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이전부터 지나치게 계산기에 의존함으로써 하이스쿨에 입학한 이후에도 수리 능역에서 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 Unsplash / Anoushka Puri
계산기 과도 의존... 기본 산술 부족한 하이스쿨 학생들, 수학 학습에 어려움 겪어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계산기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더하기, 빼기, 곱하기 등 기본적인 산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하이스쿨에 입학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학 교사들은 학생들의 낮은 수리력 문제가 초등학교 이전에 시작되며, 계산이나 측정과 같은 일상적 산술 방법을 자녀에게 가르치는 부모가 많지 않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라이드(Ryde) 소재 ‘Ryde Secondary College’의 캐시 노리스(Cassy Norris) 교장은 “점점 더 많은 7학년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이미 마스터했어야 할 기본적인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교사들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리스 교장은 최근 동 학교 연례보고서에서 이전의 관련 문제 보고서를 언급하며 “현재 학생들은 낮은 수준의 수리력을 가진 채 하이스쿨에 입학하고 있으며 계산기 없이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및 나누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종종 계산기 없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구구단(times table)을 모르기에 각 하이스쿨은 학생들이 수리 능력에 대해 초등학교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리스 교장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지난해 ‘나플란’(NAPLAN. 호주 학생들의 학업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3, 5, 7, 9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치르는 평가)에서 전반적인 수리력이 다소 감소한 데서 촉발됐다.
보고서는 전문 교사의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학생의 부족한 산술 능력이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2022년 데이터는 남학생들의 산술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함을 시사하며, 여기에는 7학년부터 계산기나 개인교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포함된다”면서 “수리력에 대한 가정에서의 기본적인 가르침은 우리(교사들)가 (수학 교습에) 더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특히 NSW 주는 지난 2018년 국제 학생평가 프로그램인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PISA) 시험에서 사상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다.
NSW 수학학회인 ‘Mathematical Association of NSW’의 리 하일랜드(Lee Hyland) 회장은 덧셈 등과 관련해 초등학생들이 계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녀는 “계산기 이용도 좋지만 (산술에서는) 정답의 타당성을 (스스로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 학생평가 프로그램인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PISA) 시험에서 NSW 학생들의 수학 능력은 2017년부터 OECD 국가 평균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Source: PISA 2018
하일랜드 회장은 한층 늘어난 기기들로 인해 일부 부모의 경우 자녀에게 직접 음식물을 세거나 요리할 때 재료를 측정하는 방법을 함께 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산술 능력을 길러주는 기본 교육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NSW대학교 수학자인 킴 베스윅(Kim Beswick) 교수는 초등학교에서 구구단을 마스터하지 못한 것이 하이스쿨에서 더 복잡한 수리 개념을 배우는 학생들의 능력을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음으로써(구구단을 마스터하지 못함으로써) 모든 것이 느려지고 있다”는 베스윅 교수는 “대수학에서 항의 계수를 곱하는 방법을 감안하면 이는 학습에 장애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스윅 교수는 학생들이 구구단을 숙달하지 못한 것은 반드시 초등학교의 잘못이 아니며 하이스쿨 교사가 이를 마스터하도록 유도하기에 8학년쯤이면 자동으로 기억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실제로 하이스쿨에 입학할 때까지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며 상당수의 학생이 오랜 시간 후에야 이를 마스터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스윅 교수는 하이스쿨 학생들의 산술 능력과 관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또 하나는 교육용 온라인 게임 형태로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육기술의 확산임을 언급했다.
그녀는 “온라인 제품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좋은 점이 있지만 무서운 부분도 없지 않다”며 “교사들에게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개발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NSW 교육부 대변인은 “수학교육 부문의 리뷰는 지속적인 우수성 추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