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 미국 공관에 현지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구성, 운영하는 ‘Youth Advisory Councils’(YAC)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런 만큼 많은 이들이 지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올해 캔버라 미 대사관 및 시드니 미국 총영사관 YAC에 동포자녀 남매가 각각 선정돼 기대를 갖게 한다. 사진 : 정보영씨 제공
호주 미 공관의 ‘Youth Advisory Councils’ 선발된 동포 2세 정보영(25)-정채영(21) 남매
‘The Sky is Your Limit’라는 부모의 격려 영향, 본업 외 다양한 사회 활동 펼쳐
전 세계 대부분의 미국 대사관(주요 국가는 영사관 포함)은 주재국가의 사회 각 부문에서 높은 성취를 이룬 젊은이들을 선발해 ‘Youth Advisory Councils’(YAC)을 운영하고 있다.
대개 10명 내외로 선정된 젊은 자문위원회는 공관 고위 인사들과 정기 회의를 갖고 미국과 현지 국가 사이의 주요 사안, 미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상호 관심 주제에 맞는 프로젝트를 계획, 추진하기도 한다.
나아가 차세대 문제에 대한 조언, 공관 홍보를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정책 개발에도 참여해 실제로 이를 대사 또는 미 국무부 차관에게 제출하는 역할을 한다.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거나 성취를 만들어가는 젊은이들(17세에서 28세 사이)을 엄격하게 선발하는 만큼 각국 미 공관에서 젊은 자문위원회가 수행하는 역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내년 6월까지, 12개월의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할 호주 주재 각 공관(대사관 및 주요 도시 영사관)의 Youth Advisory Councils 선발이 마감된 가운데 캔버라 미 대사관과 시드니 미국 총영사관의 청년 자문위원회에 동포자녀 남매가 각각 포함돼 향후 이들의 활동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현재 캔버라 ‘2CC’ 라디오 방송국에서 뉴스 앵커 및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정보영씨(미국대사관 YAC), 그리고 시드니대학교에서 금융(전공) 및 경제학(부전공)을 공부하며 독립 정책 싱크탱크 ‘CIS’(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에서 재정정책 보조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정채영씨(시드니 미국 총영사관 YAC)가 이들 남매이다.
“언론인으로 더욱
폭넓은 경험과 성장 기대...”
정보영씨는 핌블레이디스칼리지(PLC)를 6년 첼로 뮤직 풀스칼라로 졸업한 후 시드니대에서 마케팅 학사를 마치고 언론학 석사를 공부하면서 캔버라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캔버라는 시드니, 멜번에 비해 작은 도시이지만 연방 수도인 만큼 호주의 주요 뉴스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보영씨는 주로 정치 시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소수민족 사업가를 발굴, 격려하기 위한 취지로 40년 넘게 이어지는 소수민족사업가상(EBA)의 추천위원으로 봉사하는 것과 함께 첼리스트로도 최근 60대 이상 시니어로 구성된 시드니갈렙교회의 샤론플룻앙상블(지휘: 김민아 플루티스트)과 협연하는 등 다양한 행사에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캔버라 기반의 라디오 방송 ‘2CC’에서 뉴스 앵커 및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정보영씨(사진). 정치 부문을 주로 취재하는 그녀는 호주와 미국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YAC 참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정보영씨 제공
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뉴스 보도 현장에 있다 보면 특정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갖게 마련이다. 보영씨가 “오커스(AUKUS) 안보동맹에 의해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등 호주와 미국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한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나아가 그녀는 양국 관계와 그 중요성에 대해 호주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고, 심지어 미국 대중문화의 수동적 소비자로 안주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동생이 시드니 미국 총영사관의 청년 자문위원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캔버라 주재 미 대사관에도 같은 제도가 있나 알아봤는데, 마침 거기서도 청년 자문위원을 공모하고 있었다”는 보영씨는 “양국 사이의 교류와 협력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캔버라에는 연방정부와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젊은이가 많아 시드니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특히 지난해 부임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친딸 캐롤라인 케네디(Caroline Kennedy) 대사의 존재감 역시 현지 젊은이들에게 미 대사관 YAC에 대한 상당한 동기 유발을 불러일으킨 듯하다”면서 “호주에서 케네디 가문의 인물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보영씨는 최근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선발 통보를 받았다. 