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에 등록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사립-공립 학생 비율은 35%-63%였으나 2022년에는 41%-57%로 사립학교 학생 비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사립과 공립학교의 장단점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다. 사진 : ABC 방송 ‘Courtney Facts’ 프로그램 화면 캡쳐
높은 학비 불구, 사립 하이스쿨 재학생 비율 늘어... 2012년 35%에서 2022년 41%로
사립학교에 등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 호주 전체 하이스쿨 학생 가운데 공립학교 재학 비율은 63%, 사립은 35%였다. 10년 후인 2022년 현재 이 비율은 57%(공립) 대 41%(사립)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립학교는 공립에 비해 교육 전반에서 다 나은 것이 있을까?
이달 셋째 주, 방송인 코트니 액트(Courtney Act)와 그녀의 절친(alter ego) 셰인 제네크(Shane Jenek)씨가 토론을 통해 각 부문의 이슈를 진단해보는 시사 프로그램 ‘ABC Courtney Facts’에서는 이 부분을 조명, 눈길을 끌었다.
사립학교, 자금 확보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호주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독립 법적 기관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ACARA) 데이터에 따르면 정부는 공립학교 학생 1인당 약 1만4,000달러의 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사립학교에 대한 학생당 지원은 이보다 적다. 가톨릭 재단 학교 학생의 경우에는 약 1만2,000달러, 독립(기타 비정부) 학교에는 약 1만 달러가 제공된다.
반면 사립학교는 지원금 외 추가 비용을 청구한다. 올해 NSW 및 빅토리아(Victoria) 주에 자리한 일부 사립학교 학비는 연 4만5,000달러를 돌파했다.
호주에서 학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빅토리아(Victoria) 주, ‘Geelong Grammar School’은 올해 10~12학년 상급생의 학비 및 기숙사비로 4만6,344달러를 청구할 예정이다.
시드니에 자리한 ‘Sydney Church of England Girls' Grammar School’는 12학년 학생에게 수업료 4만4,224달러에 추가 기술 부담금 820달러를 더해 총 학비 4만5,044달러를 부과한다.
호주 내 교육관련 연구 및 국제 조사는 모든 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할 때 공립과 사립학교 학생간 학업성취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 ABC 방송 ‘Courtney Facts’ 프로그램 화면 캡쳐
그렇기에 일부 사립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최고 시설의 체육관, 도서관 등 보다 나은 자원 및 과외활동 제공이 가능한, 여유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이렇게 볼 때, 그 여분의 자금이 더 높은 학업성취도를 의미할까?
학생들의 학업 성과,
사립-공립간 다르지 않다
국내는 물론 국제 교육 관련 기관의 연구는, ‘모든 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할 때 공립과 사립학교 학생들간의 학업성취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 관련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하는 ‘호주교육연구원’(Australian Educational Researcher)은 지난해 표준화된 문해 및 수리능력 시험에서 공립과 사립학교 재학생 간의 학업성과 차이를 조사했다.
이 연구보고서의 저자는 “사립학교에 재학하는 초등학교나 하이스쿨 학생의 평균 학업 성취도가 공립에 비해 더 높지 않으며, 3학년부터 9학년까지의 읽기와 수리력의 보다 가파른 궤적과도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OECD 보고서 또한 유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높은 학비 부담을 감수하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 하는 일부 학부모의 경우, 특히 고학년 자녀가 가장 중요한 최종 학년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높은 ‘Australian Tertiary Admission Rank’(ATAR) 순위를 달성할 것이라 믿고 있다.
높은 학비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는 종교적 이유로 자녀를 사립학교에 등록시키고자 한다. 사진은 퍼스(Perth, WA) 소재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학생들. 사진 : Trinity College Perth
물론 이는 비합리적 가정이 아니다. 실제로 NSW 학생들의 대학입학을 가름하는 HSC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학교의 75% 이상은 비공립 학교, 즉 사립학교들이다.
멜번대학교의 멜번연구소(Melbourne Institute)가 매년 호주인 가정의 소득, 노동현황을 알아보는 ‘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HILDA) 조사의 연구원 중 하나인 에스페란자 베라-토스카노(Esperanza Vera-Toscano)씨는 이 조사를 통해 사립학교 등록 학생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할 때 사립과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차이는 없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라-토스카노 연구원은 “아마도 어떤 (사회-경제적 상태의)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등록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가족의 지위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일반적으로 부모와 더 나은 가정에 속한 아이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즉 (사회-경제적으로) 더 나은 가정의 자녀가 공립학교를 다닌다 해도 그 결과는 정확히 동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공정책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호주 자유주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Center for Independent Studies’의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 글렌 파헤이(Glenn Fahey) 연구원도 이에 동의한다.
‘ABC Courtney Facts’를 진행하는 코트니 액트(Courtney Act. 사진 왼쪽)와 동료 방송인 셰인 제네크씨(Shane Jenek. 사진 오른쪽).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 의견과 함께 두 진행자의 토론을 통해 각 분야의 이슈를 진단해보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사진 : ABC 방송 ‘Courtney Facts’ 프로그램 화면 캡쳐
그는 “이 부분에 대한 토론에서 우리가 가진 제약 중 하나는 종종 공개토론 대 비공개 토론으로 프레임화 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우편번호(postcode)와 관련된 토론”이라며 “(사회-경제적으로) 덜 유리한 지역의 공립학교와 크게 유리한 지역의 공립학교 사이의 차이에 비해 지역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사이에는 훨씬 더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왜 학부모들은 자녀를 사립학교에서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까.
학업성과 이외의 이점들
학업성과 외에도 학부모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고자 한다. 일부 부모는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했을 때 인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보다 나은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소위 ‘아무나 갈 수 없는 선택된 학교 동문’이라는 ‘인맥’이다.
또 어떤 부모들은 사립학교에 지불하는 높은 학비만큼 다른 학교에 비해 더 나은 시설과 자원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한 사립학교 교장으로 있는 폴 키드슨(Paul Kidson)씨는 “사립학교 영역이 호주보다 큰 국가는 거의 없다”며 “이는 호주 교육문화의 뿌리 깊은 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학교는 중산층의 열망에 호소하는 증거가 있다”는 그는 “하지만 학부모들이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 하나로 키드슨 교장은 가족에게 중요한 종교적 관계가 있을 수 있음을 꼽았다. 하지만 어떤 부모는 그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여기기도 한다.
비영리 교육 관련 기구인 ‘Public Education Foundation’의 제인 카로(Jane Caro. 사진) 대표. 그녀는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사립 또는 공립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결정”이라고 못박았다. 사진 : Facebook / Jane Caro
비영리 교육 관련 기구인 ‘Public Education Foundation’의 제인 카로(Jane Caro) 대표는 비정부 교육 영역이 불평등을 가중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모든 중산층 아이들을 공공 교육 시스템에서 떼어내 기본적으로 장점과 단점의 침하물을 만들어낸다”는 그녀는 “그것이 우리(호주 교육계)가 한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Public Education Foundation)는 공교육 시스템을 재구축하여 저소득 계층을 위한 마지막 복지 시스템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로 대표는 학부모의 경우 사립과 공립을 선택할 때 불안감을 갖게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부모의 선택을 일종의 열반(Nirvana)에 들어가게 했기 때문”이라는 그녀는, “그리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서로 논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카로 대표는 “하지만 결국 사립 또는 공립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결정”이라고 못박았다. 그녀는 “학업 성공을 위한 가장 좋은 접근법은, 학교와 가족의 명확한 지원을 받고 적극적-효과적인 학습 환경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그것(높은 학업 성취)은 모든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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