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족문제 연구원인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의 제니퍼 박스터(Jennifer Baxter) 박사가 최근 내놓은 ‘Employment Patterns and Trends for Families With Children’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를 가진 여성의 풀타임 복귀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 : Pixabay / timkraaijvanger
주요 배경은 증가한 생활비 부담... 2022년 맞벌이 가족 비율 71%, 1979년의 두 배
레이첼 디 레바(Rachel Di Leva)씨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파트너가 있고, 현재 8개월에서 20개월 사이의 네 자녀를 돌본다. 그녀는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공원을 산책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같은 가족의 일상이 새로운 표준임을 인정한다.
건강산업의 규정 준수 컨설턴트인 디 레바씨는 “우리(본인과 파트너)는 둘 다 직업을 가진 전문가”라며 “힘들고 도전적인 저글링이지만 (수입을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재정적 측면에서의 가계 운영에)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시점에서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했다”는 그녀는 “하지만 재정 측면을 감안하면 전문적으로 일을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디 레바씨와 ‘Speech Pathology Australia’의 임원인 남편 롭(Rob)은 15세 미만 자녀가 있는, 대다수 가정이 겪고 있는 사회적 변화의 일부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주부로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비난이 줄어들고 근래 급격하기 치솟은 생활비 부담에 따라 정규직으로 직업전선에 나선 주부들이 크게 늘어났다. 노동력 및 인구조사 데이터를 보면 2022년 맞벌이 가족 비율은 71%로, 1979년의 거의 두 배가 됐다.
2년 전인 2021년에는 거의 3분의 1(31%)이 부부 모두 정규직으로 일하지만 커플 중 한 명은 풀타임, 다른 한 명은 파트타임(36%)으로 일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다. 부부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는 가족은 2009년 5가정 중 1가정(22%)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상환해야 할 담보대출 비용이 많아지고 또한 경력을 이어가려는 여성의 증가는 부부 중 한쪽(주로 남성)만 일 하는 가족의 수가 5분의 1로 줄었음을 뜻한다.
호주 가족문제 연구원인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의 제니퍼 박스터(Jennifer Baxter) 박사는 “재정적 필요가 여성(주부들)의 노동참여를 촉진하고 있으며, 더불어 여성들도 자신의 전공 교육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녀를 가진 부부의 연도별 고용 형태를 보여주는 그래프. 부부 모두 정규직으로 일하는 이들의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Source :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호주 가정의 변화와 관련, 최근 ‘자녀가 있는 가정의 직업 패턴과 추세’(Employment Patterns and Trends for Families With Children)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한 박스터 박사는 “사람들의 삶에는 매우 많은 경쟁력이 있으며, 집에 머물거나 일을 적게 하려는 욕구를 잠재우는 몇 가지 정말로 큰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사람들은 많은 금액의 모기지를 상환해야 하는 등 가계비용이 높아졌다”는 그녀는 “여성의 교육 수준은 지난 수십 년 사이 급상승했으며, 교육을 받은 만큼 그것을 활용하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양질의 보육시설, 유급 육아휴직, 업무 유연성 등은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여성들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레이첼 디 레바씨를 비롯해 (자녀를 가진) 많은 여성들은 파트타임으로 근무하지만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이 근무시간을 늘리기 위한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비타민 제조 부문에서 수년을 보낸 후 자신의 사업 ‘Allure Wellness Consulting’을 시작한 디 레바씨는 “3일 또는 4일만 일하면 기본적으로 수입은 더 적지만 여전히 (이전의 풀타임 당시처럼) 같은 시간을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많은 동료들이 아이를 출산한 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하는데, 여전히 시간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하는 불평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남편 크리스(Chris) 사이에 6살, 9살 자녀를 둔 응이 웰란(Nghi Whelan)씨는 한 주에 4일간 작업치료사 및 강사로 일한다. “두 딸아이를 갖고 있는데,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녀는 “하지만 재정적 측면을 고려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그녀의 두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웰란씨의 대학 친구도 파트타임 전문직으로 일하고 파트너는 풀타임 직업을 갖고 있다. 그녀처럼 다른 부부들도 한쪽(주로 남성)은 정규직으로, 다른 한쪽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자녀 양육의 대부분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쪽이 맡는다.
호주 정책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다니엘 우드(Danielle Wood) 최고경영자는 “변화하는 사회적 관습으로 인해 자녀가 어린 나이임에도 여성들이 많은 지원을 받고 유급 노동에 종사하도록 장려된다”고 설명했다.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보고서에서 제니퍼 박스터(Jennifer Baxter. 사진) 박사는 “재정적 필요가 여성(주부들)의 노동참여를 촉진하고 있으며, 더불어 여성들도 자신의 전공 교육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가 업로드한 유투브 영상 캡쳐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많이 대학에 입학하기 시작한 이래 40여 년 동안 여성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져왔다. 그리고 현재, 소득에 비해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은, 이제 내집 마련을 위해 부부 모두의 소득이 ‘거의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진보했고, 이제 더 많은 여성들이 정규직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우드 CEO는 “이는 여성의 경제적 안정에도 중요하다”면서 “출산 후 직장을 완전히 떠날 때, 여성들은 막대한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혼한 아버지보다 이혼한 어머니 사이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우드 CEO는 “우리(호주)는 여전히 여성의 정규직 비율에서 대부분의 OECD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멜번대학교(Melbourne University)에서 일과 고용, 가족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브렌던 처칠(Brendan Churchill) 박사는 박스터 박사의 연구 결과에 대해 “2023년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두 부모 모두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지난 40여 년 동안 남성의 고용률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성 평등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는 게 처칠 박사의 의견이다. 그는 “이런 변화는 이야기의 절반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아버지들은 여전히 정규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에 대한 아버지(남성)의 지배력이 지나고 그들 자녀의 나이가 많아졌을 때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변화, 평등을 향한 진보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부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는 호주 가정은 2009년 5가정 중 1가정(22%)이었지만 2021년에는 3가정 가운데 한 가정으로 늘어났다. 사진 : Unsplash / Arlington Research
시드니에 거주하는 두 자녀의 어머니로, ‘Family Friendly Workplaces inititaive’ 최고 고객 책임자로 일하는 타마라 로리스(Tamara Lawless)씨는 “(재정적으로) 가족을 부양하고자 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직장에서 일하기 전, 구직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던 그녀는 “자녀를 둔 여성도 가정 밖에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적을 갖고 싶어 하며 교육과 경력을 활용하고 또 도전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녀는 본인 친구(가정을 가진 여성) 그룹의 95%가 일을 갖고 있다면서 “재정적 이유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 자체를 즐기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 ‘Parents at Work’ 설립자 엠마 월시(Emma Walsh)와 조디 게디스(Jodi Geddes)씨는 이 연구(박스터 박사의 보고서)에 대해 “미래의 직업이 보다 가족친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점점 더 직장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워킹맘들에게 특히 그러하다”는 월시씨는 “넉넉한 육아휴직 혜택은 이제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직원들은 삶의 모든 단계에서 자신을 지지해줄 직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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