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니멀리즘과 웰빙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물질주의는 인간 정신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 개개인의 정신적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미니멀라이즈의 삶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사진 : Pixabay / Scott Webb
과도한 물질적 재화-정신이상의 부담, ‘지나친 소유’의 감정적 무게에서 시작
고령화 사회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와 닿은 단어가 있다. ‘미니멀라이즈’(minimalise)이다. 최소한의 필요한 물품만으로 살아가는 것, 더 이상 과소비를 하지 않고 지나친 소유욕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것들의 ‘최소화’라기보다는 ‘최적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사실 자유분방한 소비주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물품’(stuff)을 소유하고 또한 소비하고 있다.
‘Less is more’(적을수록 좋다)는 최근 몇 년 동안 예술계의 인기 있는 트렌드(예술적 또는 미적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표현하는 데 사용)였지만 미학을 넘어 웰빙(wellbeing)과 연결된 삶은 어떠할까.
문화인류학자인 멜번대학교 한나 굴드(Hannah Gould) 박사는 현대사회의 ‘과도한 물질적 재화의 양 및 정신이상의 부담’에서 오늘날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굴드 박사의 이 말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stuff’, 즉 사물 또는 물질, 물품에 ‘감정적 무게’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친 ‘stuff’에 빠져 있는 것일까?
호주인들의 ‘shed’ 사랑은 유별나다. 각 가정에서 필요한 물품을 직접 만들어 내거나 이를 위한 도구를 보관하는 작업장으로 호주 사람들은 이 ‘self-storage’에 매월 평균 163달러를 지출한다는 게 최근의 조사 결과이다. 실제로 개인 물품보관 창고인 셀프 스토리지는 15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됐다.
이 같은 성장은 과소비의 신호이며 많은 선진국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적 필요를 넘는 지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 이상으로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는 엇갈린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의 특권층을 위한 관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따라 수시로 물품을 구매하고 유행에 민감한 패션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 이상을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사진 : Pixabay / gonghuimin468
물질주의와 복지(wellbeing) 관련 연구로 유명한 미 일리노이 주, 게일스버그(Galesburg, Illinois) 소재 녹스 칼리지(Knox College)의 팀 캐서(Tim Kasser) 심리학 명예교수는 미니멀리스트에 대해 ‘삶의 다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을 하고 덜 버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덜 가진’ 삶, 웰빙과의 연관은...
‘물품의 최소화’ 즉 ‘덜 가진 삶’은 미니멀리스트들이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캐서 교수는 이를 소비자 문화가 장려하는 내적 목표(extrinsic goals. 개인적 성장, 관계, 공동체 등)와 외적 목표(extrinsic goals. 부, 소유, 명예, 지위 등)로 설명한다.
캐서 교수의 관련 연구를 보면, 물질적 목표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이들은 더 많은 제품을 소비하고 더 많은 부채를 안으며 대인관계의 질이 낮고 생태학적으로 더 파괴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 또한 개인적-신체적 웰빙도 더 낮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질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이를 인식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캐서 교수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희망을 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를 위한 내적(본질적) 가치에 삶을 집중하고 공동체 또한 그러한 가치 추구를 지원할 때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보다 친사회적이며 친생태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면서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만약 우리가 개인의 삶과 경제, 정치적 시스템, 사업 활동을 내적 가치 중심으로 재정립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뿐 아니라 보다 친사회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이들을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며 보다 더 친생태적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번대학교 연구원인 한나 굴드(Hannah Gould. 사진) 박사. 그녀는 ‘과도한 물질적 재화, 정신이상의 부담’에서 오늘날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사진 : Melbourne School of Psychological Sciences
아울러 캐서 교수는 “제품의 재활용, 수리, 공유하거나 재사용함으로써 전체 소비를 줄이는 것과 같은 친생태적 행동이 개인의 웰빙과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잘 살고 잘 죽는 것’
어떤 이들에게는, 죽음이 물질적 세계로의 실질적 전환을 촉발하기도 한다. 멜번대학교 연구원인 굴드 박사는 건강상의 위기, 유산, 연로한 부모를 통해 죽음과 만남을 경험한 사람들이 종종 ‘미니멀 라이프’(minimalist lifestyle)을 추구하는 핵심 동기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는 “죽음은 인간 삶의 제한된 시간성, 이에 따라 (캐서 교수가 ‘외적 목표’로 언급한 것들의) 축적과 저장이라는 생활방식의 사회적-도덕적 의미에 초점을 두는 명확한 힘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Minimalising, simplifying, decluttering or...
고쳐서 사용할까, 팔까, 아니면 버릴까. ‘기쁨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물품을 버리는 것은 더 많은 폐기물 매립을 부추길 수 있다. 굴드 박사는 “더 많거나, 적거나 하는 것은 간단한 답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만약 사람들이, 스스로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웰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물품과의 관계, 그것이 본인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굴드 박사에 따르면 건강상의 위기, 유산, 연로한 부모를 통해 죽음과 만남을 경험한 사람들이 종종 ‘미니멀 라이프’(minimalist lifestyle)을 추구하는 핵심 동기가 된다. 사진 : Pixabay / Nikon-2110
캐서 교수는 오늘날 강한 소비문화를 감안할 때, 물질주의가 인간 정신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현대 문화가 사람들에게 물질주의적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도록 부추기는가를 생각할 때, 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문해볼 것을 권한다”며 이렇게 제안했다.
▲ 내 삶은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실제로 반영하도록 설정되어 있는가?(Is my life set up in a way that actually reflects what I believe is most important?)
▲ 내 가치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물품을) 구매하고 선택 하는가’(How do I live, purchase, make choices in an intentional way that reflects my values?)
▲ 내가 속한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 자원봉사를 하거나 그 일에 할애해야 할까?(So, if I say my community is important to me, how much time do I volunteer or spend doing that?),
▲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나는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If I say something is most Important, do I actually act that out?)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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