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서부 내륙, 와가와가(Wagga Wagga) 지역구 주 의원(자유당)이었던 다릴 매과이어(Daryl Maguire. 사진)씨.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전 NSW 주 총리와의 비밀 관계가 드러난 뒤, 이들의 관계가 심각한 부패 행위와 연관되어있는지에 대한 반부패위원회(ICAC)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진 : Facebook / Daryl Maguire
ICAC 조사보고서, 중국인 대상 불법적 ‘비자’ 관여-부동산 개발 등 사적 이익 도모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전 NSW 주 총리가 대릴 맥과이어(Daryl Maguire) 전 자유당 의원(Wagga Wagga 지역구)과 비밀관계를 이어가던 당시 심각한 부패 행위에 가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패감시 독립 기구인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ICAC)은 지난 6월 30일(금), 베레지클리안 전 주 총리가 매과이어와의 관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NSW 주 최고위직에서 사임한 지 약 2년 만에 그간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베레지클리안 전 주 총리와 매과이어 사이의 비밀관계가 주 총리로서의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집중됐으며, ICAC는 지난 2016년과 17년, 베레지클리안 당시 NSW 재무장관이 매과이어와의 개인적 관계를 공개하지 않은 채 와가와가에 있는 Australian Clay Target Association(ACTA)에 대한 보조금 수여를 감독함으로써 대중의 신뢰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ICAC는 이 행위가 그녀의 공적 의무와 사적 이익 사이의 이해충돌을 야기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ICAC는 베레지클리안 전 주 총리가 2018년 와가와가에 있는 RCM(Riverina Conservatorium of Music)의 리사이틀 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을 때, 그녀가 매과이어와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려는 욕구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것도 발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과이어는 ACTA 및 RCM에 대한 주 정부 자금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며, 베레지클리안은 지출검토위원회(Expenditure Review Committee)에서 이 보조금 지원을 승인했다. 당시 그녀는 Expenditure Review Committee를 주재한 최고위 인사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두 사람이 공개되지 않은, 친밀한 개인적 관계(연인 관계)에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를 마친 ICAC는 NSW 검찰청장(Director of Public Prosecutions. DPP)에게 베레지클리안 전 주 총리의 범죄혐의에 대해 추적할 것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직에서의 위법 행위’로 매과이어를 기소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DPP의 조언을 얻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ICAC의 조사 보고서가 공개된 같은 날, ABC 방송은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다릴 매과이어의 부패 행위는 베리지클리안 전 주 총리와의 비밀관계보다 훨씬 많은 것을 드러낸다”면서 보고서가 언급한 내용을 전했다.
와가와가 지역, 리버리나(Riverinsa) 기반 사업가 숀 더피(Shaun Duffy)씨가 중국인 근로자를 후원하여 취업비자를 받게 한 대가로 받았다는 현금. 매과이어는 자신의 지역구 사업체가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비자를 받게 한 뒤 그 대가를 현금으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행위에 동조한 사업체에도 현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진은 매과이어에게 속았다고 주장한 숀 더피씨가 사진으로 남겨놓은 것을 ICAC가 공개한 것이다. 사진 :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제공
중국인 대상의 비자 문제 관여
ICAC가 심각한 부패 행위로 간주한 것 중 하나는 다릴 매과이어가 이민 계획과 관련해 개인의 재정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원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오용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이 부분 내용을 종합하면 매과이어는 와가와가 지역 일부 사업체를 활용해 불법으로 이민자를 유치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매과이어가 이 계획을 리버리나(Riverina)의 여러 사업체에 이야기했으며, 지역 사업체들은 ‘매과이어가 선거구 지역 의원이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자신들을 이용했다(sucked in)고 진술했음’을 기술했다.
또한 보고서는 리버리나 지역 기업들이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는 중국인 근로자의 비자를 위해 어떻게 관여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구인광고 초안을 작성하고 이민대리인이 처리할 비자 상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 매과이어의 동료 매기 왕(Maggie Wang)에게 매과이어가 지역 사업체를 소개한 방법도 기술했다.
숀 더피(Shaun Duffy), 앵거스 맥라렌(Angus McLaren) 등 리버리나 사업가들은 처음에 이 계획이 합법적이라 생각했다는 주장이다. 맥라렌씨는 ICAC 조사에서 “거액의 현금이 담긴 봉투를 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것이 ‘비린내 나는 것’으로 의심했다”면서 “우리가 무언가에 빨려들고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비리에) 관여하고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에는 맥라렌씨가 “비자를 받은 직원들이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하지 않고, 우리가 돈 봉투를 받고 있을 때쯤, 우리는 사기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진술도 담겨 있다.
