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최초의 ‘웰빙 예산’(Wellbeing budget)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호주인의 웰빙은 기대수명 등의 주요 영역에서 개선되고 있지만 우려되는 점(만성적 건강 문제)도 있다. 사진 : Flickr / Ben Smith CC BY-SA 2.0
NZ-캐나다-독일 등과 유사한 모델, 건강-보안-환경-경제 및 사회 부문의 지표 추적
호주인들은 더 부유하고 행복하며 장수가 기대된다. 하지만 호주 및 호주인의 삶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측정을 보면, 많은 이들이 만성적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토착동물들이 죽어가고 정부와 관련 기관과의 거리도 멀어지고 있다.
연방 재무장관은 매년 5월, 다음 회계연도 정부의 경제 운용 전반, GDP와 주요 수출품 가격, 임금 상승률 등 전반적인 경제 지표에 초점을 둔 예산계획을 발표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경제학자와 사회정책 입안자들은 정부가 자연환경, 빈곤 및 삶의 질을 고려하기 위해 ‘경제’ 부분에 초점을 둔 국가적 성과의 좁은 척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짐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지난 7월 21일(금)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사한 이니셔티브를 모델로 한 호주 최초의 ‘웰빙 예산’(wellbeing budget)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대수명에서 팟캐스트 청취시간에 이르기까지 호주인의 생활 전반에 관한 것이 포함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정부는 건강, 보안, 환경, 경제 및 사회 부문을 다루는 50개 지표를 추적했다. 이 가운데 20개는 2000년 초반 이후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며 12개는 악화된 반면 이외 나머지는 거의 변화가 없거나 혼합된 결과를 보였다.
웰빙의 가장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는 기대수명이다. 이 부분에서 호주인들은 좋은 결과를 얻었다. 오늘 태어난 여자 아이들은 평균 85.4년을, 남자 아이는 81.3년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주인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그래프. 시간이 지나면서 질환을 겪는 남녀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Source : Federal government ‘Measuring What Matters’ report
하지만 이번 웰빙 보고서는 호주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만성적 건강 문제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관리의 개선은 더 긴 기대수명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웰빙 보고서에는 삶의 질도 포함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의 수는 감소했다. 남성과 여성이 즐기는 여가 시간의 양도 꾸준한 편이다(호주인들은 하루 3.5시간 TV를 시청하고 2시간 이상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반면 자원봉사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어들고 있다. 2019년의 경우 3분의 1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개인 시간을 투입했다.
웰빙 보고서는 정부 부채수준(호주는 2008년 이후 악화), 1인당 국민소득(지난 20년 사이 상승) 등 중요 재정 사안도 조사했다. 호주는 현재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그 기반은 협소하다는 점을, 이번 보고서는 지적한다. 국가 지식을 보다 복잡한 산업 부문에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추적한 ‘경제 복합성’(economic complexity) 측정에서 호주는 133개 국가 중 91위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케냐와 라오스,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등의 국가에 비해 약간 앞선 수준이다.
남녀별 좋아하는 활동 유형과 시간을 보여주는 그래프(2020-21년 기준)
2000년 들어 호주인은 더욱 부유해졌다. 2002-03년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은 40% 증가해 6만8,000달러(호주화 기준)를 넘어섰다. 반면 소득과 부의 심화된 불평등은 2008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
호주인들은 또한 점점 더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 지난 6년간의 기록적인 수치로 취업시장에 진출한 여성의 경우, 가장 낙관적이다.
호주인들의 삶이 나아지는 반면 자연 상태는 더 황폐화됐다. 그 동안 278종의 동물과 조류, 파충류, 어류 55%가 감소했다. 집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할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거주지의 이웃에 대한 신뢰는 더 증가했지만 연방정부에 대한 믿음은 하락했다.
이번 ‘웰빙 예산’ 아이디어는 수년 전에 제기된 것이다. 야당 시절, 찰머스 재무 담당 의원은 이 아이디어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여당(자유-국민당 연립)의 조시 프라이덴버그(Josh Frydenberg) 재무장관은 “이 정치적 상대(Jim Chalmers)는 히말라야 아시람(Himalayan ashram. 힌두교도들이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에서 나왔다”며 그를 조롱한 바 있다.
하지만 정책개발 싱크탱크 ‘Centre for Policy Development’의 웰빙 프로그램 책임자인 워윅 스미스(Warwick Smith) 연구원은 “이 보고서는 호주인들에게 중요한 모든 문제를 측정하는 핵심 단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통적 조치는 중요하지만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며 “이(웰빙 보고서)는 거리 디렉토리에서 GPS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호주인의 직업 만족도. Source: Federal government ‘Measuring What Matters’ report
찰머스 장관은 국가가 직면한 경제적 도전과 국민들의 웰빙 핵심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관은 “정부의 주요 초점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지역사회와 전국적으로 경제-사회적 목표를 더 잘 조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설명한 뒤 “호주는 국제 지표에서 유사한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우리 국민과 지역사회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러 부분에서의 조치가 주기적으로 추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매년 ‘웰빙 예산’ 작업을 수행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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