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기대수명으로 호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학대 문제도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기존의 학대 요인 외 자녀의 ‘상속 조바심’(inheritance impatience) 또한 학대사례 건수를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퀸즐랜드 주 정부의 노인학대 방지 캠페인 이미지. 사진 : Queensland Government
NSW Ageing and Disability Commission, 2022-23년도 상담전화 1만4천 건 넘어
이전연도 대비 12% 증가... NSW 주 정부, “고령자 학대 및 서비스 제공 주력” 밝혀
늘어난 기대수명으로 호주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자녀의 ‘상속 조바심’(inheritance impatience)으로 인한 노인학대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된 고령자 지원기구의 헬프라인(Helpline) 상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NSW Ageing and Disability Commission의 최근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구의 노인학대 헬프라인은 지난 회계연도(2022-23년)에만 1만4,025건의 전화상담을 받았다. 이는 이전 회계연도에 비해 12% 증가한 것이다.
또 위원회에 접수된 노인학대 혐의 5,000여 건 가운데 심리적 학대는 41.7%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하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착취, 위임장 남용 및 절도를 포함해 순수한 재정적 학대 신고도 1,400건 이상이 접수됐다.
NSW Ageing and Disability Commission의 로버트 피츠제럴드(Robert Fitzgerald) 위원장은 이달 예산추산에서 이 같은 노인학대 추세가 75세 이상 고령자 증가, 특히 크게 늘어난 고령의 독신여성 빈곤, 여기에다 새로운 추세인 ‘상속 조바심’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츠제럴드 위원장은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자녀세대는 부모의 자산 상속을 받기까지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실질적으로 유산 이전은 5~10년 정도 지연되고 있다”면서 “성인 자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들의 인내심이 많지 않기에 부모가 가진 부의 상속에 대한 조바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생산성위원회 최고 책임자로 아동 성학대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위해 왕립조사위원회(Royal Commission)를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정기적으로 노인학대 서비스에 대한 더 많은 정부 예산을 요구해 왔다.
동 위원회 연례보고서에서 피츠제럴드 위원장은 “노인학대 관련 위원회의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재정적 자원 조달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심각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NSW 시니어복지부 조디 해리슨(Jodie Harrison) 장관은 최근 상원위원회에서 올 회계연도 기본 예산 외에 이 같은 학대 관련 문제를 위해 NSW Ageing and Disability Commission에 추가로 250만 달러를 배정했다며 “주 정부는 노인 학대 및 서비스 요구와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동 위원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리슨 장관은 노인 학대와 관련된 상담전화가 크게 증가한 것을 인정하면서 “어떠한 형태의 학대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에 대한 학대 문제는 빅토리아 주에서도 공론화되고 있다. 이달 발표된 2024-25 예산 제안에서 ‘빅토리아 주 고령자위원회’(Victorian branch of the Council of the Ageing. COTA)는 ‘비 법적 지원(non-legal support)의 명시적 요구’ 충족을 위해 서비스 부서인 ‘Seniors Rights Victoria’에 대한 VIC 주 고령자 지원자금을 200만 달러 증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Seniors Rights Victoria의 노인학대 헬프라인에는 단 한 명의 직원이 있을 뿐이다.
COTA는 또한 노인학대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역사회 법률센터를 위한 주 정부의 통합 서비스 기금을 갱신, 확대하기 위해 향후 4년에 걸쳐 100만 달러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VIC 주 정부 대변인은 Seniors Rights Victoria를 비롯해 10개의 가정폭력 서비스 내 ‘노인학대 방지 네트워크’에 60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변인은 “VIC 주 지역사회에서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헬프라인 전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COTA Victoria 및 Seniors Rights Victoria와 협력해 상담전화 건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기구인 ‘Relationships Australia’는 노인학대 사건에 대한 가족중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연방정부는 퀸즐랜드(Queensland),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 및 ACT에서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NSW 주의 경우 이 프로그램은 주 정부 자금 지원 하에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Relationships Australia’의 닉 테비(Nick Tebbey) 최고경영자는 “노인학대 가해자는 일반적으로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 노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하는 중년들, 주로 40~50대를 칭함)의 일부”라면서 “이들(샌드위치 세대)이 처한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 National Senior Australia
Relationships Australia의 닉 테비(Nick Tebbey) 최고경영자는 “노인학대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일관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대한 보고 증가는 더 큰 인식과 더욱 많아진 실제 사례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생활비 위기 및 상속 양도의 결과로 재정적 학대 또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그는 “우리는 앞으로 세대간 막대한 부의 이전을 보게 될 것인데, 그 상속이 바로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테비 CEO는 일반적 형태의 심적 학대에는 따돌림, 비하, 강압적 통제 행동이 있으며 여기에는 노인 스스로가 재정적 또는 다른 측면에서의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이들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하면서 “노인학대로 이어지는 조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가해자는 일반적으로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 노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하는 중년들, 주로 40~50대를 칭함)의 일부이다.
테비 CEO는 “이들(샌드위치 세대)이 고령의 부모를 학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터이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이들은 자녀를 돌보고 부모를 보살피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렵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 NSW Ageing and Disability
헬프라인 상담전화 건수
2019년
3분기 : 2,454건
4분기 : 2,224건
2020년
1분기 : 2,677건
2분기 : 3,088건
3분기 : 3,459건
4분기 : 2,751건
2021년
1분기 : 3,752건
2분기 : 3,128건
3분기 : 2.951건
4분기 : 2,786건
2022년
1분기 : 3,894건
2분기 : 2,930건
3분기 : 3,547건
4분기 : 3,253건
2023년
1분기 : 3,583건
2분기 : 3,642건
Source : NSW Ageing and Disability Commission 연례보고서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