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지난 1972년부터 시작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 목록에는 현재까지 1,157개의 자연 및 문화유산이 등재되어 있다. 이 가운데 호주에 있는 20개의 세계유산이 기후변화로 인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세계유산 중 하나인 타스마니아의 크래들 마운틴(Cradle Mountain, Tasmania). 사진 : Discover Tasmania / Luke Tscharke
CSIRO 주도 연구 보고서, 문화-자연 손상으로 ‘World Heritage’ 제외될 수도
인류에게 매우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장소들 가운데 일부가 ‘기후변화로 인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현 상태대로라면 ‘세계유산’(World Heritage)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그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호주 연방 과학연구기관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CSIRO)이 주도한 최근 관련 연구는 기후변화가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해당 유산이 어떻게 보존될 수 있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유엔 산하 기구인 유네스코(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UNESCO)가 1972년 시작한 세계유산 목록(World Heritage List)은 ‘인류에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며 ‘미래 세대를 위해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자연과 문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전 세계의 교육, 과학, 문화 보급과 교류를 위해 설립된 유엔의 전문 기구이다.
이 목록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문화 및 자연적 가치를 설명하는 10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현재 유네스코의 이 목록에는 1,157개의 유산이 등재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20개는 호주에 있다.
CSIRO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카카두 국립공원의 자연풍경과 원주민 암벽화(rock arts)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상 위험이 크다. 사진 : Kakadu National Park
여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에 있는 웅장한 자연 카카두 국립공원(Kakadu National Park), 타스미나이에 있는 죄수 수용소 포트 아서(Port Arthur)가 포함된다.
이 같은 호주의 빼어난 자연,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공통의 적은 기후변화이다.
특히 위험에 처한
‘문화’ 유산들,
이번 연구에 참여한 CSIRO의 선임연구원 브렌다 린(Brenda Lin) 박사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 자연유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기온 상승, 극심한 폭풍, 해수면 상승, 산불 등의 측면이 문화유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2014년 연구에서는 기후변화가 모든 자연유산의 약 절반을 위협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2020년에는 모든 목록(자연 및 문화유산)에서 인식된 가장 큰 위협으로 제기됐었다”고 경고했다.
CSIRO의 또 다른 연구원인 제시카 멜번-토마스(Jessica Melbourne-Thomas) 박사는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다수 지역에서도 가까운 미래 또는 다소 더 장기적으로 타격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기후변화 영향의 본질에 대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연구원들)가 확인한 것은 그 영향이 이미 많은 곳에서 느껴지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욱 증가하리라는 것”이라면서 “이는 또한 문화유산이 가진 다양한 측면의 악화와 퇴화 비율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NSW 서부 먼 내륙에 자리한 'Willandra Lakes Region'. 극심한 가뭄으로 호수는 물이 마른 지 오래됐고, 호수에서 드러난 원주민 유적은 풍화의 위험에 처해 있다. 사진 : UNESCO
린 박사는 호주 전역의 여러 곳에서 원주민 문화유산도 위험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NSW 서부 내륙 원주민 문화유산 사이트(이 또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어 있다)인 ‘Willandra Lakes Region’(원주민 Muthi Muthi, Ngiyampaa, Barkinji 부족이 만나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을 언급하면서 “오랜 가뭄으로 인해 풍경이 말랐고 바람에 의한 침식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침식은 묻혀 있던 원주민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며 “우리가 이를 찾아내고 보호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얼마 안 가 소중한 유산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건물 안으로
물이 들어오고 있다”
서부호주, 프리맨틀(Fremantle, Westerm Australia)에 있는 ‘Fremantle Prison’, 타스마니아의 ‘Port Arthur’ 등 죄수 시대 사이트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해수면 상승은 두 지역 건축물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바닷물과 염분은 이 건축 구조물인 돌과 모르타르를 악화시키는 상황이다. 린 박사는 “뿐 아니라 건물 안으로 물이 들어와 호주가 가진 많은 역사적 자료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특징이 사라지면 해당 장소나 문화유적은 유네스코의 이 목록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타스마니아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초기 죄수 수용 사이트인 포트 아서(Port Arthur)는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침투함으로써 이 오랜 건축물의 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 : Facebook / Port Arthur Historic Site
이번 연구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면서 세 가지 변경사항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원주민들이 세계유산 관리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멜번-토마스 박사는 원주민 참여 이유로 “아주 오랜 기간 이어오면서 이 땅의 역사, 자연의 변화에 대한 이해, 환경과 관련된 토착 지식이 풍부하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해결할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런 한편 과학자들은 세계유산을 결정하는 기준이 기후에 따라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린 박사는 “우리는 기후변화가 해당 지역의 모습, 풍경을 바뀌게 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50년, 70년, 100년 동안 본래의 모습에 영향을 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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