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전후에 태어나 지금은 은퇴한 삶을 사는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s)는 넓은 주택을 차지하고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이들로, 오늘날 임대료 상승에서부터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 윤리학자는 지금의 부머 세대들 또한 그들 시대의 사회적 특성에 희생된 이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노년의 여유를 즐기는 한 은퇴자. 사진 : Unsplash / Clément Falize
전후세대 향한 ‘탐욕과 이기심’ 지적에 한 윤리학자, “맹목적인 노년층 비난” 일갈
‘베이비부머는 세상 병폐의 희생양이다(Baby boomers are scapegoats for ills of the world)’.
한 공공윤리 학자가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해 생활비 위기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전후세대들이 부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찰스 스터트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ry)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교수는 최근 ABC 라디오 브리즈번과의 인터뷰에서 “호주의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악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본인의 주택을 소유하고 부를 비축하고 있기에 임대료 상승에서부터 인플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적 결함이 해당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밀턴 교수는 “지금의 나이 든 세대는 단순히 고용시장에 더 오랫동안 참여했기에 그만큼 더 부를 축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젊은층이 언제나 늙고 보수적인 부모에게 불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년층 또한 항상 무능해 보이는 젊은 세대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고 말했다. “고대 로마에서도 나이든 이들이 ‘요즘 아이들은...’이라는 말을 했고, 지금의 부머 세대는 부모들을 분노하게 만든 60~70년대 급진적 세대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불평을 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사람들이고, 부머 세대는 어떤 시대 상황을 겪어온 이들일까.
지금의 베이비부머들이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던 당시, 이들은 급진적 사회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사진은 1977년 브리즈번 킹 조지 스퀘어(King George Square, Brisbane) 앞에서 정부 정책에 과격한 항의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는 한 젊은이. 사진 : State Library of Queensland, Jennifer Fay Gow
더 나은 상태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런던 기반의 경제학자 피터 아벨슨(Peter Abelson) 박사는 부머 세대가 지금의 밀레니얼 나이인 25-35세였을 때 얼마나 부유했는지, 같은 나이대의 후속 세대와 비교했다.
현재 교환 교수로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 있는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가처분 소득이 극적으로 증가했으며, 베이비부머가 밀레니엄 세대에 비해 주택 소유 측면에서 각각 60%, 37%로 앞서 있었다.
찰스 스터트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ry) 윤리학자인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사진) 교수. 그는 호주의 베이비붐 세대가 살았던 시대의 특성적 결함이 해당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 : Charles Sturt Universiry
이 연구에서 그는 또한 밀레니엄 세대가 베이비부머에 비해 신체적 건강과 안전이 더 나은 반면 정신건강은 더 좋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벨슨 교수는 “밀레니얼들이 어떤 분야에서는 훨씬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다른 분야(재정적 측면)에서는 덜 부유하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ANU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2003년 사이 중간 주택가격은 약 2배 상승했다. 또 2003년에서 2022년 사이, 다시 2배가 올랐다.
‘비난 속에서 출생한 세대’
1947년, ‘텔레그래프’(The Telegraph) 신문 기사를 보면 ‘일부 병원에서는 태어나는 아기가 너무 많아 7개월 전에 예약이 마감된 병상도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베이비부머의 재정적 부담에 대한 우려는 1947년 ‘The Morning Bulletin’에 반영되어, 신문은 ‘아기양육 비용이 거의 두 배인 98파운드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1946년, 또 다른 신문인 ‘The Courier Mail’은 전후(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아기들이 ‘성숙하게 태어나고’(born old), ‘살아가려는 의지가 없다’(no will to live)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는 2차 대전 중에 태어난 아기들이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 더 강하고, 더 매력적이고, 더 지능적이라는 다수 언론의 보도와 대조되는 이야기다.
1954년 ‘The Sunday Mail’의 한 기사는 전후에 태어나 버릇없이 자란 베이비붐 세대가 범죄자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사진 : Trove
아울러 그 아기들이 어느 정도 자라났을 때, 각 매체는 종종 ‘역사상 가장 버릇이 없고(spoilt), 늘 그 어떤 타이틀을 달고(entitled), 곧잘 화를 내는(easily-offended) 세대로 묘사했다.
