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만 호주인의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 결과 생활비 비담이 가계 재정에 고르지 않게 영향을 미치면서 자금을 지출하는 방식에 ‘극단적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Unsplash / Towfiqu Barbhuiya
CommBank iQ 조사 보고서... 고령층, 소비 늘이는 반면 젊은이들은 지갑 닫는다
약 700만 호주인의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근 분석 결과 생활비 비담이 가계 재정에 고르지 않게 영향을 미치면서 자금을 지출하는 방식에 ‘극단적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커먼웰스 은행(Commonwealth Bank. CBA)과 데이터 분석 회사 ‘Quantium’의 합작사인 ‘CommBank iQ’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생활비 압박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임대주택 세입자와 35세 연령층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보고서 저자인 웨이드 터브먼(Wade Tubman) 연구원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생활비 부담 점수’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재정압박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CommBank iQ는 사람들의 총 지출과 재량 지출(discretionary spending. 생활비 지출에서 음식, 주거 등 필수적인 부분 외 문화상품 등 선택 가능한 지출 부분)을 어떻게 변경하는지에 따른 ‘생계비 압박 점수’(cost-of-living pressure score)를 개발했다. 본질적으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지출이 계속된다면 생활비로 인한 타격은 없다는 의미이다.
임차인-30~34세 연령층,
가장 큰 생활비 고통
연령별로 보면 생활비 압박 점수는 30~34세 사이 젊은층에서 가장 높았으며 25~29, 35~44세 연령 그룹이 뒤를 이었다. 반면 45~49세, 75세 이상 연령층은 전국 평균과 같은 ‘적당한 압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높아진 물가로 인한 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가정도 있다. 60세에서 74세 사이 그룹은 ‘부정적’ 압력 점수를 보였는데, 이는 그들이 절제하기보다는 반대 방향으로 행동을 바꾸었음을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압박은 올해 꾸준히 높아졌다. 그래프 : CommBank iQ
아울러 임대주택 임차인은 주택소유자에 비해 훨씬 높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주택소유자 범주에는 담보대출(mortgage)이 없거나 상환액이 적게 남은 가구가 포함되어 있어 매월 많은 금액을 대출비용 상환으로 부담해야 하는 가구의 고통을 은폐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보고서는 CBA 고객의 집계되고 비식별화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35세 미만 연령층은 일반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반면 고령층은 더 많은 구매를 하고 있다.
보고서의 지출 데이터는 사람들의 계좌에서 나가는 실제 자금을 기반으로 하기에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인한 지출은 자연스럽게 1년 이상 전에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출 증가율이 인플레이션 수치에 비해 뒤처지는 이들, 즉 더 많이 지출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적게 소비하는 사람들과 지출증가율이 인플레이션을 앞서는 이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18세에서 24세 사이 젊은층의 상당 비율은 (부모의) 집에서 거주할 수 있고 주거비용이 더 저렴할 수 있지만 더 높은 연령층, 특히 55세 이상 호주인에 비해 지출을 훨씬 많이 줄이고 있다.
일부 지출 카테고리에서는 특히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35세 미만은 의류 및 신발에 대한 지출을,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기 전 8% 이상 줄인 반면 35세 이상은 의류에 대한 지출이 3% 이상 늘어났다.
외식과 테이크어웨이(takeaway)의 경우 35세 미만은 7.1%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고려할 때 대략 같은 수의 외식상품을 구매하는 반면, 35세 이상은 1년 전에 비해 18% 더 지출했다.
또한 자녀가 없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부부 또는 커플)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 비해 더 빨리 지출을 줄였다. 이에 대해 터브먼 연구원은 “습관을 더 빨리 바꿀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면서 “젊은 싱글과 커플의 경우 다른 이들과의 약속이 많지 않기에 지출에 더 빨리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 지출 축소를 보여주는 그래프.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주인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CommBank iQ 보고서에 따르면 25세에서 29세 사이 연령층의 지출이 가장 많이 감소하고 있다. 그래프 : CommBank iQ
전반적 긴축 추세 속,
여행으로 인한 지출은 증가
모든 생활비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지출 추세 뒤에 예상치 못한 세부 항목이 있다. 이번 CommBank iQ 데이터를 보면 필수 항목에 대한 1인당 전반적인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간신히 따라가고 있지만 재량 지출은 2022년 한 해 동안 크게 증가했다. 특히 여행 지출이 급증, 지난해 1분기 대비 39%가 늘어났다.
터브먼 연구원은 “우리가 보고 있는 부분은, 팬데믹 기간 동안 할 수 없었던 경험을 소비자가 따라잡으면서 COVID-19 반등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량지출은 올 1분기 동안 소비자 지갑의 약 49%를 차지했으며, 가장 큰 증가 항목은 외식, 여행 및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경험’ 부문이었다. 반면 의류 및 가정용품 지출은 줄었다.
보고서는 또한 호주의 가장 큰 두 도시 중 어느 지역이 가장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시드니에서는 젊은 거주자와 임차인이 많은 도심(Sydney CBD)과 동부지역(eastern suburbs), 남서부 외곽(outer south-west)이었다.
또 멜번(Melbourne)에서는 이너 멜번(inner Melbourne), 웨리비(Werribee), 멜턴(Melton) 및 크랜본(Cranborne) 거주자들이 상당한 가계재정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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