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신체-정서적 스트레스 상태에서 발생되곤 하는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은,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으나 공식적인 치료방법은 없는 상태로, 애들레이드 연구팀이 이의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은 ‘타코츠보’(Takotsubo)라고도 하는, 상심 증후군을 설명하는 그림. 사진 : Women's Healthcare
심한 신체-정서적 스트레스에서 기인... 애들레이드 심장병 전문가, 임상시험 진행
애들레이드(Adelaide, South Australia)에 거주하는 산드라 브라운(Sandra Brown)씨는 지난 2019년, 남편이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이후 ‘상심증’(또는 실연. broken heart)라는 진단을 받았다.
19살 되던 해 남편 그레이엄(Graham)과 결혼한 그녀는 50년을 같이 살아온 터였다. 남편은 10월 어느 날 밤, 뒤로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고, 그 이전부터 혈액희석제를 복용하고 있던 터라 출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남편이 사망한 이후 산드라 브라운씨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를 ‘몸에서 올라오는 아드레날린 주사’ 또는 ‘절망의 물결’이라고 묘사했다.
남편이 사망한 지 두 달쯤 지난 후에는 기분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심한 소화불량을 겪는 것 같다”는 브라운씨는, “그런 기분을 느꼈을 당시, 밖에서 세차를 하고 있었기에 열사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가슴이 더욱 답답해오자 앰뷸런스에 연락을 했고, 병원에서 그녀는 ‘타코츠보’(Takotsubo)로 알려진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상심’을 불러오는 것은...
애들레이드 북부에 거주하는 니콜라 파린(Nicola Parin)씨는 지난해 끔찍한 폭행을 당한 후 병원에서 같은 진단이 내려진 사례이다.
사건은 그녀가 집 주변 공원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도중 발생했다. 그녀의 반려견이 다른 개와 싸움을 시작했고, 파린씨는 급히 그녀의 반려견을 끌어당기자 다른 개의 주인이 다가와 느닷없이 그녀의 얼굴을 가격한 것이었다.
그 바람에 바닥에 쓰러진 파린씨는 앰뷸런스 신세를 지게 됐다. 병원으로 이동 중인 상태에서 그녀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고, 응급대원에게 “심장이 이상하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후에 그녀는 “아마도 응급대원들은 내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줄로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애들레이드 소재 ‘Queen Elizabeth Hospital’의 심장병 전문의이자 유럽심장학회 회원이기도 한 가오-징 옹(Gao-Jing Ong) 박사는 산드라 브라운, 니콜라 파린씨에게서 진단되는 상심 증후군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관계가 단절되는 것과 같은 강렬한 신체적-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해 종종 이런 상태가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환자는 복권에 당첨되거나 어렵게, 구직에 성공한 것 같은 행복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상심 증후군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하다. 이 증후군은 나이가 많은 여성에게서 훨씬 높으며, 심장마비로 의심되는 입원환자 10명 가운데 약 1명에게서 진단된다.
옹 박사는 “타코츠보의 경우 초기 진단에서는 심장마비로 오진될 수 있다”며 “그 차이를 알아내는 방법은 심장의 왼쪽 방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환자들은 좌심실이 수축되어 좌심실 위쪽이 부풀어올라, 그 모양이 마치 일본에서 문어를 잡는 데 사용하는 항아리(타코츠보)와 같다고 하여 ‘타코츠보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치명적일 수 있으나
공식 치료법은 없는 상태
옹 박사에 따르면 상심 증후군은 때로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공식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옹 박사와 동료들은 고혈압에 사용되는 약물을 시험하고 있으며, 이 방법으로 상심 증후군을 고치거나 변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최근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심 증후군에 대해 설명하면서 “연구팀이 남부호주(SA) 주민 70명의 지원을 받아 12주간의 상심 증후군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 중에 있다”며 “아직 30명 정도 시험 참가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이 상태의 환자에 대한 치료가 추측에 불과했기에 임상시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옹 박사는 “만약 이 시험이 성공적이라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심 증후군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