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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비자를 가진 호주 내 이주노동자 6명 중 1명이 법정 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직장 내 차별, 비자를 미끼로 한 협박, 안정하지 못한 노동조건 등에 처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시드니 도심의 사람들(사진은 이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 : 김지환 기자 /The Korean Herald

 

임시비자 소지지 6명 중 최소 1명 이상, 법정임금보다 적은 비용의 노동력 제공

인종 및 직장 내 차별-비자 미끼의 협박도... 정부 개혁 패키지 검토 중 ‘권고’ 발표

 

호주로 유입된 근로자 6명 가운데 1명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액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정책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괴롭힘, 안전하지 못한 노동조건이라는 만연된 착취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근래 호주에 도착한 고용 이민자의 5%에서 16%, 수치로는 2만7,000명에서 최대 8만2,000명의 근로자가 호주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21.38달러(21세 이상 성인 대상)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 이민자의 1.5%에서 8%(6,500명에서 4만2,000명)는 시간당 최소 3달러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라탄연구소 경제학자 브렌던 코츠(Brendan Coates) 연구원은 “이는 진정 놀랍고, 솔직히 말해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직장법을 시행하지 않는 세상을 원치 않는다”는 그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낮은 임금지급은 이들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서의 문제는 적은 임금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인종차별과 직장내 차별, 여권 압수, 내무부(또는 이민부) 신고 협박, 일자리 및 비자(고용주 스폰서 비자)를 얻기 위해 고용주 또는 중개인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강요당하는 등 다른 협박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는 비자규정을 전면 개편하고 직장 및 이민법을 강화하며 착취를 막기 위한 보다 바람직한 법 집행, 이주노동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을 찾아주기 위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함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개혁에는 연간 1억1,50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비용은 비자가 제공하는 노동권리에 매년 30달러로 설정된 선택적 임시비자 부담금(연간 4,500만 달러)과 근로자 저임금 지급에 따른 고용주 벌금(연간 7,000만 달러 이상)으로 충당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연방정부가 이주노동자 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연방 이민부 앤드류 가일스(Andrew Giles) 장관은 이주노동자 착취가 “이들은 물론 호주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임금 성장에 장애가 된다”면서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는 취약한 이주노동자가 착취를 당할 경우 이들을 보호함으로써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단호함을 드러냈다.

 

“저임금, 이주노동자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

 

그라탄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전체 근로자의 3~9%가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또한 전체 근로자의 0.5%에서 4.5% 사이는 최저임금에 비해 최소 3달러 낮은 임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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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 경제학자인 브렌던 코츠(Brendan Coates. 사진) 연구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실태와 관련, “진정 놀랍고, 솔직히 말해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으며 이주노동자의 낮은 임금지급은 이들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코츠 연구원은 “이는 호주 젊은이들 입장에서 정말로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같은 기술과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호주 거주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낮을 가능성이 40%나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호주에 머무는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기에 착취에 더 취약하다”며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뛰어난 영어 능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비자 조건이 고용주와의 협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호주 노동력 증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지난 2016년 조사를 보면 호주 전체 근로자 3명 중 1명은 해외에서 태어났으며 7%는 임시취업비자를 소지하고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임시비자 소지자, 특히 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메이커는 고용주 후원의 임시 취업비자 또는 유사한 다른 비자 소지자에 비해 2배 적은 임금을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호주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관광비자를 제외하고 호주 내에서의 노동 권리를 가진 임시비자 소지자는 2010년 6월 130만 명에서 2023년 3월에는 210만 명으로 증가했다.

 

호주 비자규정 개편 촉구

 

연방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고 하지만 그라탄연구소 보고서는 이런 조치들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팬데믹 사태 이후 문제해결 진전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정근로법(Fair Work Act)을 개정해 불법 임금비율을 표기한 일자리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소액청구 법원의 청구 최대 규모를 2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확대하는 등 일부 변화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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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이민부 앤드류 가일스(Andrew Giles. 사진) 장관은 "이주노동자 착취는 이들뿐 아니라 호주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임금성장에 장애가 된다”면서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는 취약한 이주노동자가 착취를 당할 경우 이들을 보호함으로써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단호함을 드러냈다. 사진 : Twitter / Andrew GIles MP

   

이전 연립(자유-국민당) 정부는 근로자 착취 문제를 알아보고자 이주노동자 타스크포스에 조사를 의뢰했고, 타스크포스는 2019년,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연방 노동당은 (향후 집권시) 이 권고사항을 완전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연방정부는 근로자 착취, 특히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이민법을 전면 개정할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 ‘동일 직종, 동일 임금’, 그리고 착취를 범죄로 규정하는, 연방선거를 앞두고 내놓았던 공약을 입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그라탄연구소 보고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착취에 덜 취약하도록 비자규정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을 제안했다. 코츠 연구원에 따르면 많은 임시비자 소지자들이 비자규정을 위반하여 일할 경우 비자가 취소되거나 영주비자로 가는 과정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참는 상황이다.

