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 근로자들은 지난 18개월여 동안 임금인상을 요구해 왔지만 자유-국민 연립 정부는 이들의 임금 인상 상한선을 정해 두었고, 이로 인한 분노가 이번 NSW 주 선거에서 그대로 표출되었다는 분석이다. 사진 : Facebook / Public Service Association of NSW
연립의 ‘임금 인상 상한선’에 등 돌려... 노동당 정부, ‘유권자 기대감 충족’ 과제로
NSW 주 노동당이 올해 선거에서 자유-국민 연립에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크리스 민스 대표의 승리는 페로테트 정부를 향한 분노의 열매’라는 이들도 있다.
이 시대 대중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것은 ‘약속’이었다. 임금정체, 물가 상승, 긴축재정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은 약속을 깨뜨린 것이었고, 대중들은 이에 분노했으며, NSW 노동당은 그 분노의 결과로 ‘선거 승리’라는 열매를 차지하게 됐다.
공공 부문 임금인상 상한선(자유-국민당 연립은 공무원 임금 인상을 3%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었다)을 철폐하겠다는 노동당의 공약은, 결과론이지만 다수당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된 중요한 배경이었다.
연립은 이 방침이 몰고 올 후폭풍을 과소평가했다. 그리고 결국은 노동당 승리에 거의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특히 COVID-19 대유행 이후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 스트레스와 인상 요구가 1년 반가량 이어졌음에도 자유당은 그들이 표출한 메시지를 잘못 받아들였다. 그들은 연립 정부의 문 바로 앞에 있었고, 눈에 잘 띄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8개월의 기간 동안 교사, 간호사, 응급구조대원, 기차 기관사 등 필수 부문 근로자들은 노동쟁의를 이어왔지만 그들이 얻은 것은 좌절감이었다. 그리고 이 좌절감은 필수 부문 근로자를 넘어 일반인들에게로 확대됐다. 유권자들 또한 정체된 임금, 주거 및 생활필수품 비용 상승으로 엄청난 압박을 견디던 중이었다.
대중들의 이 같은 분노에 힘입어 크리스 민스 대표는 과반수(93석 가운데 47석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3월 29일 오전 현재 46석)돼 크로스벤처의 도움 없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연립의 12년 집권을 막은 것이다.
그렇게, 노동당은 선거에서 승리했다. 노동당이 앞으로 대중적인 정책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유권자들은 각 산업 부문과 개별적으로 임금을 협상하려는 노동당의 계획에 얼마의 비용이 들어있는지 알지 못한 채 투표소로 향했고 빨간색 후보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기꺼이 협상할 사람을 원했다는 점에서이다.
선거 전, 의회 예산처가 밝힌 바에 따르면 공공 부문 임금이 1% 인상될 경우 향후 3년 동안 26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NSW 주 공공 부문 근로자 40만 명 가운데 여성은 약 65%이며, 이들 중 3분의 1이 35세 미만이다.
멋진 선거 캠페인?
공공 부문 근로자들은 분노가 가득한 채 선거를 기다렸을지 모르지만 양대 정당 지도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을 대신하여, 또는 그들에 반박하여 서로를 비난하는 발언을 자제했다.
