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공선택 1).jpg

호주 대학들의 인문학 전공 학생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영문학, 역사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지난 10년 사이 25% 이상 줄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연방 교육부 데이터... 전통적 영문-역사학 수강자,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

 

예술 학위에 등록한 학생들이 전통적 인기 학문인 영문학 및 역사학 전공을 피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이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 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연방 교육부 데이터에 따르면 역사를 전공하는 예술대학 학생 수는 지난 10년 동안 3분의 1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영문학을 선택한 젊은이들 또한 4분의 1 이상 줄었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2021년도 두 전공 부문에 등록한 학생은 거의 4,500명에 불과했다. 학계는 이 같은 일부 인문학 전공자 감소에 대해 기술 기반 과정을 통한 취업 준비, 인문학 등록비 상승, 디지털 기술 발달의 영향으로 진단했다.

뉴카슬대학교(University of Newcastle) 영문학과 제스퍼 구달(Jesper Gulddal) 교수는 “관심 분야의 변화, 시각적 스토리텔링으로의 전환은 우리(예술학부)에게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대학에 대한 선입견도 있다”는 그는 “이 분야 전공자의 고용 결과가 좋지 않으며, 고용주로 하여금 영어 전공 학생을 선호하도록 인식을 바꾸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뉴카슬대학교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영어와 문예창작을 전공한 학생은 25%가 줄었다. 그럼에도 구달 교수는 “졸업생들이 명확하게 쓰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창의적으로 일하기를 원하기에 고용주들은 여전히 문학 부문 전공자의 중요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이런 기본은 고용주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달 교수는 “문학창작 과정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어 (대학 입장에서는) 구원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놓았다.

구달 교수에 따르면 논란이 된 ‘Job Ready Graduates Package’로 대부분 예술대학의 등록금이 113%나 급증하면서 영어나 역사학 등 일부 전공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교육과 간호, STEM, 보건 관련 등 미래 직업을 위한 학업을 장려하면서 이 분야의 정부 대학기금을 180억 달러에서 2024년까지 200억 달러로 확대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역사학 전공자의 경우 2021년 등록 학생은 5,400명이다. 이는 10년 전 8,400명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문학 전공자도 같은 기간 4,700여 명에서 3,3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두 과목은 모두 2021년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의 등록생 수를 기록했다.

반면 이 자료는 원주민학(Indigenous studies. 10년 사이 60% 증가), 철학(20% 증가) 등 일부 인문학 전공자가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Gender-specific’을 공부하는 학생도 소폭 증가했으나 고고학, 인류학, 사회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문학비평을 강의하는 시드니대학교 영문학자 매튜 서스먼(Matthew Sussman) 박사는 “영어 전공은 여전히 예술 학위를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매력이 있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350명의 1학년 학생이 그의 고전문학 강좌에 등록했다.

“이 강의는 영어 전공을 위한 하나의 관문과 같다”는 그는 “창의적 작문 과정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인문학 과목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합(전공선택 2).jpg

지난 10년 사이, 예술대학 전공별 선택 추세을 보여주는 그래프. 역사학, 사회학, 문학, 종교학과 학생은 두드러진 감소를 보인다. Source: National data from the Education Department

   

서스먼 박사는 문학(고전)에 대해 “비판적 사고능력을 갖게 해 주며 세상을 보는 안목에도 도움이 되는 최고의 도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어 “인문학이 쇠퇴하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로부터 듣는 이야기와 맞지 않는다”는 그는 “팬데믹 이후, 그리고 AI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고등교육학자인 앤드류 노턴(Andrew Norton) 교수는 “많은 이야기가 인문학의 하락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던 일부 학생들이 법률 또는 커뮤니테이션 과정을 수강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문학 분야의 일부 과정 학생 감소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일치하며 소설이나 역사 읽기를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울릉공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에서는 2021년, 영문학 전공 수료 학생이 단 48명에 그쳤다. 이 대학교 인문학부 이카 윌리스(Ika Willis) 부교수는 “스토리텔링의 권위 있는 매체는 소설이었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영화학으로 바뀌었다”며 “하지만 한때 문학 전공자를 필요로 했던 시기 이상으로 이 분야 전공자 수요가 늘어나 다시 전환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영문학 졸업생은 인간과 AI 생성 텍스트 사이의 싸움에서 무엇이 위태로운지 이해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위치에 있어 향후 취업 전망이 좋다”고 덧붙였다.

