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야채섭취 1).jpg

건강한 먹거리 구입에 소요되는 높은 비용 문제로 신선식품 섭취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괴혈병(scurvy)이나 구루병(rickets) 등 어린이 성장을 막는 질병 발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어린이들에게 야채 섭취를 권장하는 한 신선농산물산업단체의 이미지. 사진 : Hort Innovation Australia

 

공공보건 연구원들, 저렴한 먹거리-비건강 식품으로 과거 질병 재유행 ‘우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호주 가계의 생활비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크게 상승한 식료품 가격으로 인해 음식 자선단체에 의존하는 이들의 비율도 늘어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공보건 연구원들은 질 좋은 먹거리를 손에 넣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과거 영국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빅토리아 시대(Victoria-era)의 질병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 이후 식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여기에 호주 곳곳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일부 신선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 영양 및 식이요법 전문가인 레베카 골리(Rebecca Golly) 박사는 건강한 식료품 구입이 어려웠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 괴혈병(scurvy. 비타민C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증상) 또는 구루병(rickets. 4개월~2세 사이의 아기들에게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D 결핍증으로 머리, 가슴, 팔다리 뼈의 변형과 성장장애를 일으킴) 등이 발생된 바 있으며, 호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 대학교 ‘Caring Futures Institute’ 소장인 골리 박사에 따르면 호주 농업 부분에서는 국민들이 섭취할 수 있는 만큼의 야채를 제공하지만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하루 권장량의 절반도 안 되는 채소를 먹고 있다.

 

종합(야채섭취 2).jpg

보건전문가들은 생활비 부담이 덜 건강한 식사를 선택하도록 한다고 우려한다. 사진 : Pixabay / Shutterbug75

   

그녀는 단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야채를 먹어야 한다는 캠페인은 신선하고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접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용 문제, 게다가 실제로 이를 요리할 시간과 영감의 부족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Buy now, pay later?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공공보건 학자인 아만다 리(Amanda Lee) 명예교수도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하는 게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리 교수는 올해 초 발표한 연구에서 2022년 과일, 야채, 콩과 식물(legumes) 가격이 12.8% 증가한 반면 건강에 덜 좋은 식료품 가격은 9%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는 “내년도 호주인의 영양 상태에 대한 국가 보고서가 발표될 때, 상태가 악화된 것을 확인하더라도 놀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 문제(신선한 먹거리 확보)는 점점 더 악화되고 또한 근절되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엄밀히 말해 호주인들은 나중에 건강이 나빠질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지갑을 열어야 하는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종합(야채섭취 3).jpg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호주 가구 유형별 생활비 증가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이 유형에서 ‘기타 수혜자’(other beneficiary)는 주수입원이 고령연금이나 보훈연금 이외의 정부 보조금 수혜를 뜻함. Source: ABS Selected living cost indexesG

   

리 교수에 따르면 호주의 건강한 먹거리 가격 문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고 있다. 그녀는 “전염병 대유행, 식량 공급망 붕괴, 높아진 연료 가격, 우크라이나 전쟁, 홍수와 산불 및 기후변화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건강증진 문제

 

호주 전역 3,600개 이상 야채농장을 대표하는 ‘AUSVEG’는 연방정부의 식량안보 조사에 신선식품 소비 확대를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국가전략 수립을 포함해 20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AUSVEG의 공공전략 담당자인 루시 그렉(Lucy Gregg)씨는 하루 야채 섭취량을 1회만 늘려도 정부 의료비 지출을 2억 달러 줄일 수 있으며 신품산업에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야채섭취 4).jpg

전염병 발생 이후 신선식품 가격은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사진 : Pexels / Tara Clark

   

그녀는 “수요를 늘릴 수 있다면 공공 보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가 확대되면서 재배자들에게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렉씨는 “인력부족, 연속적인 라니냐 패턴을 동반한 습한 기후조건, 화학물질 등 기타 관련 상품의 가격 상승으로 야채 가격이 크기 올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식습관 ‘중요’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확립시킨다는 취지로 신선농산물산업단체인 ‘Hort Innovation Australia’는 관련 자선단체인 ‘Healthy Kids Association’와 협력해 초등학교 매점에 야채 제공을 늘렸다.

Healthy Kids Association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샤디아 자코비치(Shadia Djakovic)씨에 따르면 Hort Innovation Australia가 3년간의 이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 기금을 제공했다. 그녀는 “호주 어린이 중 단 6%만이 하루 권장량의 야채를 섭취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식품업계 파트너와 협력해 각 학교 매점의 요구에 맞는 채소를 기반으로, 즉석에서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사(ready-to-eat meal) 개념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야채섭취 5).jpg

자선단체 ‘Healthy Kids Association’은 신선농산물산업단체인 ‘Hort Innovation Australia’와 손잡고 각 학교 매점에 야채 메뉴를 늘리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진은 이에 참여한 남부호주(South Australia) 소재 Cambrai Primary School 학생들. 사진 : Cambrai Primary School

   

