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WHO(세계보건기구)는 엔데믹을 선언했지만 우려대로 글로벌 경제는 최악이다. 3년여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풀려나간 엄청난 통화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와 무역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베트남 경제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악재와 과도한 대외의존도 등 외부 변수말고도 베트남의 취약한 재정과 경영(리더십)은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번 글의 핵심은 기술적인 것보다 경영(Management)에 관한 것이다. 현대 기업에서 성공은 기술보다는 경영이 더 크게 좌우한다. 그리고 경영의 성공은 사실 실패를 그 바탕으로 한다. 기업에서 출시하는 신제품의 80~90%는 실패하며, 개인이 직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도 10% 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도 개인도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일본 혼다의 창업주 혼다 노이치로는 ‘나의 성공은 99%의 실패에서 나온 1%의 성과’라고 말했다. 따라서, 혼다는 성공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패를 한 경우에도 반드시 보상한다. 실패를 잘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에서 한 순간의 실패로 조직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실패가 누적된 경우다. 불확실성, 변화, 혁신, 스피드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만일의 실패에 대비해 충분한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 경영의 기본이다. 또한, 근원적으로 리스크를 수용하는 것은 자본주의(Capitalism)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핵심이기도 하다.

 

리스크 관리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다음과 같다. 1636년 네덜란드 튤립 알뿌리 거품 붕괴, 1720년 영국 South Sea Company 및 프랑스 Mississippi Company 몰락, 1762년 영국 베어링 은행 파산, 1929~1932년 미국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1929년10월24일 검은 목요일 미 증시 20% 이상 폭락, 1973~1974년 이스라엘 對 아랍 전쟁에 따른 제1차 오일 쇼크, 1985~1989년 일본 부동산 및 주식시장 버블 붕괴, 1989년 미국 S&L 사태, 1997년 IMF 동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LTCM 파산, 2000년 IT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158년 역사의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 1881년 설립되어 2012년 파산보호 신청한 이스트만 코닥 등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 등 수도 없이 많다.

‘리스크’라는 말은 자연과 인간사에서 나온 용어이긴 하지만 기업의 수익 관리 측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베트남에 사는 우리들처럼 해외투자는 국내 투자와는 달리 이질적인 법률, 제도, 관습, 문화 차이 등으로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된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에도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리스크는 크게 신용리스크, 유동성리스크, 운영리스크, 법률리스크, 시장리스크 등 다섯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신용리스크는 대여금이나 물품 판매 대금을 적기에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을 말하며, 유동성리스크는 일시적인 운영자금 부족 등에 노출되는 경우, 운영리스크는 운영 시스템상 과오나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 위험, 법률리스크는 국가 간의 법률이나 제도의 상이나 급작스런 변경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며, 시장리스크는 금리 주가 환율 상품가격 등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이들 가치의 오르내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보면 이번 침체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잦아들고, 금리와 환율이 정점을 찍으면서, 국제금융시장 안정 속에, 국내외 투자가 정상화되면서 회복될 전망이다. 경영 환경이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시장과 소비자 패턴 변화에 따른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제조 프로세스, 원가관리, 재고관리, 인력관리 등 경영 전반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경영의 성공을 위해선 필요하다면 값비싼 경영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나 기업을 거울삼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몇 가지 규칙도 알아야 한다. 실패를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드러내야 하며,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를 활용해 성공의 초석으로 삼을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나 실패 사례를 매뉴얼이나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기업이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우리 기업의 실패가 더 큰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사다리로 만들 것인지는 기업의 몫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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