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또는 환경 단체 활동가들이 색다른 방법으로 '관심 끌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현재 전개하는 전략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인류 문화유산급' 예술작품이다. 사진은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Just Stop Oil' 단체 회원들. 이들은 최근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의 명작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던지며 자신들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사진 : Twitter / Just Stop Oil
반 고흐 작품에 수프, 모네의 그림에는 으깬 감자가... ‘관심 끌기’ 목표가 된 명작들
삼림파괴 또는 개발을 목표로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현장에서 반대 시위를 전개하던 환경 또는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색다른 방법으로 ‘관심 끌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된 예술 작품이다. 여기에는 피카소(Picasso)에서 반 고흐(Van Gogh) 등의 수백 년 된 명작들이 포함된다.
새로운 관심 끌기로 이들이 가장 최근 목표로 했던 작품은 17세기 중엽 활동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였다.
한 활동가는 이 걸작의 보호 유리덮개에 머리를 들이밀고자 시도했으며 또 다른 활동가는 캔에 담김 토마토 수프를 그 위에 붇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위의 배후는 누구이며,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누가 이들의 활동 자금을 지원하는 것일까.
표적이 된 작품은
유명 작품을 전시, 소개하는 갤러리에서의 시위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올해에만 전 세계 유명 전시회에서 제법 많은 행위가 발생했다.
지난 7월, 기후변화 대응 활동가들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컬렉션의 질 및 양적으로 세계 제일의 갤러리로 꼽힌다)에 전시된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첫 대표작 ‘Primavera’에 몸을 부착시키는 행위를 했다.
환경 단체 회원들이 가장 최근 명작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인 사례는 네덜란드에서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라는 작품에 몸을 기대며 자신들의 주장을 드러낸 것이었다. 사진 : Twitter / Andrew Doyle
5월에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The Louvre)의 ‘모나리자’(Mona Lisa)에 케이크를 바른 남성이 체포돼 정신과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호주에서는 지난 달 초, 멜번(Melbourne)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에 있는 피카소 판화의 보호덮개에 몸을 댄 두 명의 시위자가 체포됐다.
최근에는 런던의 국립박물관(National Gallery)에서 시위대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Sunflowers)에 토마토 수프를 던지는 일이 발생했으며, 그 며칠 후에는 독일에서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작품 ‘건초더미’(Les Meules)에 으깬 감자가 던져지기도 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는 이들 활동가들이 네덜란드에서 타겟으로 삼은 가장 최근의 걸작이다.
17세기 중엽 활동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사진 : Mauritshuis
물론 이 같은 시위 행위로 유명 예술품 어느 것도 손상되지는 않았지만(보호덮개로 인해), 그 행동 자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같은 그룹의
활동가들인가
최근 관련 내용을 보도한 ABC 방송에 따르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피렌체에서의 시위는 ‘Ultima Generazione’(Last Generation)의 회원들이 저지른 반면 이들과 우사한 그룹 ‘Letzte Generation’은 독일에서의 시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Extinction Rebellion’라는 단체는 멜번 NGV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Just Stop Oil’은 런던 국립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작품에 토마토 수프를 던진 이들이 자기네 회원이라고 주장했다.
베르메르의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를 대상으로 한 시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주장한 단체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온라인에 공유된 동영상에서는 두 남성이 재킷을 벗어 ‘Just stop oil’이라는 글자가 쓰인 티셔츠를 보여주지만 ‘Just Stop Oil’ 측은 공식 소셜미디어 페이지에 이 최근의 시위 장면을 게시하지 않았다.
독일의 한 갤러리에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작품에 으깬 감자를 던진 한 단체의 활동가들. 사진 : 유투브 동영상 캡쳐
‘Just Stop Oil’은
누구이며, 자금 출처는
이 단체는 스스로에 대해 “정부로 하여금 영국의 화석연료 탐사, 개발, 생산을 위한 모든 새 라이선스와 동의를 끝내도록 하고자 함께 일하는 단체들의 연합”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이 단체는 대중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지만 주요 자금은 ‘기후 비상기금’(Climate Emergency Fund)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 단체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던 미국 석유거물 장 폴 게티(Jean Paul Getty) 딸이며 단체 창립 기부자이자 자선가인 아일린 게티(Aileen Getty)의 기부금에서 시작됐다.
아일린 게티씨는 ABC 방송 ‘Radio National’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런던의 이 그룹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 “우리가 광범위한 기후재난에 직면하고 있기에 기후 운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화석 연로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Just Stop Oil'의 활동가 피비 플러머(Phoebe Plummer)와 아나 홀란드(Anna Holland)씨. 사진 : Twitter / Just Stop Oil
이어 그녀는 “만약 당신이 그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시민불복종은 미친 짓, 또는 극단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후 비상사태는 전면적인 접근이 요구되기에 우리는 오늘날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술 부문, 특정 작품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기후변화 방지 활동가인 피비 플러머(Phoebe Plummer)와 아나 홀란드(Anna Holland)씨가 반 고흐의 ‘해바라기’라는 작품에 수프를 던지면서 행한 항의 시위는 주요 국가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홀란드씨는 ABC 방송 RN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한 방법으로 그림을 목표로 한 것은 ‘Just Stop Oil’의 행동전략이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Just Stop Oil’은 수백 년 된 명화들에 수프를 던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또한 교통시위를 벌이고 그들의 오렌지색 브랜드로 고급 자동차 대리점에 스프레이 페인팅을 했으며 런던의 ‘마담 투소’(Madame Tussauds)에서 찰스 왕의 밀랍 인형에 케이크를 던지기도 했다.
홀란드씨는 이어 “정부가 모든 새 화석연료 허가를 즉시 중단한다는 의미 있는 성명을 내놓을 때까지 비폭력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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