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전쟁 계속 강행론' 비등…"민간인 피해 감수해야" 인식도
서안서 하마스 지지율 3배로 급등…"팔레스타인 무장해방 해야"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양측의 전쟁이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를 향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증오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라 휴전으로 이르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주 동안 진행된 이스라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들은 전쟁이 계속돼야 한다는 쪽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론 동향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이스라엘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달 7일간의 일시 휴전 이후 이스라엘 국민 4분의 3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거나 국제사회의 압박을 경감시키는 조치 없이 공격을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소 타마르 헤르만 수석 연구원은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 1천200명이 무참히 살해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1973년 아랍의 기습 공격 때처럼 이웃 적대국들이 힘을 합쳐 이스라엘 국가 자체를 없앨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일깨웠다는 점을 들었다.
헤르만 연구원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이번 일이 이스라엘의 실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국민 상당수가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인명 피해도 미래의 안보를 위해서 감수해야 할 대가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10월 실시된 텔아비브대학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과도한 화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국민도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이 이날 접촉한 이스라엘 일반 시민들에게서도 아군 측 전사자가 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급증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돌아가더라도, 하마스 소탕을 위한 전쟁이 계속돼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나타났다.
IT업계에서 일하다 은퇴한 예루살렘 거주자 벤 시온 레빙어는 "이 싸움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면, 우리는 내일 아침에는 북부와 동부, 남부, 그리고 아마도 이란에서도 전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비영리 학술기관에서 일하는 애덤 새빌러 씨는 "민간인들이 그렇게나 많이 희생되고 있는 것은 끔찍하다"면서도 "이것은 전쟁이며, 민간인 희생은 전쟁에서 일어나게 마련이다.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텔아비브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60%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이 이번 전쟁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응답했다.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대답한 사람은 조사 대상의 3분의 1에 그쳤다.
헤르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하마스 파괴 목표도 인질 구출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최소 이 목표 중 하나라도 이루는 시점까지는 (전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강경 여론은 이스라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이 급증하면서 가자지구는 물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 서안지구에서도 하마스의 지지율과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을 지지하는 여론이 급등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싱크탱크인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PSR)가 지난 달 22일부터 열흘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율은 3개월 전의 3배로 치솟았다.
또한, 응답자의 70%는 무장 투쟁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종식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라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의 90%는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변해 아바스 수반에 대한 인기는 급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정파 파타의 청년 지도자이자 정치학자인 라에드 데비는 BBC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서안지구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무력 저항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며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인들에게 충격적인 전환점이었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인에게도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 사람들이 다른 어떤 때보다 많이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며 "과거 30년 동안에는 젊은 세대에 롤모델이나 우상이 없었는데, 이제 그들은 무언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심지어 11살 난 자신의 조카도 아바스 수반에 대한 존경심은 거의 없는 반면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대변인 아부 오베이다는 숭배한다면서 "이는 그가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안지구의 정치학자인 암자드 부쉬카르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지금까지 집을 소유하거나 학위를 따는 것 등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었는데, 10월 7일 이후에는 이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제 평화로운 방식이든, 무력을 쓰든, 저항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해방시키는 것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 상당수는 하마스의 무자비한 전략 덕분에 인질 맞교환 방식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풀려났고,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사그라들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라는 대의도 다시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팔 반목 여론 확산…"가자전쟁 계속해야" vs "하마스 지지" | 연합뉴스 (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