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선정적 매체들, 실제와 다른 가짜 뉴스 퍼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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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더 빌리지스(The Villages)를 공중에서 본 모습. 언젠가부터 이곳이 노인들의 '공공 섹스의 요람'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실상은 어떨까. ⓒ 위키피디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중부의 '더 빌리지스(The Villages)'는 세계 최대의 은퇴촌으로 알려져 있다. 맨해튼보다 더 큰 지역을 아우르는 더 빌리지스는 섬터, 마리온, 레이크 세 개의 플로리다 카운티에 걸쳐 있다. 동네 모든 곳들이 은퇴자들이 노후를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어 수 년 간 은퇴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최고의 도시로 꼽혀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도시에 유쾌하지 않은 이름이 따라 붙었다. '성병의 수도'라는 악명이다. 암암리에 '공공 섹스의 요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이곳에 은퇴 주택을 사서 이사한 탬파 주민 브라이언 라퍼티(69)는 "그곳이 미국의 성병 수도로 알려졌던데 알고 있나요?"라는 딸의 질문을 받고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독신인 라퍼티는 "나는 여성의 뒷꽁무니를 따라다니기 위해서가 아니라 골프를 치고 싶어 이곳에 집을 샀다"라며 "사람들에게 일일이 '변명'을 해야 하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일단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전국적으로 성감염자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거대 은퇴 커뮤니티 빌리지스가 정말 이런 질병의 온상일까? 널리 퍼진 풍문은 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빌리지스에 사는 주민들은 농담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최근 <탬파베이타임스>가 페이스북 회원 3만8000명을 대상으로 '풍문'을 조사했다. 조사원은 수일 내에 300개 이상의 응답을 받았다.

로이 롤렛이란 남성은 "여기 사는 사람들은 게(crabs)보다 악어를 더 걱정한다. (둘 다 물어뜯는 동물이지만) 하나는 이롭고 다른 하나는 해롭고 위험하다"라면서 "사람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저 '노인과 성'에 대한 가십을 좋아한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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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더 빌리지스(The Villages) 풍경. 언젠가부터 이곳이 노인들들의 공공 섹스의 요람 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실상은 어떨까. ⓒ 위키피디아
 
주간지들 "빌리지스는 성병 '그라운드 제로' 지역"

성병 루머가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말들도 무성하다.

불만을 품은 어떤 간호사가 (노인) 성병에 대해 모욕적 언사를 하고 다녔다는 풍문도 있고,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농담으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난 2006년 "은퇴촌 의사들, 성병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Doctors in Retirement Community Seeing Increase in STDs)"란 WFTV 뉴스 기사가 풍문의 시발지였다고 주장한다.

당시 WFTV는 "통계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수년 동안 마이애미근무 기간에도 이렇게 많은 (성병) 환자를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한 빌리지스 여성센터 근무 여의사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여성 센터는 문을 닫았고 그 여의사의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다.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뉴욕 포스트>부터 <데일리 메일>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에 걸쳐 기사가 다루어졌다. 이 매체들은 빌리지스 은퇴자들이 일상적인 성관계나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이런 저런 징후들을 근거로 빌리지에서 성병이 만연하고 있다는 추측 기사들을 쏟아냈다.

매체들은 빌리지스 노인들의 성병 감염 증가를 보도하면서 플로리다주의 성병 증가율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2009년 보도에서 "진지하게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노인들에게 빌리지스는 (성병)그라운드 제로"라고 묘사했다.

2013년 <슬레이트>는 2006년 WFTV의 첫 뉴스와 이미 문을 닫은 인터넷 사이트 글 내용을 인용하여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친절한 홈타운'이라고 자랑하는 곳의 성병이 크게 증가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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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빌리지스의 중심가에 있는 우아한 모습의 반스앤노블스 서점 건물. ⓒ 위키피디아
 
타블로이다 주간지들의 이같은 보도 행태와 관련하여 지난 2009년 <레저빌리지: "아이 없는 세상에서의 모험 Leisureville: Adventures in a World Without Children>이라는 책을 출간한 앤느류 블랙맨은 "풍문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부모의 성관계에 대해 상상하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노인들의 성관계에 대한 뉴스 기사를 좋아한다"라면서 "이를테면 '성병', '노인', '최고의 증가율'과 같은 내용이 담긴 기사는 신문이 졸아하는 것들이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퇴자 커뮤니티에서 건강클리닉을 운영하는 내과 의사 마리빅 빌라 박사는 "더 빌리지스 주민들은 물론 성적으로 활발하다"라면서 환자들 중 많은 수가 성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러 오고 모두 성병 검사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성병은 별로 볼 수 없다. 그들이 섹스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 많이 - 하지만 - 성병이 좌, 우, 사방에 널려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플로리다 주는 거주 지역별로 성병 현황을 추적한다. 주 보건부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더 빌리지스와 같은 지정 인구센서스 장소에 대해 세분화된 데이터를 분석.제공하는 것을 거부한다.

55세 이상의 사람들 중 임질, 매독, 클라미디아와 같은 박테리아 성병의 비율은 빌리지스에 대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2006년 이후로 약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빌리지스가 성병 온상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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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빌리지스 중심가에 있는 리크리에이션 센터. ⓒ 위키피디아
 
풍문과 실제는 달랐다

전반적으로 미 전역의 성병 발병률은 증가해 왔다.

