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달(6월) 호주 실업률이 3.5%로 ‘깜짝’ 하락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8월 RBA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확률을 조금 높여 전망하고 있다. 사진 : Robert Half Talent Solutions
ABS 7월 고용 데이터, 3만3천 명 이상 구직... 5월 3.6%에서 0.1%포인트 낮아져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강한 고용이 이어지면서 다음달(8월) 호주 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달 셋째 주 통계청(ABS)이 내놓은 고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달(6월) 거의 3만3,000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얻으면서 호주 실업률은 다시 3.5%로 깜짝 하락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지난 달 약 1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5월과 같은 3.6%의 안정적인 실업 수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ABS는 6월 데이터를 내놓으면서 계절적 조정 추정치에서 실업률이 하향 수정된 5월의 3.6%에서 약간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투자회사 ‘IG Group’의 호주 시장분석가 토니 시카모어(Tony Sycamore)씨는 8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RBA 이사회가 현금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40%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정기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RBA의 400베이시스 포인트(basis point)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예상보다 높은 일자리 수치는 2분기 인플레이션 데이터 상승에 대한 놀라움을 줄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RBA가 언급한 우려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고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수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카모어 분석가는 “인플레이션이 6월 분기(2분기) 시장 예측인 6.2%를 상회하게 되면 또 다시 금리인상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연구소 ‘BDO economic’의 앤더스 맥너슨(Anders Magnusson) 연구 파트너는 RBA가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강세를 호의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는 동안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RBA의 적은 선택폭(‘narrow path’)이 넓어질 수 있다”며 “이미 단행한 몇 차례의 금리인상 영향이 완전한 효과로 나타나지 않았기에 향후 호주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RBA의 과거 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이 증가하지 않았기에 RBA는 다음 달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 점진적이고 긍정적인 추세가 이어지도록 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풀타임 고용, 10년 사이 ‘최고’
ABS 데이터에 따르면 15세 이상 노동시장 참여율은 5월 최고치인 66.9%에서 지난달 66.8%로 소폭 하락했다. 이 또한 실업률을 낮게 유지한 요인 중 하나였다.
ABS 노동통계국 책임자인 비요른 자비스(Bjorn Jarvis) 국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호주인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 대유행 이전에 비해 100만 명 이상이 고용 상태에 있는 것 외에도 인구의 더 많은 비율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올해 6월 15세 인구의 64.5%가 고용 상태로, 2020년 3월에 비해 2.1%포인트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경제연구소 ‘BDO economic’의 앤더스 맥너슨(Anders Magnusson. 사진) 연구 파트너. 그는 실업률 하락에 대해 “RBA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 점진적이고 긍정적인 추세가 이어지도록 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 BDO Australia
또한 고용된 이들이 더 긴 시간 근무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일하는 시간이 4.7% 늘어났으며 취업자 수는 3%가 증가했다. 이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근로자들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BS 수치를 보면 풀타임 고용은 70.2%로 2012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비스 국장에 따르면 풀타임 고용의 급속한 증가는 여성 근로자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는 “팬데믹 직전 여성 근로자의 풀타임 고용은 54.2%였으나 2023년 57.9%로 증가해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는 팬데믹 사태 이전 80.9%에서 81.5%(2018년 수준)으로 남성 풀타임 고용이 완만하게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이다.
불완전 고용률은 지난해 2월 최고 수준인 6.4%를 유지했지만 팬데믹 이전, 몇 년간 지속적으로 8%를 상회한 수준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
하지만 이 같은 실업률 ‘깜짝’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가 상승할 조짐도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 7월 20일(목) ‘텔스트라’(Telstra)가 거의 500명에 이르는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주요 기업들도 경제 침체에 대비해 고용자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 최대 통신회사인 텔스트라는 “경쟁력 있고 효율적-효과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 전체 직원의 약 1.5%인 472개의 일자리를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몇 주 사이 인력 감축을 발표한 기업들 가운데 ‘Lendlease’, ‘Ansell’, ‘Westpac’, ‘Australia Post’, ‘Ford’ 등과 함께 대규모 감원을 밝힌 회사 중 하나이다.
ANZ 은행 국내경제 책임자인 아담 보이턴(Adam Boyton) 연구원은 “호주 노동시장의 약화 징후가 연말경에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노동시장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지만 향후 몇 개월 동안 실업률이 완화되고 더 높은 수준으로 표류할 초기 징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