그녀는 “언론과 음악 그리고 사회봉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력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면서 “YAC에 참여하는 동안 미국과 호주의 젊은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참여하는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소통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보영씨는 보다 넓은 안목을 가진 언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췄다. “라디오 앵커로 일하며 정치인들은 물론 지역사회 인사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 추가로 공부를 하거나 취재를 한다”면서 “YAC에서 활동하다 보면 국제 이슈들을 자주 접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널리스트라는 빡빡한 본업 외에 보영씨가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바탕에는 어릴 시절 들어온 부모의 격려가 깔려 있다. ‘The Sky is Your Limit’라는 꿈을 주었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 변화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며 그 꿈을 향해 가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어쩌면 캔버라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 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그런 격려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보영씨는 “막상 대학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렇게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사실 시드니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캔버라에 가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게 쉬운 결심은 아니었지만 진정 가슴 뜨거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 많이 발전하고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 늘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그녀는 미국 대사관 YAC 선발에 대해 “또 하나의 소중한 기회이면서 동시에 사명감을 갖는다”면서 “비록 작은 한 사람의 목소리지만 이를 통해 호주와 미국 양국 관계에 조금이라도 공헌하고 좋은 변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YAC 활동은 공동체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통로”
향후 12개월 동안 시드니 미국 총영사관 YAC로 참여하게 된 정채영씨는 중고시절을 제임스루스농업학교에서 3년, 아카데믹 풀스칼라로 스캇칼리지에서 3년을 보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현재 대학생 신분이지만 전공 분야에서 지난 3년 동안 활발하게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투자자문 업계에서 인턴십을 해왔고 지금은 CIS에서 재정정책 보조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인 제프리스(Jefferies) 호주 지사에서 인턴십이 확정돼 있다.
금융과 경제를 공부하는 그는 지난 2020년 경제교육 평등을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 ‘에코’(Echo)를 설립해 시드니 소재 각 대학 학생들과 함께 지방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경제 워크샵을 제공하는 등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한국신문 2020년 7월 8일 자 관련 기사 참조).
시드니대학교에서 금융과 경제를 공부하고 있는 정채영씨(사진). 그는 지난 4년여 투자사, 컨설팅 사에서의 인턴십, 경제교육 평등을 위한 비영리 단체 ‘에코’에서 관련 사회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YAC 참여가 또 하나의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사진 : 정채영씨 제공
2022년에는 조 호키(Joe Hockey) 전 주미 호주대사(Tony Abbott 정부에서 재무장관 역임)가 설립한 투자자문회사 ‘본다이 파트너스’(Bondi Partners)에서 인턴으로 경험을 쌓았다. 이 회사는 주로 호주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국내 방산업체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채영씨는 이 경험을 통해 경제 분야는 물론 호주 국방 부문에서 미국의 중요성을 절실히 알게 됐다고 말한다. 시드니 미국 총영사관의 YAC 참여를 결심하게 된 배경도 이런 맥락이다.
“호주와 미국은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문화 모든 부문에서 깊은 유대감을 가진 불가분의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미 공관의 YAC에 대해 “호주 젊은이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모아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영하고 양국 관계를 증진하는 것인 만큼 청년 자문위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채영씨는 부모의 격려와 손윗누이인 보영씨의 활동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비영리단체 에코와 YAC는 직접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통로로 만족감을 갖고 진행하는 활동”이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경험, 그리고 정치 경제 분야 지도급 인사들과 맺은 인맥은 장기적으로 자기 성장과 발전에 귀중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여러 부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비결을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지금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구별하여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쏟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총영사관 자문위원 활동은 “현재 대학생 신분으로 최고 수준의 경험과 지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기회”(선택)이며 “여가시간을 줄여서라도 우선순위에 둔다”(집중)고 말했다.
이어 채영씨는 “한국도 호주처럼 미국과 군사동맹을 포함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호주에서 살고 있는 한인 청년 2세들에게도 미국은 중요한 국가”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한인 청년들이 YAC에 참여해 호주와 미국과의 관계 증진은 물론 호주 주류사회에도 보탬이 되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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