1954년 ‘The Courier Mail’이 보도한 한 기사는 ‘무책임할 만큼 지나치게 자녀를 감싸는 부모가 청소년 비행을 부추긴다는 퀸즐랜드 경찰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버릇없고 무례한, 또한
급진적 저항운동 주도한 세대
부머 세대가 10대이던 시절, 이들에 대해 대중들은 ‘폭력과 음란물을 접하며 성장한 성 중독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10대들이 청년으로 자라난 1960년대, 이들은 다양한 급진적 저항운동을 주도했다.
1968년 ‘The Canberra Times’ 기사에는 사회운동 청년 활동가들이 브리즈번 하이스쿨에 ‘베트남 전쟁 반대’라는 과장된 선전물(propaganda)를 몰래 놓아 예의 바른(?) 대중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는 보도가 있다.
브리즈번(Brisbane)에서는 원자력 에너지와 시민자유법에 대한 일련의 시위로 좌파, 급진주의 세력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부머 세대가 10대이었을 시절, 이들에 대해 대중들은 미디어를 통해 ‘폭력과 음란물을 접하며 성장한 성 중독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공영 ABC 방송의 한 기자가 젊은이들에게 ‘폭력적이고 성적인 미디어를 많이 보는 이유’를 질문하고 있다. 사진 : ABC 방송 화면 캡쳐
1970년대 ‘The Tribune’은 브리즈번의 6,000여 명에 이르는 좌파들이 로마 스트리트(Roma Street)에서 연방예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수많은 시위자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신문 기사에는 ‘시위대 중 일부가 인근 마이어(Myer) 매장으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당신들은 자본주의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고 설득하려 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가 들어 취업시장에 진출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1988년 The Canberra Times는 관련 분석기사에서,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경제를 자극한 정책 입안자들의 탓’으로 돌렸다. 또 방탕하고 소득이 높은 붐 세대가 대량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후 노년기 들어 지출을 줄였다고 비난했다. “더 많은 돈을 소비하는 ‘여피족’(yuppies.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며, 전문직에 종사하여 고소득을 올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로, 1980년대의 젊은 부자를 상징한다. young, urban, professional의 머리글자를 딴 YUP에서 나온 용어이다)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보수적이고 저축을 염두에 둔 ‘couch potato’(하루 종일 소파에서 뒹굴며 TV나 보는 사람)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는 경제를 깊은 불황의 늪에 빠뜨릴 수도 있는 부머 세대의 은퇴절벽(retirement cliff) 불안감이 커진 게 특징이다. news.com.au는 지난 2019년 한 ‘opinion’ 기사에서 ‘베이비 붐 세대가 호화로운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그들의 자녀는 주택을 구입할 재정적 여유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치 계층이 너무 소심하여 베이비부머의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1970년대 저항운동을 주도했던 지금의 베이비부머들은 베트남 전쟁 반대, 원자력 에너지, 시민자유법 등에 대한 일련의 시위로 좌파, 급진파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사진은 1977년 브리즈번 시내에서 거리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는 한 여성. 사진 : State Library of Queensland, Jennifer Fay Gow
돌이켜보면...
메간 차르케(Meg Tscharke, 70)씨는 평생 돈을 아끼고 저축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우리 부모는 우울증을 겪었는데, 모든 것을 아껴두고 함부로 버리지 않았던 것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그녀는 “우리는 아직도 어렸을 때 사용하던 가구를 지금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69세의 조이 뮬스(Joy Mules)씨는 1950, 60년대 어린 시절부터 전화기, 텔레비전은 물론 기타 사치품을 거의 갖지 못했다. 그녀는 “돌이켜보면 그 10대 시절, 삶은 단순했고 그래서 걱정 또한 덜했다”며 “정말 멋진 삶의 방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뮬스씨는 “안전에 대해 염려할 일이 없었고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 대해 걱정할 일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자유로움을 느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때가 좋았지...”(It was the good old day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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