 

‘일할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 10만 명 추산

 

그라탄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등록 근로자’를 포함해 일할 권리가 없는 약 6만 명에서 1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호주에서 불법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법적으로 호주에 입국했거나 비자기간을 넘겨 체류하는 상태, 또는 일할 권리가 없는 비자(관광비자)를 소지한 경우이다.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주자들 또한 상당수가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일을 할 수 없는 ‘브릿징 비자 E’로 체류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비자기간을 초과해 체류한 이들을 포함하여 노동권이 없는 이주자들에게 공정근로법(Fair Work Act)에 따른 보호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라탄연구소 보고서는 이 같은 변화가 의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일할 권리가 없는 이주자들 중 추방이 두려워 착취를 신고하거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기술부족 부문의 임시비자를 ‘포터블’(portable)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특정 고용주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래야만 착취적 고용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고용주 후원 근로자는 고용주 회사에서 2년간 일한 후 영주비자를 신청할 수 있어야 하며,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에게는 1년간의 단수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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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전체 근로자의 3~9%가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또한 전체 근로자의 0.5%에서 4.5% 사이는 최저임금에 비해 최소 3달러 낮은 임금을 받는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코츠 연구원은 “워킹홀리데이 메이커가 비자를 연장하고 1년을 더 머물고자 하는 경우 지방 지역 또는 농업 부문에서 일정 기간 일해야 한다는 조항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학생의 일할 권리를 개혁하고 학생들이 비자조건을 위반할 위험이 있는 횟수를 줄이면서 노동권을 1년 단위로 제한하는 모델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에서 당하는 착취로 인해 근로 관련 비자 조건을 위반했을 경우 이주노동자의 비자를 취소하지 않는다는 보증 조약(‘The Assurance Protocol’)이 있지만 비자조건을 위반하여 일하는 이민자들에게는 착취를 신고하도록 장려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이를 보다 강화한 ‘착취 근로자 비자 보장’(Exploited Worker Visa Guarantee)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이주노동자들이 미지급 임금에 대한 청구를 추진하는 동안 호주에 머물 수 있도록 새로운 ‘Workplace Justice’ 비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장법 강화와 함께

부실사업주 단속 필요

 

보고서는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착취를 막기 위해 직장 및 이민법(workplace and migration laws)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이들에게 저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는 거의 적발되지 않으며, 적발된다 해도 그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다 적발된 고용주는 2021-22년도, 단 4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국세청(ATO)이 징수한 30억 달러, 공정경쟁 및 소비자법 위반으로 부과된 2억3,200달러와 비교된다.

코츠 연구원은 “저임금 지급을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때까지 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Fair Work Ombudsman’(FWO)의 명칭을 ‘Workplace Rights Authority’로 변경하고, 직장법 강화를 위해 현 FWO 산드라 파커(Sandra Parker) 의장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연간 6,000만 달러의 예산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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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호주에는 노동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불법으로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6만~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 : 7 News 방송 화면 캡쳐

   

코츠 연구원은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고의로 적은 임금을 지급한 경우 형사처벌을 포함해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법원이 내리는 최대 벌금 액수를 크게 높이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라탄연구소 보고서는 또한 이 기관의 법 집행을 위한 올바른 전략, 구조, 기술 및 관련 문화를 구축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독립적 검토를 의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자 규정을 위반하여 일하는 직장의 고용주 처벌을 위해 호주국경수비대(Australian Border Force)에게 형사법에 의한 충분한 제재 권한을 부여하고, 이 같은 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착취된 임금

지급 위한 지원도 필요“

 

그라탄연구소는 저임금으로 온전히 지급되지 못한 임금을 받아내려는 근로자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언급했다. 지난 2017년 임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임시비자로 일하는 동안 적은 급여를 받았다고 응답한 2,258명의 조사대상자 가운데 단 9%만이 미지급 임금을 받고자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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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 Work Ombudsman의 산드라 파커(Sandra Parker. 사진) 의장. 그녀는 이번 그라탄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Fair Work Ombudsman

   

코츠 연구원은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 센터’(Migrant Workers Centre)가 각 주(State)에 설치되어야 하고 지역사회 법률지원 단체 대상의 자금 지원이 증가되어야 하며 근로자의 공정 자격을 보장하는 ‘Fair Entitlement Guarantee’가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확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각 커뮤니티 법률지원 센터의 자원을 강화하여 호주 현지 근로자는 물론 해외에서 유입된 임시비자 근로자 모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코츠 연구원은 “또한 이들의 고용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Fair Entitlement Guarantee’에 임시비자 소지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 내무부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장관은 이미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 패키지를 검토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또 FWO 대변인은 그라탄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연구소가 권고한 내용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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