시드니대학교 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아베니 터미텔렌(Abeni Termytelen)씨는 향후 영문학 교수를 꿈꾸고 있다. 지난 2018년 Colo High School을 졸업한 그녀는 HSC 시험 준비를 맡았던 영어교사들로 인해 ‘비실용적 선택일 수 있는 문학 전공의 고정관념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서 “가족들이 영문학에 대한 내 열정을 지지하고 그것이 내가 영문학자가 되는 긴 경력을 쌓기로 결정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터미텔렌씨는 문학에 대해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우리 과거의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부분 모두를 역사에 참여시키는 흥미로운 방법”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이 같은 능력이 없다면 우리의 공감능력은 덜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변인은 대학에서 인문학을 선택하는 학생 수 감소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추세는 대부분 과정의 졸업생 수요 변화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각 전공 분야의 경력성장 가능성과 졸업생의 취업 결과에 대한 정보 가용성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이 정보에 입각해 진로를 결정하고 더 나은 성장 및 수입 전망이 있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노동당 정부는 Job Ready Graduate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조사에 대한 최종 보고서는 올해 12월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전공선택 1).jpg (File Size:79.2KB/Download:21)
  2. 종합(전공선택 2).jpg (File Size:54.9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01 호주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한의 날씨, “세계유산 위협하는 공통의 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0 호주 시드니 주택 시장의 ‘FOMO’ 심리, 3개월 사이 7만 달러 가격 폭등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9 호주 Year 12 학생들, 대학 입학시 원격 수업보다는 ‘캠퍼스 활기’ 원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8 호주 ‘주거 스트레스’, 지방 지역으로 확산... 민간단체들, “정부 행동 필요”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7 호주 연방정부 최초의 ‘Wellbeing budget’, 호주인들 ‘더 부유하고 장수’하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6 호주 정부 예산, 200달러 흑자 전망되지만... “올해 ‘생활비 경감’ 추가 조치 없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5 호주 ‘School zones’ 속도위반 적발 가장 많은 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4 호주 12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북반구의 7월, 올 여름 호주의 예상되는 기후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3 호주 스리랑카와 호주의 국가정체성 탐구 소설, 올해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2 호주 Auction theory... 경매 통한 거래방식이 부동산 시장에 암시하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1 호주 ‘파워풀 여권’ 순위... 호주 186개국-한국 189개국 무비자 방문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0 호주 심화되는 이상기후... 시드니 다수 교외지역, 더 많은 ‘tree canopy’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9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의 ‘은밀한’ 코카인 사용량,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8 호주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인플레이션 수치 하락 중... 일부 주요 국가들 비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7 호주 호주 실업률 다시 하락... RBA, 8월 통화정책 회의서 금리인상 가능성 ↑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6 호주 대다수 호주인들, “이민자 유입 너무 많다”... ‘적다’는 이들은 극히 일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5 호주 중앙은행 미셸 블록 부총재, 차기 총재 선임... 금리 인하 시작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4 호주 세금신고 정보- 새 회계연도의 세무 관련 변화... 환급액, 더 낮아질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3 호주 FIFA 주관의 첫 여자축구 국제대회, 그리고 1세대 ‘Matidas’의 도전과 투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2 호주 Mind the price gap... 기차라인 상의 각 교외지역 주택가격, 큰 차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1 호주 치솟은 기준금리와 높은 인플레이션... 호주인 절반, ‘재정적 위기’ 봉착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0 호주 ‘재택근무’는 ‘획기적’이지만 CBD 지역 스몰비즈니스에는 ‘death knell’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9 호주 NSW 정부, 주택계획 ‘Pilot program’으로 5개 교외지역 ‘신속 처리’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8 호주 “아직은 모기지 고통 적지만 젊은 임차인들, 높은 임대료로 가장 큰 압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7 호주 HSC 시험 스트레스 가중... 불안-집중력 문제로 도움 받는 학생들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6 호주 NSW 보건부, 급성 vaping 질병 경고... 일단의 젊은이들, 병원 입원 사례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5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3번째 키위사망자 발생 보고 일요시사 23.07.19.
6474 호주 2022-23년도 세금 신고... 업무 관련 비용처리가 가능한 항목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3 호주 잘못 알고 있는 도로교통 규정으로 NSW 운전자들, 수억 달러 ‘범칙금’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2 호주 차일드케어 비용, 임금-인플레이션 증가 수치보다 높은 수준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1 호주 2023 FIFA 여자 월드컵... 축구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변모시켰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0 호주 시드니 주택임대료, 캔버라 ‘추월’... 임대인 요구 가격, ‘사상 최고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9 호주 입사지원시 기업 측의 관심을 받으려면... “영어권 이름 명시하는 게 좋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8 호주 세계 최초 AI 기자회견...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거나 반항하지 않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7 호주 개인소득세 의존 높은 정부 예산... 고령 인구 위한 젊은층 부담 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6 호주 일선 교육자, “계산기 없는 아이들의 산술 능력,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5 호주 SA 주 8개 하이스쿨서 ChatGPT 스타일 AI 앱, 시범적 사용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4 호주 NSW, ‘세입자 임대료 고통’ 해결 위해 Rental Commissioner 임명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3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Dodgeball Sydney’와 함께 ‘피구’ 리그 마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2 호주 CB 카운슬, 어린이-고령층 위한 대화형 게임 ‘Tovertafel’ 선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1 호주 Millennials-Gen Z에 의한 정치지형 재편, 보수정당 의석 손실 커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60 호주 고령연금 수혜 연령 상승-최저임금 인상... 7월 1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9 호주 다릴 매과이어 전 MP의 부패, NSW 전 주 총리와의 비밀관계보다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 호주 호주 대학생들, ‘취업 과정’ 우선한 전공 선택... 인문학 기피 경향 ‘뚜렷’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7 호주 보다 편리한 여행에 비용절감까지... 15 must-have travel apps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6 호주 각 대도시 주택시장 ‘회복세’, “내년 6월까지 사상 최고가 도달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5 호주 주 4일 근무 ‘시험’ 실시한 기업들, 압도적 성과... “후회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4 호주 연방 노동당, QLD에서 입지 잃었지만 전국적으로는 확고한 우위 ‘유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3 호주 호주 RBA, 7월 기준금리 ‘유지’했지만... 향후 더 많은 상승 배제 못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2 호주 NSW 정부, 각 지방의회 ‘구역’ 설정 개입 검토... 각 카운슬과 ‘충돌’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