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구매하는 영주권”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던 투자자 이민 프로그램(Significant Investor Visas)이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9월 2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Jobs and Skill Summit’에서 정부의 이민 정책을 설명하는 클레어 오닐(Clare O'Neil) 내무부 장관. 사진 : Facebook / Clare O'Neil
최소 500만 달러 투자자 대상, ‘영어구사 능력 무관-연령 무제한’으로 비난
호주에 최소 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이들에게 영주 비자를 제공하는 ‘투자자 비자’(Significant Investor Visas. SIV) 프로그램이 다음 달 예산에서 폐기될 전망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 동안 중국계 부호들의 손쉬운 ‘호주 영주비자 구매’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실제로 2012년 이후 2,000명 이상이 SIV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중국인이 85%, 홍콩인이 3.6%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110억 달러 이상이 호주 기업에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2015년에는 투자처가 부동산이 아닌, 신흥 기업으로 자본이 유입되도록 프로그램 일부가 수정되기도 했다.
다른 비자 카테고리와 달리 SIV 신청자는 영어 구사 능력은 물론 연령 제한도 없었으며, 이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현재 노동당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과 국경 폐쇄에 따라 호주로 유입되는 숙련기술 인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들을 유치하는 데 우선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일) 내무부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장관은 “종종 (호주로 영주 이주하는) ‘황금 티켓’으로 불려 왔던 비자가 수년 간의 검토와 조정 끝에 폐기될 것”이라면서 “국가에 큰 이점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강하게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특히 펀드 매니징 회사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9년 자산운용사 ‘Moelis Australia Asset Management’의 앤드류 마틴(Andrew Martin) 대표는 SIV 프로그램이 호주에 많은 자금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SIV 투자자들의 후속 투자는 비자를 위한 의무적인 500만 달러보다 최대 4~5배 많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이 프로그램에 의해 호주에 투자된 자본이 최대 500억 달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호주 측 클런시 무어(Clancy Moore) 대표는 SIV의 폐지 가능성을 환영했다. 무어 대표는 “빠른 심사를 기본으로 하는 투자이민 계획에 따라 각국의 사기범, 범죄자들이 호주 영주비자를 받은 뒤 호주 내 부동산이나 다른 경제 부문에의 투자를 통해 더러운 돈을 세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어 대표는 “이민 시스템에 대한 정부 검토는 이 불공정한 비자 카테고리를 폐지하고 또 다른 더러운 자금의 허점을 차단하는 완벽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1-2일, 캔버라에서 열린 ‘Jobs and Skill Summit’에서 올 회계연도부터 영주이민 한도를 3만5,000명 늘어난 총 19만5,000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 정부는 다음 달(10월) 예산 집행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호주 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