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더 많은 수의 성인 자녀가 30대 중반까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30-34세 남성의 경우에는 독립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성에 비해 두 배나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 : Pexel / Andrea Piacquadio
인구-사회연구소 ‘McCrindle’ 분석... 30대 중반까지 ‘독립’ 못한 남성 비율 높아
“늦어진 결혼연령-더 높은 부채 등 ‘전통’ 벗어난 신흥 세대의 인생 지표 보여준다”
2000년대 들어 크게 높아진 주택가격은 성인이 된 젊은이들로 하여금 독립을 하지 못하게 하고 부모 집에 ‘얹혀’ 살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이를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호주에서 점차 더 많은 수의 성인 자녀가 30대 중반까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30-34세 남성의 경우에는 독립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성에 비해 두 배나 높다.
독립 인구-사회연구소 ‘McCrindle’이 통계청 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풀타임으로 학업에 종사하지 않는 20-24세 남성의 절반 이상, 여성의 43%가 독립을 하지 못하고 부모 집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cCrindle의 관리 책임자인 소피 렌턴(Sophie Renton) 연구원은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높은 성인 비율에 대해 “치솟은 주택가격과 문화적 다양성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우리는 또한 신흥세대가 전통적 인생 지표(가령 결혼이나 첫 아이 출산 등)를 늦추고, 더 오랜 시간, 더 늦은 나이까지 학업에 매달리며, 이전 세대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부채를 안고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개발 로비그룹 ‘호주 도시개발연구원’(Urban Development Institute of Australia. UDIA) 주관의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이 데이터에 따르면 25-29세 남성 22%와 여성 15%가 부모 집에 남아 있다. 이 비율은 30-34세 남성에게서 10%, 여성은 남성의 두 배인 20% 수준이다.
동 단체 NSW 지부(UDIA NSW)의 스티브 만(Steve Mann) 최고경영자는 “서로 다른 세대가 한 지붕 아래서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신규 주택공급 부족으로 주거비용이 너무 높기에 재정적 필요성으로 인해 독립을 하지 않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생활을 택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24세가 된 앵거스 콜린스(Angus Collins)씨는 시드니 동부 쿠지(Coogee)의 부모 집에서 ‘꽤 좋은 생활’을 하고 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이 청년은 부모에게 임대료를 지불하지는 않지만 쓰레기통 처리, 빨래 등 가사를 도와주는 것으로 이를 대체한다.
그는 “임대료는 물론 식료품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며 좋은 집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좋다”면서 “언제든 여자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등 부모의 간섭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앵거스의 어머니인 재닌 콜린스(Janine Collins)씨도 아들이 집에 함께 있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그녀는 “앵거스가 성인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존중하고자 노력했다”며 “(함께 살지만 아들이 외출시)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돌아올 것인지 등을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역시드니에서 20-24세 젊은층 가운데 독립을 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곳은 쿠링가이(Ku-ring-gai)로, 무려 80%에 달한다. 이어 헌터스힐(Hunters Hill. 77%), 힐스샤이어(The Hills Shire. 76%), 페어필드(Fairfield)와 혼스비(Hornsby. 각 74%)가 뒤를 잇는다.
특히 25-29세 젊은이들로 학업 상태에 있지 않으면서 부모 집에 앉혀 사는, 비의존 자녀(non-dependent children)를 가진 가정은 50%에 달하며 힐스샤이어(47%), 쿠링가이(41%), 헌터스힐(40%), 혼스비(39%) 순으로 높았다.
렌턴 연구원은 동일 공간에서의 서로 다른 세대간 생활이 일부 문화에서는 ‘표준’이며 또한 아름다운 공동체 의식과 보살핌을 제공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주택구입 경제성 문제로 이 같은 공동거주 비율이 증가한다면 이는 조사되어야 할 문제라 본다”고 말했다.
독립 인구-사회연구소 ‘McCrindle’의 소피 렌턴(Sophie Renton) 연구원은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은 성인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 “높은 주택가격과 문화적 다양성 때문”이며 “또한 신흥 세대가 전통적 인생 지표(가령 결혼이나 첫 아이 출산 등)를 늦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Pexel / Andrea Piacquadio
NSW대학교 도시미래연구센터(City Futures Research Centre)의 관련 조사를 보면 젊은 자녀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은 재정적 이유 외에 보살핌, 동료애, 외로움 탓도 있다. 동 연구센터 에드가 리우(Edgar Liu)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젊은 나이의 남성이 여성에 비해 뒤늦게 독립하는 이유는 여성에 비해 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또한 (남녀) 파트너 관계가 끝나면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우 연구원은 “많은 젊은이들이 가족과 함께 살면서 안전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기도 하는데, 특히 나이 많은 부모가 은퇴 주거지나 요양시설에 있는 게 아니라 한 집에서 같이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멜번(Melbourne) 교외지역인 뷰마리스(Beaumaris)에 살고 있는 아담 시몬드(Adam Simmonds)씨는 성인 딸인 사만다(Samantha), 나타샤(Natarcha)와 함께 살면서 자녀들이 집안에 활력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딸들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우려하고 있다.
그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것에서 벗어나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며 “모든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시몬드씨의 아내인 카렌(Karen)씨는 “딸들과 함께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딸들이 외출을 하거나 또는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종종 문제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수영코치로 일하는 24살의 나타샤는 부모 집에서 사는 동안, 아파트 임대료를 비롯해 혼자 거주하는 데 소요되는, 한 주(a week) 약 700달러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물론 부모와 함께 살면서 좋아하는 요리를 같이 하는 것을 즐기지만 그런 한편으로 독립을 갈망하고 있다”는 그녀는 “부모에게 너무 의지하다 보니 한 인간으로 온전하게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 연령-시기별 부모 집 거주 비율
(연령별 : 2006년 / 2011년 / 2016년 / 2021년)
▲ 남성
15-19세 : 82% / 83% / 83% / 86%
20-24세 : 46% / 46% / 47% / 51%
25-29세 : 20% / 19% / 21% / 22%
30-34세 : 9% / 9% / 9% / 10%
▲ 여성
15-19세 : 79% / 80% / 80% / 85%
20-24세 : 36% / 37% / 39% / 43%
25-29세 : 12% / 12% / 14% / 15%
30-34세 : 5% / 5% / 5% / 5%
Source: ABS censuses
■ 시드니, 부모-자녀세대 동거 가정 비율
(20-24세. 지역 : 비율)
▲ non-dependent
Wollondilly : 50%
Hawkesbury : 48%
Sutherland Shire : 48%
Shellharbour : 46%
Camden : 46%
Fairfield : 46%
Dungog : 46%
Yass Valley : 46%
Wingecarribee : 44%
Liverpool : 43%
-non-dependent는 풀타임으로 학업을 하지 않는 자녀
▲ Non-dependent 및 dependent
Ku-ring-gai : 80%
Hunters Hill : 77%
The Hills Shire : 76%
Fairfield : 74%
Hornsby : 74%
Sutherland Shire : 71%
Liverpool : 68%
Northern Beaches : 66%
Blue Mountains : 64%
Mosman : 64%
Source: AB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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