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 크레딧 카드 쉽게 발급… 잘 활용하면 재기 발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 사회가 경기침체에 빠진 지난 7년여 동안 집을 차압당하는 사람들은 물론 파산자들이 속출했다. 플로리다 지역 주요 도시들 가운데 올랜도, 탬파, 잭슨빌 등 세 지역의 7년 간 파산 신청은 그 이전 7년 동안 파산건수의 50%가 넘었다.

그러나 파산 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엄격한 신용사회인 미국은 파산자들에게 조차도 다시 신용을 쌓을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파산자들을 주 고객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새로운 각오로 재정관리에 들어설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산 경험자들의 미래가 활짝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을 다시 쌓는데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 뿐만 아니라 마땅히 시간이 필요하다.

파산 후에도 크레딧 카드 발급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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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로 파산 신청율이 증가했다. 사진은 백스트릿 보이스와 엔싱크 등 미 유명 보이밴드를 창설해 연예사업에 뛰어난 수완을 나타냈던 루 펄먼의 호화주택이 경매에 붙여진다는 광고가 <올랜도 센티널> 최근호 1면 하단에 등장한 모습.
 
신용사회에서 는 신용이 한 사람의 '가치'을 대변한다. 자동차나 주택 보험 회사들은 신용점수에 따라 고객을 판단하고 이자율을 조정한다. 이들은 신용점수를 가지고 고객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따져 보고 책임감이 있는지도 가늠한다. 금융관련 사업을 포함한 대다수 고용주들은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전에 그들의 신용점수를 조사한다.

특히 신용사회를 살면서 신용 카드가 없다는 것은 일상생활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자동차를 빌리거나 호텔방을 예약하는 데도 카드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파산 이후 크레딧 카드를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파산 이후에도 크레딧 카드 신청서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크레딧 카드 회사들이 파산자를 마치 신용세계의 첫 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 상태로 보고 기꺼이 크레딧을 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텍사스에서 행정보조원으로 일했다가 파산신청을 한 리챠드슨은 최근 <달라스 모닝 뉴스>지를 통해 "파산신청후 한동안 카드 관련 우편물이 중단될 줄 알았는데 도리어 크레딧 카드 신청서가 쇄도해 놀랬다"며 "이자율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리챠드슨은 한동안 크레딧 카드를 멀리하고 은행 현금 카드와 현금만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크레딧 카드를 쉽게 받을 수 없는 파산자들에게 시큐어드 크레딧 카드(secured credit card)는 크레딧을 다시 쌓아 갈 수 있는 적절한 장치이다. 시큐어드 크레딧 카드는 현금을 예치시킨 후 그에 해당하는 크레딧 라인을 통해 예치액만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은행측은 신용을 쌓은 우수 시큐어드 카드 고객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사용 한도액을 높혀 주기도 한다.

그러나 시큐어드 카드를 신청하기 전에 신청비나 입금 한도액을 미리 알아보고 무엇보다도 은행측이 신용보고를 하는 지 알아보고 카드 사용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과도한 소비성향 고치고 저축 구좌 만들라!

파산 경험자가 새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아 크레딧을 쌓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유념해야할 중요한 '수칙'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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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센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파산자에게 크레딧 쌓기는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이다.
 
파산자는 우선 자신을 파산으로 이끈 이유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파산의 이유가 과도한 소비성향, 실업, 혹은 건강악화 등 어떠한 경우라 할 지라도 이를 다스릴 만한 역량을 지니지 못했음을 숙고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새로운 재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평소의 지출 성향을 파악한 다음 자금이 낭비되는 곳을 차단한다. 은행에 저축구좌를 만들고 매달 일정 금액이 구좌에 입금되게 하고, 매달 납부금도 제때 완납하도록 한다. 또 크레딧 카드 사용은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 놓는다.

특히 신용보고는 파산자에게 중요한 사안이다. 한가지 사항이라도 분쟁이 발생하면 크레딧이 거부되거나 상당기간 크레딧 신용회사의 조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년에 1회씩 미국 3대 신용회사 기록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기회를 사용해 이상한 구좌가 열려 있는지 혹은 이미 닫은 구좌가 아직도 열려져 있는 상태인지 조사해 보는 것이 좋다.

최소한 1년 한차례 3대 신용회사 기록 열람해야

신용조회 회사가 파산자의 기록을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파산 후 약 두달 정도 기다린 다음 여전히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3대 회사에 법정 파산 문서 복사본과 함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파산기록은 10년까지 간다. 그리고 이 기간에 신용을 다시 쌓아가려면 파산자는 매우 주의깊게 신용기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텍사스 에디슨의 파산 전문 변호사인 캐롤린 체스넛은 파산자가 자신의 크레딧 보고서에 몇 문장으로 파산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남기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지적한다. 크레딧 회사로 하여금 파산자가 '죄인'이나 혹은 '돈 떼어 먹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감 있고 근면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말려든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방 파산법 관계자는 “파산 기록 제거 등 크레딧 수정을 내세워 돈벌이를 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법적으로 정확하게 나쁜 크레딧 기록을 없앨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합법적인 크레딧 교정 업무 정도는 개인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천신만고 끝에 파산에서 벗어난 사람은 다시 신용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좋든 싫든 과거의 무너진 신용기록은 앞으로의 삶 속에서도 한동안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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