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의 '라세군다', 팔메토 잎 사용 방식 고수
특히 탬파는 쿠반 샌드위치를 만들 때 쓰는 '쿠바 빵'의 본거지란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탬파의 오랜 동네이자 관광명소인 이보르시티에는 1800년대 쿠바인들이 들어와 시가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주식인 쿠바 빵을 만드는 제빵집도 자연스레 생겨났다. 쿠바 샌드위치는 이제 미 전역에서 맛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유통되는 쿠바 빵의 95%는 아직도 탬파 지역 제빵소이자 107년 전통을 지닌 '라세군다 베이커리(La Segunda Bakery)에서 만들어진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만들어진 쿠바 빵을 금방 알아본다. 빵을 구울 때 팔메토 잎을 사용하는 독특한 제빵 방식 때문이다. 팔메토는 야자수과 식물로 부채꼴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다. 제빵에 팔메토 잎을 사용하는 전통은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녔을 뿐 아니라 제빵에 큰 역할을 한다. 빵이 400도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팔메토 잎이 빵의 한 가운데에 길게 붙여진다. 이같은 작업은 빵의 특징적인 모양새를 잡아준다. 즉 나뭇잎 아래 부분을 촉촉하고 부드럽게 유지시켜 주고, 발효가스가 방출되기 시작하면, 그 곳에서 가스가 나온다. 만약 이같은 출구가 없으면 빵의 어느곳에서든 가스가 배출되어 빵 모양이 뒤틀려지게 구워진다. 팔메토 잎이 아니더라도 길다란 끈을 사용해 빵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빵이 만들어진 다음 일일이 떼어내야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시간이 걸린다. 반면 팔메토 잎은 빵이 구워지는 과정에서 열에 오그라들면서 빵에서 저절로 떼어진다. 팔메토 잎 채취 어려움으로 제빵 전통 위기 최근 이같은 제빵 방식이 <탬파베이타임스> <올랜도센티널> 등 지역 매체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뉴스의 촛점은 쿠바빵이 아니라 팔메토 공급의 앞날이 불투명해져 전통적인 제빵 방식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년동안 라세군다 제빵소에서 팔메토 공급 책임자로 일해왔던 대니라는 남성은 최근 고령으로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회사에 알렸다. 대니는 라세군다에 필요한 팔메토 잎을 모으기 위해 탬파베이는 물론 다른 지역까지 헤집고 돌아다녔다. 따라서 그의 은퇴 소식은 제빵소 직원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겼다. 이들은 대니처럼 팔메토 잎을 모으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만한 열정이 있는 지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왜 팔메토 잎을 구하는 것이 도전적인 일일까. 라세군다는 매일 평균 2만여개 쿠바 빵을 굽는다. 팔메토 부채잎은 일반적으로 20개의 잎을 가지고 있다. 평균적으로 각 빵은 세 개의 갈라진 잎을 필요로 한다. 이를 계산하면 일주일에 약 1만500개, 일년이면 약 54만6000개 팔메토 잎이 필요하다. 팔메토 잎 채취 자체가 큰 일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팔메토 처리 작업도 만만치 않다. 팔메토 잎은 배달 트럭에서 라세군다의 야외 콘크리트 컨테이너로 옮겨지는데, 이 컨테이너에는 하루 종일 잎을 촉촉하게 적시기 위한 스프링클러가 장착되어 있다. 4명의 직원들은 일주일에 6일 동안 잎을 분류하고 각 잎을 길다랗게 찢어 분할한다. 이후 잎은 제빵공장 안에서 소독된 다음 반죽 위에 올려진다. 제빵 과정에서 잎에 반죽에 달라붙게 하기 위해 반죽을 일단 뒤집고, 다시 잎이 위에 오도록 반죽을 되돌린 다음 오븐에 넣는 작업이 이뤄진다. 그리고 각 빵은 잎을 그대로 얹은 채로 포장된다. 잎을 포장에 함께 넣는 이유는 진짜 쿠바 빵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소비자들 역시 잎을 보기를 기대한다. 라세군다는 길가의 팔메토를 사용할 수 있지만 플로리다 원시림처럼 나무가 많은 숲으로 들어가 채집한다. 그곳은 뱀, 악어, 벌, 모기로 가득해 위험하지만, 팔메토 잎이 도시의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되지 않아 깨끗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탬파의 카운티 하이웨이와 레이스트랙 선상에서 팔메토 잎의 대부분을 획득하곤 했지만, 부동산 개발로 가까운 거리에서 팔메토 잎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라세군다로부터 쿠바빵을 공급받고 있는 한 식당 주인은 "탬파의 전통이 위협받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쿠바 빵의 전통적인 제빵 방식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보르 시티, 사우스 탬파,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라세군다 사업장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토니 모레는 "이것은 국가적 전통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며, 누군가 나서야 한다"라고 전했다. 과연 라세군다의 쿠바빵은 전통의 모습을 유산처럼 물려갈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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