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가계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보다 손쉽게 소액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 이용자도 크게 증가했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는 식료품 및 자동차 휘발유 구매까지 BNPL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식료품-자동차 유류 구매까지 ‘외상’으로, ‘pay later’ 독촉에 스트레스 심각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생활비 압박이 사회적 이슈가 된 가운데 점차 더 많은 가구가 가계예산 부족으로 식료품이나 자동차 휘발유까지도 ‘선구매 후결제’ 방식인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급여를 담보로 일정 자금을 먼저 제공하는 임금선불 회사에 한 주(week)의 급여 모두를 지불해야 하는 가구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금융 관계자들은 급여를 앞당겨 사용할 수 있는 임금선불 앱(app)을 이용해 자금을 사용하고 나중에 이를 갚는다는 생각을 했다가 이를 연체하게 되고, 더 많은 빚에 허덕이게 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호주 금융상담 자료에 따르면 BNPL 시스템을 이용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부채와 관련해 도움을 청하는 이들 또한 크게 증가했다.
소비자 법률지원 그룹인 ‘Consumer Action Law Centre’의 스테파니 톤킨(Stephanie Tonkin) 최고경영자는 급여 패킷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이에 준하여 선불을 제공하는 ‘Wagetap’, ‘Beforepay’, ‘MyPayNow’ 등의 임금선불 제공 업체에 가입하는 이들의 우려될 만한 증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을 이용하여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급여가 통장에 입금되는 대로 이들 각 회사로 자동 이체된다.
톤킨 CEO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급여 모두가 이체되기도 한다. 결국 이 소비자들은 또 다시 선불회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가 ‘부채 소용돌이’(debt spiral)라고 부르는 것”이라는 그녀는 “소비자의 통장으로 입금되는 급여가 자동으로 부채탕감에 이체되기에 소비자가 사용할 자금은 없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일부 BNPL 계정은 최대 3만 달러까지 신용을 제공한다. 하지만 톤킨 CEO는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그 크레딧을 추후에 갚아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체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부채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핫라인 이용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30%가 증가했다. 이 핫라인 이용은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가장 많은 33% 증가를 보였다. 올해 4월 2일까지,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8,300명이 이 도움의 전화에 연락을 해 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0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NSW에서도 지난해 3개월 사이 6,938건에서 올해 4월 2일까지 3개월 동안 전화를 걸어온 이들은 8,900명으로 28.5%가 늘어났다.
제반 생활필수품 가격에 크게 상승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갖고 있는 가구들이 월 상환액에 부담을 느끼는 ‘mortgage 스트레스’는 지난해 5월 이후 45%가 높아졌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재정문제 카운슬러를 방문 상담한 이들도 지난해 4월 초까지 3개월 동안 약 9만1,000명이었으나 올해에는 11만7,000명으로 거의 30%가 증가했다.
재정문제 상담가인 샤이 로빈스(Shae Robbins)씨는 호주인들이 BNPL 서비스를 이용하여 식료품 구입, 공공요금 지불, 자동차 휘발유 비용에 충당하기에 주택임대료 또는 모기지(mortgage) 상환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각한 재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BNPL 서비스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함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무이자라 하여도 원금을 갚아야 하는데, 이것이 더 큰 부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가계재정으로 식품류 등 필수품을 마련하는 데 있어 BNPL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크게 높아진 지난 2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식품류 등 반복적, 일상적 지출을 위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부 젊은층 또는 이미 과도하게 BNPL을 이용한 이들이 더 큰 부채의 늪에 빠지는 상황이라는 우려할 만한 징후가 있다”는 게 로빈스씨의 말이다.
그녀는 “사람들은 머리 위에 지붕을 두고자 하며 그 안에서 계속 불을 켜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노숙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먹거리를 위해 온갖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로빈스씨는 “(자신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지만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 젊은이들 및 홀부모들이 과잉 대표되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주 깁스랜드(Gippsland)에서 거주하며 장애연금을 받아 세 아이를 돌보는 싱글 대디 샘(Sam. 가명)씨는 전염병 기간에 대형 슈퍼마켓 중 하나인 콜스(Coles)의 카드를 이용해 BNPL 방식으로 식료품 구입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4,000달러 이상의 새로운 부채를 안게 됐다.
“이들은 내가 사용 한도를 초과하자마자 추가로 크레딧을 줄 것”이라는 그는 “늘어나는 부채를 통제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소비자가 일정 기간의 무이자 할부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Affirm’, ‘Afterpay’, ‘Zip’과 같은 금융 서비스 회사는 호주의 높은 물가상승 시기와 전자상거래 증가에 힘입어 불과 몇 년도 안 되어 호주에 발판을 구축했다.
호주 최대 소비자 단체 ‘초이스’(Choice) 데이터에 따르면 BNPL 제공업체 크레딧 사용자 7명 중 1명은 지난해 20건 이상을 대출을 받았다. 또 5명 중 1명은 지불이 늦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BNPL 연체료 또는 다른 부채를 갚기 위해 더 많은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2022년도 호주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BNPL 업체들은 700만 건의 크레딧을 제공했다. 이는 전년도 500만 건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한 18~34세 사이 연령층이 신규로 가입한 BNPL 계좌는 전년보다 37% 증가했으며, 이용 금액만도 160억 달러에 달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 단체 관계자들은 BNPL 업체의 크레딧을 사용한 뒤 부채에 허덕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우려한다. 사진 : Anglicare TAS
Consumer Action Law Centre를 비롯한 각 소비자 그룹은 BNPL 업체들에 대해 신용카드 회사들에 적용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규제되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이들 업체와 규제를 협의하고 있지만 이들의 시스템은 현재 호주의 관련법(‘credit laws’) 밖에 있는 상태이다.
호주증권투자위원회(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를 포함한 각 기관의 제안서는 BNPL 업체들에 대한 가장 엄격한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BNPL 업체들로 하여금 호주 소비자신용법(National Consumer Credit Protection Act)에 따라 전적으로 책임 있는 대출자 테스트를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포함된다.
톤킨 CEO는 또한 정부가 BNPL 업체들의 연체 수수료 요율 및 연체금 상한선을 도입하고, 이들 회사에 대한 부채가 크레딧카드로 상환되는 것을 금지하며, BNPL 회사들의 공격적인 제품 광고를 막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호주의 BNPL 회사 중 하나인 ‘Afterpay’ 고객의 초기 지출 한도는 600달러이며, 고객의 신용 테스트를 하지 않고 지불한다.
이런 가운데 Afterpay 사를 포함한 일부 BNPL 회사들도 고객의 신용 테스트 부분에 대해서는 강한 규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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