이 프로그램에는 판매 가격을 맞추고 학교 구내식당에 더 저렴하게 야채를 공급하기 위해 협동조합과 재배자로부터 야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계획이 포함된다. 그녀는 “학교 캠페인에는 낮은 자원봉사자 비율과 노동력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메뉴에 야채를 간편하게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코비치씨에 따르면 연방 과학산업연구기관인 CSIRO의 지원으로 협회가 NSW 주에서 시범 실시한 소규모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학교 매점의 메뉴를 변경하고 특정 메뉴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든 후 야채 구매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야채섭취 1).jpg (File Size:118.3KB/Download:26)
  2. 종합(야채섭취 2).jpg (File Size:94.7KB/Download:31)
  3. 종합(야채섭취 3).jpg (File Size:18.0KB/Download:21)
  4. 종합(야채섭취 4).jpg (File Size:105.7KB/Download:20)
  5. 종합(야채섭취 5).jpg (File Size:90.7KB/Download:2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51 호주 호주 주택위기 심화... 구입 경제성,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50 호주 올해 겨울 시즌, ‘호주 기상 기록상 가장 따뜻한 계절’... 기상청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49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태양열 패널 설치 주민에 자금 지원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48 호주 ‘Intergenerational Report 2023’... 주요 그래프를 통해 보는 호주 미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7 호주 NAPLAN 평가의 근본적 개편 이후 NSW 3분의 1 학생, ‘기준 충족’ 미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6 호주 호주 다수 지역들, 올해 봄 시즌 높은 수준의 ‘심각한 산불’ 경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5 호주 성적 괴롭힘 관련 ABS 전국 조사, 젊은 여성 35% 이상 ‘피해 경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4 호주 보건-의료 부문에 매월 5천 명 신규 인력 추가... 그럼에도 직원부족 이유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3 호주 주택담보대출 상환 스트레스... 대출자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실수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 호주 “생활비 압박에 따른 ‘식품경제성’ 위기, 괴혈병-구루병 위험 높인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1 호주 단 7주 만에 수백만 달러... ‘돈세탁’에 이용되는 NSW 최악의 펍과 클럽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0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지역사회 지도자들, 폭력 문제 해결 위한 ‘한 목소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39 호주 40년 후 호주 인구, 거의 1,400만 명 추가... 총인구 4,050만 명 이를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8 호주 허위 고교 졸업장-영어평가서로 대학에... 시드니대, 상당수 ‘부정입학’ 적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7 호주 “연방정부의 주택 계획, 향후 10년간 임차인들 320억 달러 절약 예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6 호주 “2023년의 ‘Matildas’, 여자축구-스포츠 이벤트의 ‘게임 체인저’로 기억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5 호주 ‘off-market’ 주택 거래... “일반적으로 매매가격 낮추는 경향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4 호주 Sydney Royal Wine Show 2023... 국내외 전문가가 선택한 최고의 와인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3 호주 NSW 각 학교 학생들의 교내 ‘베이핑 문제’ 심각... 교육부, 실태파악 나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2 호주 SA 주 연구원들, 대변검사 없이 대장암 여부 확인하는 ‘조작’ 박테리아 설계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1 호주 지속되는 생활비 위기... ‘기후변화 행동’ 지원 호주인 비율, 빠르게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0 호주 캐나다베이 카운슬, 오랜 역사의 이탈리안 축제 ‘Ferragosto’ 개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9 호주 7월 호주 실업률 3.7%... 일자리 14,600개 실종-실업자 3,600명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8 호주 CB 카운슬, 예술가-지역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거리 예술’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7 호주 호주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4강에 만족해야... 결승 진출 좌절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6 호주 호주 각 대학에서의 ‘표현의 자유’ 위협, 2016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5 호주 시드니 시, 헤이마켓에 한국-중국 등 아시아 문화 및 음식거리 조성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4 호주 인플레이션 수치, 호주 중앙은행 목표인 2~3% 대로 돌아오고 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3 호주 NSW 주 정부, 신규 주택 위해 시드니 11개 교외 공공부지 재조정 알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2 호주 수천 명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온라인상에서 각 지역의 잊혀진 역사 공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1 호주 호주 전역 대도시 주택가격 오름세 보이지만... 상승 속도는 더디게 이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0 호주 라이프스타일-대도시보다 저렴한 주택가격이 ‘지방 지역 이주’의 주요 요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9 호주 CB 카운슬, ‘War on Waste’ 관련 무료 워크숍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8 호주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의 양면성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7 호주 생활비 압박 속 ‘생계유지’ 위한 고군분투... ‘multiple jobs’ 호주인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6 호주 대학 내 만연된 성폭력 관련 ‘Change The Course’ 보고서 6년이 지났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5 호주 획기적 AI 혁명, “수용하거나 뒤처지거나”... 전문가-학계-기업 관계자들 진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4 호주 No dance, No gum, No 방귀! 10 of the silliest laws around the world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3 호주 공실 늘어가는 시드니 도심의 사무 공간, 주거용으로 전환 가능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2 호주 일단의 정신건강 전문가들, 장기간의 실직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1 호주 시드니 부동산 시장 회복세 ‘뚜렷’, 주택가격 치솟은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0 호주 “NSW 주 ‘유료도로 이용료 감면’ 대신 ‘바우처’ 도입해 통행량 줄여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9 호주 NSW 전역 캥거루 개체 크게 증가... 과학자들, 생물다양성 문제 경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8 호주 “뜨개질 그룹에서 치매-손 떨림 예방하고 새 친구들도 만나보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7 호주 2022-23년도 ‘금융’ 부문 옴부즈맨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9만7천 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6 호주 ‘메트로 웨스트’ 기차라인 건설 지연, NSW 주택건설 계획도 ‘차질’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5 호주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가격 2.3% 상승... 일부 교외지역 성장세 두드러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4 호주 호주에서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은 누구...? 노년층 아닌 중년의 남성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3 호주 새로운 계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초기 단계 환자에 ‘효과 가능성’ 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2 호주 올해 6월까지 12개월 사이, 광역시드니의 임대료 최다 상승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