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949개의 작품이 출품된 올해 아치볼드 프라이즈(Archibald Prize 2023)에서 수상자로 결정된 줄리아 거트만(Julia Gutman)씨. 그녀가 선보인 ‘Head in the sky, feet on the ground’라는 제목의 작품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됐다. 사진 : 스카이뉴스 방송화면 캡쳐
102년 역사에서 11번째 여성 작가, 동료 예술가 Jessica Cerro 초상화로
올해로 스물아홉 살이 된 시드니 기반의 예술가 줄리아 거트만(Julia Gutman)씨가 친구이자 동료 예술가 제시카 쎄로(Jessica Cerro)의 초상화로 ‘2023년 아치볼드 프라이즈’(Archibald Prize 2023)의 주인공이 됐다.
NSW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AGNSW)이 주관하는 아치볼드 미술공모는 1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호주 최고의 초상화 공모전으로 꼽힌다.
102년의 역사를 가진 아치볼드 미술 공모에서 거트만씨는 지난 1938년 여성 최초로 이 상을 차지한 노라 헤이슨(Nora Heysen. 당시 27세로 역대 최연소 수상자), 현대미술가 델 캐서린 바튼(Del Kathryn Barton. 2008년 및 2013년 수상), 이벳 코퍼스미스(Yvette Coppersmith. 2018년 수상) 등에 이어 아치볼드를 차지한 11번째 작가가 됐다.
남성 작가에 비해 여성 예술가들의 응모가 많았던 올해, 아치볼드 공모 작품을 심사하는 AGNSW 이사회는 ‘Head in the sky, feet on the ground’라는 제목의 거트만씨 작품을 만장일치 우승작으로 결정했다.
거트만씨는 지난 5월 5일(금) 시상식에서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면서 “(아치볼드는)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영광이며 12살 때부터 꿈꿔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차치하고 최종 심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치볼드 프라이즈 수상작인 줄리아 거트만(Julia Gutman)씨의 ‘Head in the sky, feet on the ground’. 이는 그녀의 친구이자 예술가인 제시카 쎄로(Jessica Cerro)를 그린 작품이다. 사진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Jenni Carter
그녀 스스로 ‘천 위에 그리는 그림’(painting with fabric)이라고 묘사한 그녀의 작업은 미술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여성의 상징적 포즈를 반복한다. 예를 들어 이번 수상작의 인물인 쎄로(Jessica Cerro)의 초상화는 19세기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가 사망 1년 전 남긴 1917년 그림인 무릎을 굽힌 채 앉아 있는 여성의 포즈를 모방한다.
거트만씨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시대에 일하고,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말하는 이 갤러리 내부에서, 그 대화의 일부가 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거트만씨의 초상화 기초는 유화이지만 쎄로라는 인물은 그녀가 찾아낸 천(fabric)으로 작업된 것이다. 그녀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구와 가족이 기부한 옷들”이라고 말했다.
쎄로라는 친구의 초상화에 붙인 ‘Head in the sky, feet on the ground’라는 제목은 지난 1975년 뉴욕에서 결성된 록밴드 ‘Talking Heads’의 노래 This Must Be The Place(Naive Melody)에서 따온 것이다. 그녀는 작품의 주인공인 제시카 쎄로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겸손하고 예술적 재능이 있으며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실제로 우리 둘 모두 Talking Heads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호주 자연을 담은 풍경화 작품에 수여하는 ‘윈 프라이즈’(Wynne Prize. 상금 5만 달러)는 ‘Aṉangu Pitjantjatjara Yankunytjatjara(APY) Lands’의 원주민 작가 자차리아하 필딩(Zaachariaha Fielding)씨의 ‘Inma’라는 작품이 차지했다. 이 작품의 제목인 ‘Inma’는 피찬짜짜라(Pitjantjatjara) 부족 언어로 ‘문화적 노래와 춤’을 뜻한다. 사진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Diana Panuccio
거트만씨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시기에 제시카 쎄로를 만났고, 동시에 그녀의 작품 활동은 회화에서 직물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그녀는 “팬데믹 봉쇄 기간에 옷들은 제 주변에 넘쳐났다”며 “아무 것도 버리지 않았기에 헌옷으로 실험적 작품을 시작해보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천으로 작업한 이번 초상화 작품의 아치볼드 수상에 대해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매달려온 태피스트리(tapestry.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또는 그런 직물을 제작하는 기술) 기법과 관련된 (자신의) 작품 관행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내 작품의 많은 부분이 직물로 얽혀져 있는데, 개념적인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부분은 회화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윈-술만 상,
원주민 작가들이 차지
초상화 대상인 ‘아치볼드’와 함께 호주 자연을 담은 풍경화 작품에 수여하는 ‘윈 프라이즈’(Wynne Prize. 상금 5만 달러), 그리고 특정 주제, 장르 그림 또는 벽화 프로젝트에 수여하는 ‘술만 프라이즈’(Sulman Prize)는 ‘아치볼드 프라이즈’의 주요 3개 부문 시상이다.
