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여,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압박이 가중된 가운데 기후 변화에 대한 시급한 대처보다 가계 재정을 걱정하는 호주인 비율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최근 캐나다 예로나이프(Yellownife)에서 발생한 산불 상황을 보여주는 뉴스 화면.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Resolve Political Monitor, ‘즉각적 조치 필요한 시급한 문제’ 응답은 절반 이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압박이 지속되면서 대개의 호주인이 다양한 사회 문제, 특히 급변한 기후변화보다도 ‘일용할 양식’을 우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조사 결과, 전 세계적 사안인 기후변화에 대해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급한 문제”로 간주하는 호주인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계 재정 압박이 다수 유권자들의 우려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Resolve Strategic’과 손잡고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Resolve Political Monitor’의 최근 결과에 따르면 호주 전역 유권자의 12%만이 ‘환경과 기후’ 문제를 ‘보건 및 노인 간병’과 함께 ‘최우선 사안’으로 지목했으며 생활비 부담을 중요하게 보는 이들은 48%에 달했다.
이는 지난 2년여 사이, 강력한 기후 행동에 대한 지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로 가장 최근인 이달 둘째 주 주말의 Resolve Political Monitor는 유권자의 45%만이 기후 변화를 “심각하고 긴급한 문제”이며 “상당한 비용과 희생을 수반하더라도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연립(자유-국민당) 정부 당시 절반이 넘는 51% ‘동의’에서 감소한 수치이다.
또한 29%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반응이었으며 “기후 변화가 진정한 문제라는 것을 확신할 때까지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기후 회의적 접근 방식”을 지지한 이들은 16%, 모르겠다는 답변은 10%였다. 지난 3월, “살기에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선언한 유엔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을 포함해 기후 전문가들이 보다 서둘러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긴급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호주인의 정서는 점차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7월은 아시아와 유럽 및 북미 전역에 엄청난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록상 가장 무더운 계절이 됐다. 과학자들은 폭염과 함께 심각한 산불 위험을 증가시킬 호주 여름의 엘니뇨 시작에 대한 경보를 울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이어진 높은 인플레이션, 여기에다 에너지 사용료의 급격한 상승이라는 가계재정 압박은 유권자들의 기후 변화 인식을 능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 행동에 대한 호주 유권자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설문 결과. 질문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였다. Source: Resolve Political Monitor
전체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우선적인 문제의 중요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한 부분에 대해 91%는 ‘높은 생활비’ 문제를 지목한 반면 ‘기후 변화’를 꼽은 이들은 66%였다.
이는 연방정부가 2025년까지 전기요금을 275달러 절감하겠다는 선거공약에 대해 야당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담당하는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장관의 ‘탄소배출 감소 정책에 대한 추가 투자 주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 경색이 전력가격 급등을 불러온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재생 에너지 출시가 정부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너무 느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달 Resolve Political Monitor 조사는 지난 8월 9일(수)에서 13일(일)까지 호주 전역 1.6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2.4%이다.
이 조사를 진행하는 Resolve Strategic의 짐 리드(Jim Reed) 대표는 “기후 행동에 대한 대중의 긴급성이 약화되는 것은 다수 유권자들이 직면한, 어려운 경제 환경을 반영한다”면서 “연립정부 시대를 지배했던 고도의 양극화된 에너지 정책 쇠퇴로 인해 지난해 연방선거를 기점으로 서서히 무관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사람들은 자유롭고 쉬우며 효과적인 조치를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비용이 소요되거나 입증되지 않은 정책의 경우 더 많은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태양열 에너지, 배터리, 전기 자동차(EV) 등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부문에서의 선행투자가 친환경으로 가는 데 큰 장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사에서 다수의 유권자(59%)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3%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를 지지한 반면 2년 전 같은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배출량 감소라는 국가 전략에 도움이 되는 여러 잠재적 정책에 대한 지지는 뒷걸음질 쳤다.
예를 들어 신규 주택에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것에 대한 지지는 2021년 10월 조사 당시 38%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3%로 하락했다.
연방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3% 감축에 대한 유권자 지지 결과. Source: Resolve Political Monitor
새 전기자동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지는 2021년 조사에 비해 5%포인트 하락한 56%였으며 2030년까지 모든 석탄 채굴 및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녹색당의 정책은 29%의 유권자들만이 지지를 표했다. 이 또한 2년 전의 37%에서 감소한 것이다.
반면 호주의 여러 에너지 정책 가운데 일부가 될 원자력에 대한 지지는 40%로 꾸준히 유지된 가운데 33%는 결정을 미루었고 27%만이 반대를 표했다.
야당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는 이미 원자력을 연립 야당의 정책 플랫폼으로 설정했다. 지난 달 의회 연설에서 그는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소형 원자로를 건설함으로써 호주의 에너지 수요를 비용 효율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보웬 장관은 원자력에 대한 연립 야당의 제안을 반복적으로 조롱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고 호주의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체하기에는 건설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반박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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