다릴 매과이어의 조력자로 중국인 근로자의 비자 발급 문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매기 왕(Maggie Wang)씨. 사진 :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제공
또한 ICAC 조사 결과 숀 더피씨는 (돈을 받은 것이 불편하여) 왕씨(매과이어의 조력자 중 하나)에게 이미 받은 현금 5만 달러를 되돌려주려 했지만 그녀가 ‘눈먼 돈’(It's got nowhere to go)이라고 말한 증거를 설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ICAC 보고서를 보면, 매과이어는 이민 브로커와 공모해 자신의 지역구 사업체를 (스폰서 기업으로) 끌어들인 뒤 (비자를 필요로 하는 중국인들에게) 호주에서 체류할 수 있는 합법적 취업비자를 내주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받아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의회에서 거액의 현금 받기도
ICAC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비자발급 대가가 NSW 주 의회의 매과이어 사무실로 전달됐다.
보고서는 ICAC가 매과이어의 불법적인 이민 계획 관여와 관련하여 그가 10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수령하고 보유했음을 확인해야 한다는 Counsel Assisting(법률 지원 변호인단)의 의견 제출을 언급했다.
ICAC는 이민 계획에서 매과이어의 활동, 공직자로서의 위법 행위와 관련, 그를 기소하는 것에 대해 DPP의 조언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한 호주 국경수비대가 이 계획과 관련해 중국계 브로커 매기 왕과 매과이어를 기소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를 위한
‘door opener’
ICAC는 매과이어가 주 의원으로서 자신의 사무실과 자원을 부적절하게 활용했음도 확인했다. 그가 ‘사실상 이사이자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간’ 회사 ‘G8wayInternational’에 이익을 주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2012년 NSW 주 의회에서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와 대표단을 당시 주 총리였던 배리 오파렐(Barry O'Farrell)에게 소개해주고 그 대가를 받았음도 포함되어 있다.
ICAC 조사 보고서는 또한 매과이어가 루이스 워터하우스(Louise Waterhouse), 조 알라(Joe Alha), 샤벨 데미안(Charbel Demian) 등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대신해 관련부처 장관급 고위 인사 및 정부 관리에게 어떻게 했는지도 설명했다.
다릴 매과이어(왼쪽)와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오른쪽) 전 NSW 주 총리. ICAC는 조사를 통해 매과이어가 와가와가 지역을 위해 요청한 자금 지원을, 재무장관이던 베레지클리안 전 주 총리가 승인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것이 두 사람의 비밀 관계에서 공적 의무와 사적 이익 사이의 이해충돌을 야기한다고 판단했다. 사진 :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제공
보고서는 “매과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커미션을 ‘챙기기’(earn) 위해 능력을 발휘했다”며 “어떤 단계에서도 그는 개발업자를 대신해 접근한 정부 인사들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조사가 진행 중에 재생한 그의 전화통화(도청된)는 매과이어가 150만 달러를 벌고자 하는 부동산 거래, 태평양 카지노에 대한 수수료 부분을 언급하는, 중국 지원을 받는 회사 UWE와의 거래도 있었음을 드러냈다.
증거인멸 시도도 드러나
ICAC는 매과이어의 조력자인 필립 엘리엇(Phillip Elliott), 매기 왕(Maggie Wang)의 기록 파기, 그리고 자신의 전자메일 삭제 행위와 관련, 그를 기소할 가능성에 대해 DPP의 조언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조사 결과에는 매과이어가 이전 ICAC 조사 전에 나온 조력자 필립 엘리엇에게 쓴 문자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메시지는 “오래된 휴대전화에 흔적이 묻어 있지 않으면 추적할 수 없다는 것만 기억하라. 교훈은, 항상 새 기술을 갖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정기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Ta just remember your phones can't be traced unless you have an old one with lots of shit on it. So the lesson is always get NEW TECHNOLOGY, everyone needs to do it regularly)며 비유적으로 ‘spring cleaning’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매과이어가 이 부분에 대해 “자료를 파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고”, “다른 이들(그의 조력자들)에게도 그들의 기록 삭제를 부추긴 증거라는 데 동의했다”고 기술했다.
매과이어가 ICAC에 제출한 이전 문서에는 “(자신의) 이메일을 삭제할 당시 ’카펠 작전‘(Operation Keppel)이라는 이름의 조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거나 엘리엇 및 매기 왕의 기록을 파기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되어 있다. 매과이어는 ICAC의 조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할 ‘의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ICAC는 이 같이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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