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이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는 경제 상황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인플레이션 수치를 낮추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진은 RBA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 사진 : ABC 방송 ‘7.30’ 프로그램 화면 캡쳐
경제성장 둔화-실업률 상승-실질임금 하락 등 ‘고통의 3중주’ 피할 수 없을 듯
경기위축 우려 속에서 지난 달(4월) 금리 인상 결정을 유보했던 호주중앙은행(RBA)이 이달 통화정책(5월 2일) 회의에서 0.25%포인트를 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현재 RBA의 목표 금리는 3.85%가 됐다.
이달 공식 기준금리를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 놀라운 결정은 인플레이션 대책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는 이들에게는 수긍할 만한 것이지만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이들에게는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RBA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 결정 후 성명에서 거의 순전히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내린 것임을 언급했다.
그는 “물가상승 수치가 정점을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RBA의 목표(2~3%)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서비스 부문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은 여전히 매우 높고 광범위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호주인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경제 기능을 손상시킨다”고 전제한 로우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 우선이며, 이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높은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계속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미 높은 이자율의 영향을 받고 있는 주택 구매자는 물론 대부분의 사업자는 경제 기능이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지난 12개월 사이, RBA는 기준금리를 3.75% 인상했다. 사상 최저 수준인 0.1% 상황에서 60만 달러의 주택담보대출(mortgage)를 갖고 있던 이들은 매월 상환액에서 약 1,400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 이는 가계재정에 충분히 압박을 주는 액수이다.
물론 금리 인상이 모기지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현재 3.5%의 낮은 실업률은 이자율 인상 영향으로 4.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 현장에서 약 15만 명이 직장을 잃는 수치이다.
RBA는 올해 호주 경제가 1.2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증가율은 1.6%로 다시 회복됐고, 거의 2%를 향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호주인들이 나누어야 할 파이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달 금리 인상 결정은 다음 주(5월 9일) 예산계획에서 짐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으로 하여금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동시에 물가를 낮추도록 하는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찰머스 장관은 “금리 인상은 우리가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직면한 현재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더욱 극명하고 잔인하게 상기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달 RBA 결정을 수긍했다.
장관이 언급한 그 ‘잔인함’의 정도는 매년 5월 둘째 주 화요일 공개되는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서 드러나게 된다. 두드러진 경제성장 둔화, 실업률 상승, 실질임금 하락은 호주인들에게 고통의 3중주로 다가올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로우 총재는 경제가 연착륙으로 가는 길은 현 상황에서 매우 좁다고 말했다. 경제 컨설팅 사 ‘Deloitte Access Economics’의 프라딥 필립(Pradeep Philip) 박사는 현 호주 경제 상황에 대해 “우리는 길을 벗어났고, 지금은 마체테(machete) 없이 정글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필립 박사는 “지난달 금리 인상 유보는 논의의 테이블에서 현명하게 물러나 앉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달 다시 금리를 올린 것은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룰렛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