올해 윈과 술만 상 수상은 모두 남부호주 주(South Australia) 먼 북부에 자리한 ‘Aṉangu Pitjantjatjara Yankunytjatjara(APY) Lands’에 거주하는 원주민 예술가들이 차지했다.
‘윈 프라이즈’(Wynne Prize) 수상 작가인 자차리아하 필딩(Zaachariaha Fielding)씨. APY Lands 동부에 자리한 작은 커뮤니티 미밀리(Mimili)에 거주하는 그의 아버지(Robert Fielding)도 유명 화가이다. 사진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Diana Panuccio
APY Lands 동부에 자리한 작은 커뮤니티 미밀리(Mimili)에 거주하는 자차리아하 필딩(Zaachariaha Fielding)씨가 처음으로 윈 프라이즈 결선에 진출했으며, 또한 이 부문 수상자가 됐다. 그가 수상한 이번 작품은 ‘Inma’라는 제목으로, 이 말은 ‘문화적 노래와 춤’을 뜻하는 피찬짜짜라(Pitjantjatjara) 부족 언어이다.
필딩씨는 “이 작품은 파랄피(Paralpi)에서의 기억을 기록한 것이다. 파랄피는 APY Lands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아이들을 포옹하고 축하하며 움직이는 방법을 가르치고 원주민 씨족(clan)의 상징을 익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윈 프라이즈 수상에 대해 “이 상은 기쁨과 아름다움, 싸움보다는 노래를 선택한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밀리의 유명 예술가 로버트 필딩(Robert Fielding)을 아버지로 둔 그는 또한 “내게 용기를 준 아버지를 비롯해 원주민 예술가들에게, 또한 그들의 유머에 감사한다”면서 “이 유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들은 깊은 문화적 지식을 갖고 있지만 내가 항상 존경해왔던 그들 자신의 내면이 얼마나 강한지, 나로 하여금 웃어넘기게 만드는 것은 그분들의 능력이다. 그 유머를 얻으려면 (그들이 사는) 시골에 있어야 한다”는 말로 원주민들의 평화적 인내를 설명했다.
특정 주제, 장르 그림 또는 벽화 프로젝트에 수여하는 올해 술만 프라이즈(Sulman Prize) 또한 원주민 예술가 도리스 부시 눙가라이(Doris Bush Nungarrayi)씨에게 돌아갔다. ‘Mamunya ngalyananyi’(Monster coming)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아낭구(Anangu. 원주민 부족의 하나) 사람들을 무섭게 하는 불길하고 사악한 영혼”이라 묘사된 여러 마무스(Mamus)를 표현한 것이다. 사진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Diana Panuccio
필딩씨와 유사한 유머를 가진 또 다른 원주민 출신 예술가 도리스 부시 눙가라이(Doris Bush Nungarrayi)씨는 술만 프라이즈의 주인공이 됐다. “아낭구(Anangu. 원주민 부족의 하나) 사람들을 무섭게 하는 불길하고 사악한 영혼”이라 묘사된, ‘Mamunya ngalyananyi’(Monster coming)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여러 마무스(Mamus. 그녀는 이를 ‘건방진 녀석들’이라 표현했다)를 그린 것이다.
한편 올해 아치볼드 프라이즈 수상작 및 결선작은 5월 6일부터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 수치로 보는 올해 ‘아치볼드’
-총 949개 작품 출품
-57개 작품, 최종 심사(결선 진출)로 선정
-결선진출 작가 중 여성은 31명, 남성 27명(쌍둥이 작가로 57개 작품, 작가는 58명이 됨
-58명의 예술가 중 40%는 첫 결선 진출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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