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몸조심하라며 수시로 주고받 았던 문자는 부뚜막의 소금이 되었다. 전 혀 집어넣지를 않았던 것이다. 약간 한기 가 들기에 겉옷을 하나 더 걸치면 되는 것 을 그냥 넘어 갔더니 결국에 콧물이 흐르 기 시작한다. 아차 싶었다. 입맛이 먼저 갔 다. 즉시 병원으로 가야 했는데 단체로 이 동 중이라 그럴 사정이 아니었다. 결국에 약국에서 아무(?) 약이나 먹고 하루 이틀 을 지났더니 목이 붓고 가래가 생기기 시 작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생 긴 것이다. 실은 가래로도 막지 못하여 드 러누웠다. 알고 보면 그동안 피로가 누적 되었던 것이다.
감기에 걸린 사람은 감기로 죽을 것이 란 걱정은 별로 안 할 것이다. 감기(感氣) 는 '주사 맞고 약을 먹으면 2주 만에 완치되고 잘 먹고 쉬면 보름 만에 낫는다'는 말 이 있다. 하루 차이다. 병원 가서 독한 약 먹느니 잘 먹고 피로 회복하라는 말이겠 지만 약은 필수다. 바이러스에 호흡기가 감염되어 일어나는 것이라서 춥다고 걸리 는 것은 아닌 것이, 높은 겨울 산에 등산 을 해서 콧물을 줄줄 흘려도 감기에 걸 리지 않는 것을 보면 바이러스가 옮기는 것이 맞다. 옛날 어른들은 고뿔이라고 해 서 대부분이 아랫목에 둘둘 말고 땀 흘 리며 며칠을 쉬어야 낫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매년 다른 바이러스가 나도는지 가래 가 너무 끓어 기침을 하면 툭툭 떨어져 나 오는데 기침도 힘들다. 구역질이 나지 않 도록 하고 목구멍에 붙은 가래를 빨아내 는 휴대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누우면 코 가 찍찍하다가 막히는데 이것도 풀기보다 는 빨아내는 장치가 있다면 좋겠다. 지금 의 기술로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싸 고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호흡기 로도 옮지만 손과 입으로 옮는다하니 손 을 자주 씻으라는 말도 귀에 못이 박이도 록 들었다.
감기가 심하면 폐렴이 되고 그러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랴 싶다. 하 지만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는 위험한 일이 맞다. 평소에 과신하면 안 되는 줄로 알지 만 건강하면 과신하기 쉽다.
돌이켜보면 미련하기 짝이 없었으나 다 시그 때가 되어도 그렇게 했으리라는 생 각이 들 때가 있다. 심하게 고생을 한 이번 감기는 복분자 술이 문제였다. 아니, 절제 하지 못한 내 자신이 문제라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지만. 산딸기의 한 종류인 복 분자(覆盆子)는 요강(盆; 분)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라는 한자 이름이다. 이걸 먹으면 사람들이 오줌발에 세어져 요강을 뒤엎는다는 것으로 아는 모양이다. 북미 에서 나는 블랙베리 비슷한 것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선운사(禪雲寺)에 들면서 개울물에 수북한 낙엽과 그 명경 지수에 비친 나무들을 적절한 각도로 잡 아 사진에 담아 두었다. 해거름이라 산 중 턱에 걸친 산 그림자가 오랜만에 반겨주 었다. 인물사진을 찍고 찍어주는 사람들 을 피하여 가능하면 자연적인 아름다움 만을 담기에 나는 내가 들어간 사진이 별 로 없다.
지고 난 '꽃무릇'들이 다시 싹을 틔우 는 선운사를 내려와 민물장어구이를 먹 는데 딱 한잔만 하자던 복분자술이 술 같 지 않고 입에 착 붙는다. 이런 복분자즙 을 어찌 그만두겠는가? 이건 술이 아니 라 감기약이다. 맛좋고 영양 많은데다 기 름기 있는 장어구이의 소화제 아니던가? 사실 틀린 말 하나 없다. 잠 때문에 커피 를 즐기지 않는 나는 카페에 가면 뱅쇼를 좋아한다. 설탕에 잰 과실차는 너무 달 고 설탕이 부담스럽다. 뱅쇼를 하는 집이 면 그걸 따끈하게 한 잔 즐긴다. 레드 와 인에 비타민 C가 많은 과일과 계피, 정향 등을 넣고 약한 불에 데우는 그 분위기 에 내가 빠진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고골모골이라는 따뜻한 우유에 달걀과 꿀, 버터를 넣어 섞 은 음료를 마신다. 자꾸 마시기에는 좀 느 끼하다. 그래서 우리 것을 찾으면 생강차 는 좀 독하지만 대추차는 달보드레하다. 배에 양파와 꿀을 넣어 삶은 물도 좋아한 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 하 자던 그 대파뿌리를 삶은 물도 좋다. 없 으면 대파에 생 무를 푹 삶은 물도 좋다. 이것들에 와인 몇 방울을 더하면 멋있지 않은가?
감기약은 술과 함께 먹어선 안 된다. 그 래서 나는 곡차나 과실 차와 함께 마신다. 다만 도수는 약하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