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회사가 직접 건설, 소유, 관리하는 대규모 ‘Build-to-Rent’(BTR) 주택이 더 많은 임대주거지를 제공함으로써 주택 위기를 해결하지만 시드니의 경우 높은 토지 비용으로 인해 다른 도시에 비해 BTR 주택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멜번(Melbourne)에서 개발되고 있는 ‘Realm Caulfield’ 임대주택 단지. 사진 : Realm
Property Council 컨퍼런스서 제기... NSW, VIC 비해 ‘임대주택 건설’ 크게 적어
부동산 시장에서 말하는 ‘Build-to-Rent’(BTR) 주택은 한 회사(또는 개인)가 소유하고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대규모 특수 목적의 임대주택을 뜻한다. 즉 부동산 개발업자가 아파트 블록을 건설, 소유하면서 임차인에게 임대하는 이 개념은 더 많은 임대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주택부족 위기를 해결함은 물론 건축 부문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으로 선전되어 왔다.
하지만 시드니의 경우 이 같은 BTR 주택건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토지 가격과 실행 가능한 부지 부족’을 꼽는다.
최근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로비그룹인 호주 부동산위원회(Property Council Australia) 컨퍼런스에 제출된 대형 컨설팅 회사 KPMG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에서 BTR 주택을 주도하고 있는 도시는 멜번(Melbourne, Victoria)이다. 이 도시의 BTR 주택 프로젝트 대부분은 멜번 도심(Central Business District) 가까이에 밀집되어 있는 반면 시드니의 경우 소수의 부지가 파라마타(Parramatta), 매콰리 파크(Macquarie Park) 등 제2, 제3의 비즈니스 중심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KPMG 파트너인 카일리 아나스타시(Kylee Anastasi) 경제학자는 “이는 시드니가 다중심 도시로 진화, 발전하는 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적합하고 실행 가능한 BTR 주택 부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녀는 BTR 주택이 적은 수익률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다른 자산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지만 “좋은 방향으로 호주 임대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중 하나이자 다수의 BTR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대형 건설회사 ‘머백’(Mirvac)의 BTR 임대 책임자인 안젤라 버클리(Angela Buckley)씨는 “BTR 주택은 또한 이미지 문제를 겪을 수도 있는데, 세입자들은 일반적으로 임대시장의 임대료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업계는 이를 ‘프리미엄 상품’으로 포지셔닝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도시의 BTR 임대주택 개발 지역을 보여주는 그림. 멜번이 도심(CBD) 인근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시드니는 도심에서 먼 교외지역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Source : KPMG
그녀는 이어 “이를 바꾸어야 한다”면서 “BTR 시장이 부유한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백은 시드니 올림픽파크(Sydney Olympic Park), 멜번 CBD에 임대주택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멜번과 브리즈번(Brisbane)에 또 다른 3개의 BTR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호주 부동산위원회가 의뢰한 또 다른 건설팅 회사 EY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NSW에서 운영되는 BTR 주택단지는 315개, 건설 중인 주택 블록은 430개에 불과한 반면 빅토리아 주에는 1,711개의 블록이 운영되고 있으며 4,938개의 BTR 주택 블록이 건설되고 있다. 계획 중인 규모에서도 NSW(3,000개)는 빅토리아(8,000개)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BTR 주택이 호주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12%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지난 8월, 효율적 도시공간 연구를 제공하는 ‘Urbis’와 국제 상거래 전문 법률회사 ‘Allens’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BTR 주택 투자규모는 시드니(21억 달러)보다 브리즈번(32억 달러)이 더 많다.
주요 도시별 BTR 주택 운영, 미개발, 포로젝트 계획을 보여주는 그래프.
반면 캐나다 기반의 글로벌 부동산 투자관리 회사 ‘Colliers’의 호주지역 BTR 주택 책임자인 로버트 파팔레오(Robert Papaleo)씨는 2022년 및 2023년 현재까지 부지 구매에서 시드니는 멜번을 추월했다고 말했다. 개인 개발업자 및 기관투자자들이 시드니에서 보다 실행 가능한 모델인 BTR 주택 일부를 개발하고자 더 큰 부지를 인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NSW 정부의 온라인 포털에 따르면 NSW 주에는 25개의 BTR 주택 임대가 제안 중이며, 대부분은 건축이 끝난 초기 단계의 주택들이다. 또한 프로젝트가 계획된 것들로는 파라마타 204채 개발, 파라마타 인근 교외지역의 316채 아파트 프로젝트, 해리스파크(Harris Park)의 483채 주택 프로젝트, 리젠트 파크(Regents Park)의 543채 주택 개발이 계획 중에 있다.
이들 네 개의 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각 지방의회(Council)에서 반대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임대주택 개발에 대한 새로운 규정에 따라 이들 프로젝트 제안서는 ‘NSW 정부의 중요한 개발’로 제출되었으며, 정부 장관 및 부처, 독립 개발계획위원회(Independent Planning Commission)에 의한 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2026년까지 시드니 지역에 개발이 제안, 완료, 건설 중이거나 운영 상태의 BTR 주택 교외지역(suburb)을 보여주는 그림. Source : Colliers
NSW 부동산위원회(NSW Property Council)의 헬렌 마샬리아스(Helen Machalias) 부국장은 “시드니의 높은 토지 비용은 잠재적 임대주택 개발자들에게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연방정부가 제3자 채무공제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을 막는 ‘과소자본’(thin capitalisation. 높은 부채와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관련 규정 변경으로 인해 프로젝트 실행 가능성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녀는 “현재 투자자와 개발자들에게 원하는 BTR 주택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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