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인증변경 권한 없다'... 선거인단 투표 이의제기 요건 크게 강화
미 하원 민주당 소속 조 로프그렌 의원과 공화당 소속의 리즈 체니 의원이 ‘대통령선거 개혁법안(The Presidential Election Reform Act)’을 발의하는 등 1887년 이후 135년 동안 유지해온 선거개표법(Electoral Count Act) 개정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하원 규칙위원회는 20일 이 법안을 검토하고 빠르면 21일 본회의 표결을 위해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상원 규칙∙행정위원회 역시 이달 27일 하원 법안의 내용과 유사한 선거개표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계획하고 있다. 미 의회가 선거개표법 개정에 나서게 된 이유는 작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의사당을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이후 의회에서는 1887년 선거개표법이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1887년 선거개표법은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한 후 이듬해 1월 초에 상·하원 양원이 만나 각 주의 선거인단 결과를 인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과정에서 부통령의 역할을 더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고, 선거 결과를 쉽게 뒤집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선 선거개표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특히 하원에서는 의사당 난입 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두 명이 법안을 마련했다. 로프그렌 의원과 체니 의원은 법안 발의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사심으로 가득 찬 정치인들이 대통령 선거 결과를 빼앗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차후 대통령 선거에서 법치를 지켜내려는 의도”로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원 법안은 우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대통령 인증 절차에서 부통령의 역할은 의례적이며, 인증을 유예하거나 뒤집을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대선 결과가 사기라고 주장하며 펜스 전 부통령이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할 것을 압박했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자신에게 그럴 권한이 없다고 밝혔는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스 전 부통령이 "대선 승리 인증을 막을 용기가 없었다"며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새 법안은 부통령의 역할을 분명하게 못 박았다. 법안은 또 연방 의원들이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준도 크게 강화했다. 현행법에서는 상원의원 1명과 하원의원 1명의 서명을 받으면 상·하원 합동회의에 이의가 접수되고 합동회의는 중단될 수 있다. 하지만 하원의 새 법안은 하원 435명과 상원 100명의 3분의 1이 동참해야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새 법안에는 중요한 다른 내용도 담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선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다음 달인 2020년 12월 주요 경합 주의 선거인단을 교체해, 자신의 지지자들도 구성된 새 선거인단이 2020년 대선 결과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새 법안은 각 주의 주법에 따라 선거를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상원과 하원 모두 민주당이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화당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법안 내용이 다소 변경됐다. 앞서 하원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우편투표 등 다양한 선거 절차 사용을 확대하고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지방 선거관리 직원을 위협할 경우, 더욱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통과시킨 바 있. 하지만 유사한 법안이 상, 하원에서 모두 통과하기 위해 해당 내용은 이번 법안에서 빠졌다. 민주당은 법안 내용이 완화된 만큼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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