2000년대 이후 국회의원들은 성 건강을 위한 예산을 늘려 왔는데,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전국적으로 성병 환자들의 수를 늘리는데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그동안 예산부족으로 현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률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건강관리에 대한 장벽이 높고 부실하면 성병 발생률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빌리지스의 성병 현황에 대한 '풍문'과 '실제'는 달랐다. 플로리다 전체와 비교하여, 빌리지스를 포함하는 세 개의 카운티는 상당히 낮은 성병 비율을 보였다.

가령 섬터 카운티는 2019년 노인 중 성병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약 1만 명 중 1명꼴이다. 이는 주 전체 노인 1만 명 중 6명과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마리온과 레이크 카운티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플로리다의 노인들의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진단에 대해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카운티별 성병 수준에서도 빌리지스는 대부분의 다른 지역보다 낮았다.

주 보건국 자료에 따르면 플로리다 노인들 사이의 성병 확산은 빌리지스와 같은 은퇴촌보다는 주요 도시와 흑인 및 라틴계 인구가 많은 카운티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유색인종, LGBTQ, 여성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때문에 불균형적으로 높은 성병 발병률을 경험한다.

미국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빌리지스의 노인들 중 86%가 백인이다. 그리고 가난하게 사는 노인들의 비율은 전국 비율보다 약간 낮다. 이는 빌리지스 은퇴자들이 국가 전체보다 건강 관리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은퇴자 커뮤니티에서 건강클리닉을 운영하는 내과 의사 마리빅 빌라 박사는 "더 빌리지스 주민들은 물론 성적으로 활발하다"라면서 환자들 중 많은 수가 성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러 오고 모두 성병 검사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성병은 별로 볼 수 없다. 그들이 섹스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 많이 - 하지만 - 성병이 좌, 우, 사방에 널려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플로리다 주는 거주 지역별로 성병을 추적한다. 주 보건부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더 빌리지스와 같은 지정 인구센서스 장소에 대해 세분화된 데이터를 분석.제공하는 것을 거부한다.

55세 이상의 사람들 중 임질, 매독, 클라미디아와 같은 박테리아 성병의 비율은 빌리지스에 대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2006년 이후로 약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빌리지스가 성병 온상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2000년대 이후 국회의원들은 성 건강을 위한 예산을 늘려 왔다. 건강관리에 대한 장벽이 높으면 성병 발생률도 높아진다는 통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전국적으로 성병 증가치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 전체와 비교하여, 빌리지스를 포함하는 세 개의 카운티는 상당히 낮은 비율을 보였다는 것은 '풍문'과는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섬터 카운티는 2019년 노인 중 성병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약 1만 명 중 1명꼴이다. 이는 주 전체 노인 1만 명 중 6명과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마리온과 레이크 카운티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플로리다의 노인들의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진단에 대해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주정부 자료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노인들 사이의 성병 확산은 주요 도시와 흑인 및 라틴계 인구가 많은 카운티에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유색인종, LGBTQ, 여성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인해 불균형적으로 높은 성병 발병률을 경험한다.

빌리지스의 노인들 중 86%가 백인이다. 가난하게 사는 노인들의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약간 낮다. 이는 빌리지스 은퇴자들이 국가 전체보다 건강 관리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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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빌리지스 호숫가 식당 모습. ⓒ 위키피디아
 
노인들의 성, 우스개거리 아닌 존중으로 다뤄져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임질이나 매독과 같은 성병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초기 확산의 대부분은 10대와 20대 성인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체 감염자의 절반은 15~24세 연령층이다.

그러나 성병과 관련된 루머는 가치관과 역사가 공유된 공동체에서 빠르게 퍼져나간다. 성병관리자연합의 대변인인 엘리자베스 핀리는 "미국에서 성병은 눈에 띄게 흔하고 치료 가능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수치심 때문에 은폐되고 멸시적 시선을 받고 있다"라면서 "이 때문에 성병, 그리고 감염 자체가 선정성을 띤다"라고 말했다.

레저빌의 저자인 블렉맨은 "성병 감염률과 나이를 연결지으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일 뿐이다"라고 지적하고 "노인들의 성은 우스개거리가 아니라 존중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많은 빌리지스의 주민들은 동네에 살고있는 누군가가 빌리지스의 오명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문제를 삼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관심도 없고 조용한데 오히려 외부에서 가십과 화제를 삼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윈(50)은 "외부로부터 질투가 조금 있는 것 같다. 빌리지스로 이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성병 소문을 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이곳은 유토피아이며 안전하고 모두가 행복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주민들은 빌리지스 소유자이자 개발자인 마크 모스(Mark Morse)가 왜 빌리지스에 대한 '오명'을 수정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지 궁금해 한다. 언론 인터뷰를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스는 빌리지스 주민들의 해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퍼티는 "그것은 옛날의 광고세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떤 홍보도 좋은 홍보다"라고 말했다. 오명이라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끄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광고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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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빌리지스를 둘러싸고 있는 늪지 호수 모습.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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