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Centre for Alcohol Policy Research’ 분석 결과 부유한 교외지역에 거주하는 14세에서 17세 사이 미성년자들이 불우한 지역의 동년배들에 비해 연 평균 46잔을 더 많이 마시고 있다. 사진 : Pixabay / kaicho20
La Trobe University 연구팀 조사... 경제 상위층 미성년자, 연 평균 46잔 더 소비
부유한 교외지역(suburb) 젊은이들, 특히 10대 미성년자들이 저소득 지역 또래들에 비해 더 많은 술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유한 교외지역에 거주하는 14세에서 17세 사이 미성년자들이 불우한 지역의 동년배들에 비해 연간 평균 46잔 더 많이 마신다는 라 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연구팀의 조사 결과이다.
이들보다 더 나이 든 18세에서 24세 사이 청년들의 음주 경향 또한 보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부유한 지역 거주 청년들이 연간 14잔을 더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알코올 정책을 연구하는 이 대학교 ‘Centre for Alcohol Policy Research’의 에이미 페니(Amy Pennay) 박사는 알코올의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사회적 규범이 격차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알코올은 재원(resource)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에게 더 저렴하다”며 개인적 의견을 밝힌 페니 박사는 “또한 나는 음주가 ‘정상적이고 긍정적’이라고 부추기거나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친교 모임(friendship circles), 학교 또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사회적-문화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소득 관련 데이터를 보면 가장 부유한 교외지역 가구의 경우 주 평균 2,131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반면 가장 불리한 우편번호 지역 가구는 약 1,050달러를 벌어들인다. 라 트로보대학교의 이번 조사는 지난 2019년, 국가 약물전략 조사인 ‘2019 National Drug Strategy Household Survey’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은 술을 마시고 더 자주 위험한 음주를 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한 번에 5잔 이상의 표준 음주를 포함한다.
지방 및 먼 외딴 아웃백 지역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도시의 같은 연령대 젊은이들에 비해 더 많은 음주 경향을 보인다.
지난 20년 사이 위험한 음주를 하는 젊은이들의 비율은 크게 감소했지만 초기 연구를 보면 이는 알코올 관련 피해가 감소한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현재 모나시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 버그 코스그로브(Bug Cosgrove)씨는 14세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기숙학교 재학 시절, 보드카를 몰래 가지고 와 기숙사 친구들과 나누어 마셨던 것을 기억한다.
현재 22살이 된 그녀는 “많은 이들은 편하게 마셨는데, 나는 그것이 힘들었고 빨리 취했다”고 회상했다. 유럽, 호주로 여행하는 백패커 안내 일을 하는 동안에도 술은 늘 그녀와 함께 했다.
현재 멜번 남동부 프라란(Prahran)에 거주하는 이 유학생은 약 1년 반쯤 전, 술을 마셨을 때의 감각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은 맥주 몇 잔을 마신 뒤 그야말로 ‘필름이 끊긴’(blacking out) 일이 있는데, 원인은 선천적 간질환 때문이었다.
호주 알코올 관련 기구 ‘Alcohol and Drug Foundation’에 따르면 미성년 음주자의 약 3분의 1은 부모로부터 술을 접하고 있다. 사진 : Pixabay / StockSnap
코스그로브씨는 술을 줄이기보다 아예 금주가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후회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녀는 “술에 취하지 않고도 마음껏 즐기는 게 가능하고 또 다음날 일찍 일어날 수 있다”면서 “(금주를 함으로써) 나 자신이 누구인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는 부유한 지역의 미성년자들이 어린 나이에 더 많은 음주를 하는 이유로 부모들이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았다.
비영리 알코올 관련 기구인 ‘Alcohol and Drug Foundation’의 약물증거 관리자 엘리너 코스텔로(Eleanor Costello)씨는 미성년 음주자의 약 3분의 1은 부모를 통해 술을 접했고 다른 3분의 1은 형이나 또래들로부터 술을 얻는다는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술을 마시도록 허용하면 그 자녀가 나중에 술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녀는 “음주를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위험한 음주를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알코올에 대한) 대처 능력이 향상되고 두뇌발달 기회가 더 많으며 감정조절 능력 또한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코스텔로씨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음주 비율이 감소하는 것을 보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는 이들 사이에서 ‘위험한 음주’가 증가하는 것은 걱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층은 표준량으로 한 자리에서 11잔 이상 마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이다. 코스텔로씨는 “이런 나이의 음주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부상에 더 취약하고 음주로 인한 영향관리 경험이 적으며, 다치기 쉬운 상황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14세-17세 청소년의 연간 평균 음주량
(Socioeconomic area : Number of drinks)
저소득 지역 : 114잔
부유층 지역 : 160잔
Source: The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2019
■ 18세-24세 젊은이의 연간 평균 음주량
(Socioeconomic area : Number of drinks)
저소득 지역 : 319
부유층 지역 : 333
Source: The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2019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