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통계청의 3월 실업률 집계 결과 3.5%의 낮은 수준으로, 일자리 호황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이는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다음달(5월)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 : Pixabay / geralt
ABS 3월 실업률 데이터... 5만3천 개 일자리 창출, 고용 vs 인구 비율 64.4% 기록
호주의 일자리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3월), 전국적으로 5만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실업률은 3.5%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업률과 관련한 주요 지표 이면의 세부항목 수치도 대체로 강세를 이어갔다. 고용 대 인구 비율은 0.1%포인트 증가한 64.4%를 기록했으며, 현재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인 이들의 비율도 66.7%에 머물렀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 노동통계 책임자인 로렌 포드(Lauren Ford) 국장은 “두 지표 모두 사상 최고치를 보였던 2022년 11월 수치에 근접했다”면서 “이는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반영하며 고용주들이 높은 일자리 공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 노동시간은 다소 줄었으며 불완전 고용률도 6.2%로 약간 높아져 이전 달인 2월의 감소에서 역전됐다.
구직자 일자리 찾기,
최상의 시기
구인구직 소셜미디어 플랫폼 ‘LinkedIn Corporation’의 데이터 또한 현재 호주 노동시장이 구직자들에게 아주 우호적임을 보여주었다.
LinkedIn 직업 전문가 카일라 덴게이트(Cayla Dengate)씨에 따르면 현재 호주 취업시간은 상당히 빠듯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 회사 자료는 석유, 가스 및 광업(+75%), 정부 행정(+42%), 병원 및 의료(+36%), 교육(+35%), 소매(+34%) 부문 일자리 광고가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호주를 비롯해 주요 국가의 노동시장을 보여주는 그래프. 2020년 이후 일자리 수와 지원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지난 1년 사이 각 일자리당 지원자수가 증가했다. Source : Linkedin
다만 노동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느슨해지고 있으며, 각 일자리당 지원자는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
덴게이트씨는 “LinkedIn에 광고되는 일자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구직을 원하는 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ABS의 실업률 통계가 나온 직후 ABC 방송 ‘Business’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호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고용이 둔화되는 양상으로, 실제로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5%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LinkedIn 데이터를 보면 구직자들의 지원서 제출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들어 약 22% 늘었다. 이는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얻기 전, 더 많은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육아와 일의 균형을 취해 더 많은 근무 유연성이 필요한 미혼모 나이마 이브라힘(Naima Ibrahim)씨의 사례이기도 하다. “내 상황에 맞는 직장을 찾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그녀는 “단지 고정 수입이 필요해 일자리를 갖기보다는 내가 속할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올해 3월의 고용 비율. 고용둔화 양상에서 호주는 중간정도에 위치한다. Source : Linkedin
그녀는 현재 하이브리드 일자리(hybrid job)를 구하는 중이다. 사무직종에서 일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직은 돌보아야 할 어린 아이가 있기에 가능한 집에서 아이를 케어하며 일할 수 있는 곳을 원하고 있다.
이브라힘씨는 여성 취업을 돕고자 의상과 스타일링, 이력서 작성, 취업 인터뷰 지원을 제공하는 자선단체 ‘Dress for Success’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단체의 시드니 사무소 책임자 아만다 웹(Amanda Webb)씨는 “높아진 이자율, 치솟은 생활비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함에 따라 지원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이는 비단 시드니뿐 아니라 호주 전역의 ‘Dress for Success’에서도 여성들의 지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BS의 포드 국장은 “지난 두 달 사이 여성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도 62.5%, 고용 대 인구비율 또한 60.4%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경제상황, 갑자기
뒤바뀔 수 있다”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Indeed’ 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학자 칼람 피커링(Callam Pickering) 연구원은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고 있다는 ABS 데이터와 관련해 “중앙은행 등 경제정책 입안자들에게 있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잘 처리되었다는 암도감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이후 호주 노동시장 참여율. 이는 15세 이상으로 현재 일을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이들의 비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Source : ABS
그는 “현재 실업률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일자리 공석과 구인광고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상황에서 노동 수요의 전향적 조치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커링 연구원은 “물론 이것이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경제 상황은 갑자기 변할 수 있고 변하기도 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본다면, 일자리 공석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 고용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아직은 그런 징후가 없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제연구기관인 ‘BIS Oxford Economics’의 숀 랭케이크(Sean Langcake) 경제연구원은 ABS의 3월 실업률 데이터와 관련해 “다음달(5월), 호주 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자신의) 전망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RBA는 올 한해 노동시장이 완화되고 금리상승이 수요를 억제하며 실업률과 임금 및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번 실업률 데이터에는 경제 상황이 취약해질 징후가 거의 없으며 또한 노동시장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침체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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