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RBA)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지난달 수준(4.35%) 그대로 이어가기로 결정함으로써 수백 만 명의 차용인들은 일단 이자율 인상 스트레스 없이 연말 휴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RBA 불록(Michele Bullock. 사진) 총재는 내년 초 추후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월별 인플레이션 수치 완화... 불록 총재, “국내경제 지표는 대체로 기대 부합”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지난달 수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수백 만 명의 은행 대출자들이 일단은 ‘이자율 인상 부담’을 미룬 채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강한 분기별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응, 지난달(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4.35%의 목표금리를 결정한 RBA는 10월의 둔화된 물가 수치를 이번 ‘금리 유지’의 이유로 꼽았다.
다만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RBA 총재는 10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주로 일반 상품 및 일부 서비스 부문에 적용되었으며, 이는 현재 RBA의 주요 관심영역이라는 점에서 추가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록 총재는 이달 첫 주 화요일(5일) 통화정책 회의 후 밝힌 성명에서 “지난달 회의 이후 국내 경제에 대해 입수한 제한된 정보는 대체로 (RBA의) 기대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1월에는 통화정책 회의가 없으므로 은행 대출을 갖고 있는 이들은 내년 2월까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2022년 4월까지 사상 최저 수준인 0.1%의 이자율을 이어오던 RBA는 그해 5월부터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해 현재까지 4.25%포인트나 높여 놓았다. 이로써 25년 만기 50만 달러의 주택담보대출(mortgage)를 갖고 있는 이들은 이미 상환하던 월 금액에 1,200달러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 ‘RateCity’는 50만 달러의 모기지를 가진 차용인이 보다 저렴한 금리로 재융자를 받지 않은 경우 금리 상승에 따라 지난 20개월 동안 추가로 거의 2만5,000를 지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RBA 부총재(경제 부문)를 역임했던 웨스트팩(Westpac) 은행 루시 엘리스(Luci Ellis) 선임연구원은 “추후 이자율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녀는 이날(5일) 통화정책 회의에 앞서 ABC 방송 ‘The Business’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RBA가 반드시 추가 인상을 결정할 필요가 없음을 암시하는 다양한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전망, 아직 ‘불투명’
기준금리에 대한 RBA의 향후 지침은 여전히 모호하며 경제 데이터와 은행(RBA)의 위험 평가에 따라 추가 인상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는 “호주 내적으로는, 노동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통화정책 효과의 지연과 기업의 가격 결정 및 임금이 경제성장 둔화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블록 총재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이자율과 실업률을 보여주는 그래프. 90년대 초반 경기침체 중 실업률이 상승할 당시, 기준금리는 최고점에 달했었다. Source : AMP
그녀는 “가계소비 전망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많은 가계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일부 가구는 주택가격 상승, 상당한 저축으로 인한 재정적 완충, 높은 이자소득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구직구직 사이트 ‘Indeed’ 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경제학자인 칼람 피커링(Callam Pickering) 연구원은 “내년 초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여전히 뚜렷하지만 RBA는 금리를 잘못 판단해 호주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위험도 있다”고 보았다.
그는 “1인당 소매지출은 지난 5분기 동안 최고치에 비해 4.2% 감소했으며 12월 분기에도 확실히 감소한 것으로 집계될 것”이라며 “이 같은 소비 활력(consumption dynamics)은 노동시장 상황의 약간의 변화나 인구증가에서의 중간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만 가계 부문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AMP의 수석 경제학자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는 “이전의 빠르고 공격적인 이자율 인상에서 보았듯 금리 변동과 이것이 경제에 미치는 완전한 영향 사이의 지연은 18개월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액 인상액이 대출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들이 가계 지출을 조정하고, 나아가 기업과 일자리가 영향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1988년과 1989년 사이 현금 금리가 10.5%에서 18%로 인상되었지만 실업률이 계속 하락했던 1980년대 후반의 호주 상황이 결국 1990년 들어서 경기 침체를 불러왔던 것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올리버 박사는 “당시 금리는 더 높았지만 소득대비 가계부채는 현재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RBA가 추후 금리를 결정하게 될 주요 지표 중 하나인 12월 분기 인플레이션 수치는 2월 통화정책을 앞두고 1월 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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