이념적으로 대립각이 뚜렷하게 드러났던 지난해 연방선거, 이어 독설이 난무했던 빅토리아(Victoria) 주 선거를 보았던 NSW 주 정당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공식 캠페인 과정에서 자유당의 페로테트와 노동당 민스 대표는 서로를 인정하고 부정적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페로테트 전 주 총리는 선거 패배를 시인하면서 “선거는 추악해질 수 있지만 이번 NSW 주 선거는 정상을 향한 경주이자 진정한 아이디어 대결이었다”면서 “이것이, 정치가 최고의 수준일 때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겸손한 캠페인? 그렇다. 지루한 캠페인? 그것도 맞다. 그 효과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민스 대표는 자신이 믿는 바 그대로 선거에 임했다. 위험을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민스 대표는 승리 직후 “우리 당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2년 전(그는 지난 2021년 당 대표 자리에 앉았다) NSW 거주민들에게 ‘정부에 대한 반대표가 아니라 NSW 노동당에 대한 긍정적인 표를 요구하는’ 선거운동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의 셔츠를 입고 시드니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는 근로자들. 자유당은 이들의 요구를 가볍게 보았고, 이들의 분노가 가져올 위험을 간과했다. 사진 : World Socialist Web Site (wsws.org)
자유당은 어떻게 패했나
자유당은 적극적인 행동 노선(high road)을 택했을지 모르지만 페로테트의 주 총리 선임 이후 올해 선거에서 패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집권 12년을 이어오는 가운데 현직 및 전직 프론트벤처(front bencher. 정당의 주요 직책을 맡은 의원들)들이 잇따라 ‘올해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어쩌면 그들은 지난 2년여 사이 유권자들의 변화를 감지했는지도 모른다. 특히 이들은 시드니의 주요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당의 핵심 인사들이었고, 이 점이 자유당의 힘을 더욱 약화시켰다.
반면 보다 조직적인 사전 선택 전략을 가진 노동당은 자유당을 충분히 위협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 결과 파라마타(Parramatta), 이스트힐(East Hills), 라이드(Ryde) 선거구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연립 정부에서 장관직을 역임했던 스튜어트 에어스(Stuart Ayres) 의원이 굳게 지켜오던 펜리스(Penrith)에서도 노동당 도전자 카렌 맥케온(Karen McKeown) 후보를 막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자유당은 역사상 한 번도 의석을 내주지 않았던 센트럴코스트의 테리갈(Terrigal, Central Coast) 선거구마저 위험한 상태(3월 29일 오전 9시 현재 71.2% 집계. Too close to call 상황)이다.
자유당은 또한 지난 2019년 선거에서 시드니 남서부 캠든(Camden) 선거구를 어렵게 차지했지만 피터 시그리브스(Peter Sidgreaves) 의원은 한 번의 임기 만에 노동당 샐리 퀸넬(Sally Quinnell) 후보에게 의석을 내어 줄 가능성이 높고, 이웃인 월론딜리(Wollondilly) 선거구에서는 ‘Climate 200’이 지원하는 무소속의 ‘청록색 후보’ 주디 하난(Judy Hannan)에게 패할 위험이 크다(3월 39일 오전 9시 현재 62.7%집계).
이곳에서 더 남쪽의 사우스코스트(South Coast)와 모나로(Monaro) 선거구 또한 노동당에 패했다.
노동당, 지금은
승리의 기쁨이 있지만...
NSW 주에서의 노동당 집권으로 호주 본토의 정부관할구역은 모두 노동당 정부로 채워졌다. 그리고 자유당 입장에서는 성찰이 시작됐다.
전 자유당 선거 전략가로 활동했던 토니 배리(Tony Barry)씨는 NSW 주 선거 결과에 대해 “(자유당의 패배가) 큰 충격은 아니며 우리는 형편없는 연방선거 결과에 더하여 남부호주(SA)에서의 대재앙, 서부호주(WA) 주의 비참한 결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NSW 자유당은 다른 주(State)에 비해 잘해 왔지만... 자유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NSW 주는 비교적 온건하며, 자유당은 대부분 그런 맥락에서 지도자를 선출해 왔다. 물론 페로테트 전 주 총리는 우파 성향의 정치인으로, 예외일 수 있지만 그 또한 자유당 내 온건파의 지지를 받아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전 주 총리의 뒤를 이었다.
자유당이 패배의 뒷수습을 하는 사이, 노동당은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크리스 민스 주 총리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뚜렷한 길이 없는 생활비 위기의 한 가운데 있는 주 정부를 이어가게 됐고, 그만의 힘든 과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노동당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이제는 노동당 주 정부가 만들어낼 변화를 기대할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