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운전을 배울 때 일이다. 도로에 막상 나서니 두려움부터 밀려온다. 누구나 그랬을 게 분명하다. 조수석에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앉아 친절하게 ‘이렇게 저렇게’를 알려줬으나 귀에 들어 올 리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짜증이 났다. 마음 상한 상대도 서툰 나를 격려하기보다는 따라서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도로 주행 학습은 서로 기분만 상한 채 끝났다.

어떤 방법으로 교육해야 가장 효과가 있었을까?

첫째 사고 나든 말든 혼자 운전하게 한다, 둘째, 뒤에서 따라가며 위험시 경적을 울린다. 세 번째 앞서가며 미리 위험 요소를 없앤다. 마지막으로 맘대로 하라며 차 열쇠를 던져준다.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배움은 여전히 어렵다. 쥘 들뢰즈가 말한 ‘배움의 이론’에 따르면 자기 선택권, 주도권, 나아가 선택권은 어릴 적부터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시오’라고 말하는 자에게서는 배울 게 없다. ‘나와 함께 합시다’가 맞다. 전자는 동일을 강요하는 행위고 후자는 새로움을 생성시키는 변화다. 당연히 손을 내밀어 끌어주고 격려하고 기어이 마침내 ‘스스로’ 서게 하는 게 배움이다.

배움은 낯선 것과 반드시 만나게 될 운명이다.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혼자 힘으로 안 되면 조력자가 필요하다. 한석봉을 키운 어머니가 있었듯 말이다. 다만 과도한 간섭은 자립과 ‘자기 주도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한다.

이오덕 선생이 근무했고 권정생 선생이 다녔던 초등학교를 첫 부임지로 선택한 정기효 선생이 쓴 책, ‘어떻게 배움의 주인이 되는가’는 답답한 교육 현실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사실 학교 교육이 가지고 있는 맹점은 법령, 개념, 문서, 평가, 학습 원리라는 시스템에 묶여있다. 저자가 전하는 에피소드.

코로나 펜데믹 이후 학교는 큰 혼돈에 빠졌다. 대책과 지침은 자주 바뀌었고 교사들은 분통이 터질 지경. 학교 운영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주도하면서 현장은 소외됐다. 겨우 등교수업과 원격 수업 병행이 이뤄졌다. 이번에는 개별 학교에서 자율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권한을 줬다. 교사들이 즉각 반발했다. 지침도 주지 않고 책임만 전가한다는 볼멘소리. 자율성과 주도성을 원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역설.

이를 언어인지 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합리적 이성과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의 이중성’이라고 말했다(그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프레임’ 문제를 다뤘다).

교사가 이럴진대 학생은 어떻겠는가.

‘교과서대로’라는 교육은 과연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현재 입시제도는 살아남는 자를 선별할 뿐이다. 즐거움과 성취감이 사라진 교육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배움은 주관적 행위가 개입되어야 하는데 실상은 외부 통제와 강압에 굴복하고 말았다.

학습에서 자기 선택권이나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란 교사도 학생도 어려운 일이다. 이유는 그럴만한 경험을 폭넓게 해보지 않아서다. 교육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는 ‘무관심과 순응을 벗어나지 못하면 스스로가 생산자임을 깨닫지 못한다’고 말했건만 우이독경(牛耳讀經) 상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혁신학교를 도입 했다. ‘앎과 삶’이 하나 되는 교육을 지향하겠다는 취지다. 효과는 더 기다려 봐야 한다. 우려 섞인 시선도 있으니까.

하지만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목표가 항상 좋은 결과를 주지는 않는다. 주어진 순간에 매번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최선을 행하고 결과는 수용하되 실망할 일이 아니다. 새로운 시도는 그래서 매력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며 반성하는 자기 주도성 학습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하던 대로’하면 편하다. 욕도 덜 듣는다. 제도나 규제에 짜증을 내면서도 변화는 두려워한다.

배움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교사나 학생이나. 끌고 가려거나 끌려가는 학습은 짐승과 진배없다. ‘함께’와 ‘혼자’ 사이에서 방황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생성’시켜야 한다.

망설임과 두려움은 그저 ‘가방끈 긴 학삐리’만 양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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