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분석가들 "대선 지지율 영향 우려, 당선 경우 셀프 사면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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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이는 대선 선거 운동 행보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해석도 있다. 사진은 플로리다주 롱우드시 한 주택 담장에 걸려 있는 트럼프 포스터.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틀리) 최정희-김명곤 기자 =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로 예정된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 대배심에 의해서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총 37개에 달한다. 국방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가 31건, 나머지 6건은 문건 은닉, 그리고 허위 진술 등과 같은 사법 방해와 관련한 혐의다. 재판부는 앞서 오는 8월 14일부터 약 두 달 동안 예심을 진행하는 일정을 공개했다. 검찰 측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역시 이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애미 연방 법원의 에일린 캐넌 판사에게 오는 12월 11일까지 재판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밝힌 일정에서 약 4개월 뒤인데요.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측에서 제시한 12월보다 더 늦출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역시 재판을 위해 검토할 양의 방대하다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일 법원에 접수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를 맡고 있는 크리스 카이스 변호사는 기소 후 6개월 이내로 재판을 시작하자고 하는 검찰 측 요구는 불합리한 것이라면서 이는 오심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 재판 일정을 언제 시작해 달라고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검찰 측은 공판 전 심리 일정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10일 접수한 자료에서 오는 14일로 예정된 공판 전 심리 일정을 그다음 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심리는 앞으로 재판에서 기밀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 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일정이다.

법원은 이번 재판이 기밀문서 유출 문제를 다루는 만큼 보안을 중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방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기밀문서 유출 사건 관련 증거를 언론이나 대중에 공개하지 말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특검은 무죄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 관련 문건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할 것을 우려해 사건 관련 문서를 사용하는 데 조건을 달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대중 공개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적 도전 최대한 미루려는 전략"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 이처럼 재판 일정을 연기하려는 이유는 자신의 대선 선거 운동 행보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해석도 있다. 내년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제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다. 특히 공화당에서는 많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공화당 내에서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재판이 자신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은 마주하고 있는 법적 도전을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 양상이 변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과거에 의사를 밝힌 '셀프 사면', 즉 스스로 사면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련된 재판은 기밀문서 재판만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에는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으로 기소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 등과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3월 말 기소된 건이다. 해당 재판은 공화당 경선이 한창인 내년 3월에 열릴 예정이다.

재판 중이거나 혹은 유죄를 받아도 대통령 선거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헌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조건은 태생적으로 미국 시민일 것, 35세 이상일 것, 그리고 미국 거주 기간이 14년 이상일 것 등 3개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계속해서 기소돼도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여러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기소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내고 있는 선거 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9일 현재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2%를 넘는다.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 23%, 그리고 3위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지지율 6%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이 업체가 집계한 평균 지지율을 살펴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5월 이후 단 한 번도 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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