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니, 개표조작 주장했다가 말단 공무원에 피소
배심원단, 명예훼손 인정해 손해배상·징벌 평결
"극우세력에 '선거사기 폭도' 몰려 정신적 고통받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국 대선 조작설을 유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2천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헛소문 피해자들에게 물어줄 위기에 몰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원고인 전 조지아주 선거 사무원 루비 프리먼과 셰이 모스에게 1억4천800만 달러(약 1천93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원고들이 헛소문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입은 감정적 피해 배상액을 7천300만 달러(약 952억 원), 줄리아니 전 시장의 행위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을 7천500만 달러(약 978억 원)로 각각 판단했다.
앞서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선거 사무를 본 프리먼과 섀이 모녀는 자신들이 개표 조작에 가담했다는 허위 주장을 퍼뜨려 명예가 훼손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했다며 2021년 줄리아니 전 시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 뒤 지난 8월 사건을 담당한 베릴 하월 판사가 줄리아니 전 시장에 대해 명예훼손, 고의로 정신적 고통을 가한 행위, 민사상 위법을 공모한 행위 등 책임을 인정했다.
따라서 그동안 재판의 관심은 줄리아니 전 시장에게 청구될 손해배상 액수에 맞춰져 왔다.
이번 평결에 앞서 배심원단은 3일에 걸쳐 프리먼과 모스의 증언을 청취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선거 조작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이 퍼진 뒤 친트럼프 극우세력에게 받았던 인종차별, 성차별적 메시지와 공격 위협에 대해 진술했다.
원고 측 변호사는 "줄리아니 전 시장은 모스와 프리먼이 평범한 소모품이기에 선거 사기의 얼굴로 만들어도 무방할 것이라고 봤다"며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무고한 공무원들을 '가상의 폭도'로 만들 권리가 그에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줄리아니 전 시장 측 변호사는 피해를 줬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원고 측의 청구액이 너무 많다고 항변했다.
프리먼은 평결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좋은 날"이라며 "배심원단이 줄리아니 전 시장이 나와 내 딸에게 한 일을 보고 책임을 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숫자의 부당함은 이 (재판) 전체의 부당성을 더욱 부각할 뿐"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조지아주는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막판 대역전극을 펼쳐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발판을 제공한 지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대선 개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1만1천780표를 찾아라"라고 압박해 기소된 바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도 이 사건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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