공연 중에 더엄씨는 그룹 멤버들에게 솔로 활동 의사를 전했고, 이것이 미디어를 통해 공식 발표되면서 팬들은 물론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시커스’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무렵이었고 이들 밴드는 영국 EMI 사와 두 번째 계약 서명을 앞둔 상황이었다.
더엄씨가 그룹을 떠나기로 하면서 ‘시커스’의 해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았고, 그해 7월 9일 마지막 공연이 마련됐다. BBC 방송이 중계한 ‘Farewell the Seekers’는 무려 1천만 명이 시청, 놀라움을 주었다.
그룹 해체 이후 각 멤버들은 솔로로, 또는 ‘New Seekers’를 결정해 음악 활동을 이어갔으며 더엄씨 또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고 ‘시커스’는 그룹 해체 25년 만인 1993년에 재결합했고, 몇 차례 가진 콘서트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한때(60년대) 세계적 가수 비틀스,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 명성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커스’의 첫 번째 세계적 히트 싱글은 1964년 가을, 런던 EMI의 Abbey Road studios에서 녹음됐다. 사진은 녹음실에서 ‘I'll Never Find Another You’를 부르는 그룹 ‘시커스’. 사진 : YouTube 영상 캡쳐
1995년, ‘시커스’는 호주 음반산업협회(Australian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의 ‘ARIA 명예의 전당’(RIA Hall of Fame)에 헌정되었으며, ‘시커스’의 초기 음악이자 이들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I'll Never Find Another You’는 지난 2011년, 호주 영화 및 음악 기록보관소인 ‘National Film and Sound Archive of Australia’(NFSA)의 ‘Sounds of Australia’에 등록됐다. 또한 4명의 ‘시커스’ 멤버들은 지난 2014년, 호주 국민훈장 격인 ‘Order of Australia’를 수훈했다.
더엄씨는 지난 2013년, ‘시커스’ 결성 50년을 기해 마련된 ‘The Seekers' Golden Jubilee’ 투어 기간, 뇌졸중을 앓고 있었음에도 혼신을 다해 콘서트를 이어가 팬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질병은 그녀의 읽기나 쓰기 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그녀는 기관지 질환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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