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유대인 뉴요커들의 관습이 퍼져 전통으로 안착
 
▲ 성탄절에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 음식 중 하나인 제네럴 쏘 치킨. <사진: 위키피디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유대인, 성탄절, 그리고 중국 음식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유대인들은 성탄절에 중식을 먹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다.

중식이 유대인의 성탄절 음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허니 햄을 썰어서 먹을 때, 유대계 미국인들은 일화용 젓가락을 뽀개어 중국 음식을 먹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유대인 페이스북에는 '전미 중식당협회'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페이스북에서 빠르게 전달된다. 메시지에는 "우리는 당신들의 식습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들의 하나님이 크리스마스에 우리의 음식을 먹으라고 고집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오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유대교 회당의 랍비인 조슈아 엘리 플라우트는 "이 재미있는 메시지는 뉴욕에서 생겨나 전해져 내려오는 실제하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플라우트는 <코셔(Kosher) 크리스마스>의 저자이다. •코셔는 유대인의 식사 율법이다.

미국에서 1897년에 창간된 유서깊은 유대인 신문인 '포워드(Forward)'의 보도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성탄절에 중식을 테이크아웃 하기도 하고, 영화 관람 전에 중식을 즐기기 위해 식당을 찾아 외출하기도 한다. 이 관행은 1903년 신문에 '외식'이라는 표현으로 올랐다. '외식'은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정착지 아래쪽에 있는 중국인 동네에서 요리를 즐기기 위해 그곳에 방문하는 것를 묘사한 것이다. 이민 초기 유대인과 중국인의 정착지가 붙어 있었다는 점은 유대인들이 중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기 된 것.

중국 식당들이 유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또다른 이유는 주위의 많은 이탈리아 식당들과 달리 내부 장식에 기독교적 상징물이 없다는 점이었다. <포춘 쿠키 연대기>의 저자인 제니퍼 에잇 리은 "유대인과 중국인은 미국에서 가장 큰 비기독교 이민자 공동체였다"라며 "이들은 기독교 달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중국인들은 자연 크리스마스에도 식당을 열었다"라고 신문에 전했다.

중식당에서는 유대인들이 코셔를 지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유대인 식사 율법은 동물의 고기와 젖을 함께 요리하는 것을 금한다. 중국음식의 경우 유제품 사용이 드물었고, 에그롤이나 만두 같은 음식에는 돼지고기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유대인들은 이들 음식을 코셔라고 믿거나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또 이민 초기 입지에 불안감과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단순히 서양인으로 반갑게 맞는 중국 음식점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또 중국 음식점은 매우 이국적이고 요리 맛도 좋아 유대인 청년들이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종종 데이트 장소로 택한 점도 중식당이 매력적으로 작동하는 데 도움이 됐다.

1922년 12월 지역 유대인 신문에 오른 한 중식당 광고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말해준다. 광고에는 "여러분은 우리와 함께 먹고 춤을 추어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식당의 또 다른 광고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밤에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 거대한 댄스 플로어 및 최대 600명의 손님을 위한 연회 시설을 자랑했다.

오늘날 중국 움식점들은 덜 사치스럽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장소이며 특히 성탄절에는 더욱 그렇다. 주위의 많은 이들이 즐거움으로 마음이 들떠 있는 시기에 느낄 수 있는 소외감을 외식으로 풀어내는 집단적 의식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우트는 "성탄절은 미국 유대인들이 종교적 기반 때문에 특정한 불편함을 느끼는 유일한 기념일"이라며 "이들은 쓸쓸하게 지내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컨서트 등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택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큰 이동을 하지 않고 집 주변에 머물고 싶어하는 많은 유대인들은 중식당 혹은 유대인 델리(샌드위치 가게)를 방문한다. 플라우트는 "무엇보다 중식당은 성탄절 이브와 성탄절에 유대인 방식으로 정체성을 표현하는 장소가 됐다"라고 신문에 전했다.

한편 성탄절에 잘 팔리는 중식 요리는 ‘제네럴 쏘 치킨’,‘세서미 치킨’, ‘오렌지 치킨’ 등으로 알려져 있다.
  • |
  1. tso.jpg (File Size:72.4KB/Download:2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9297 미국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4.9%... 소비자 지출 예상 밑돌아 코리아위클리.. 24.01.02.
9296 미국 미 연방대법, 트럼프 전 대통력 면책특권 신속 심사 거부 file 코리아위클리.. 24.01.02.
9295 캐나다 "길위에 김대중" 1월 13일 카메론센터 상영 file 밴쿠버중앙일.. 23.12.29.
9294 캐나다 내년까지 메트로밴쿠버에서 눈 보기는 힘들 듯 file 밴쿠버중앙일.. 23.12.29.
9293 미국 플로리다 최초 룰렛, 크랩스 등 카지노 게임 선보여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92 미국 올랜도 초호화 인공해변 '에버모어', 내년 초 그랜드 오픈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91 미국 탬파 '방사능 도로' 논란... 비료 부산물 인산석고 처리에 골머리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90 미국 성형수술 '그라운드 제로' 마이애미, 불법 회복센터 성행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89 미국 탬파 비영리 단체, 대학 중도 포기자 학교 복귀 돕는다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88 미국 플로리다 대배심, 주 정부에 “불법이민 억제책 강화하라” 촉구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 미국 유대인들은 왜 성탄절에 중국 음식을 먹을까?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86 미국 트럼프 대선 캠프 “내년 3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결정된다”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85 미국 트럼프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 file 코리아위클리.. 23.12.26.
9284 캐나다 임시 외국인 노동자 어떤 직종에 주로 근무하나 file 밴쿠버중앙일.. 23.12.22.
9283 캐나다 캐나다서 딱 졸업 후 취업길이 뻔하게 보이는 전공과 그렇지 못한 전공은? file 밴쿠버중앙일.. 23.12.22.
9282 미국 "미, 내년 대선 앞두고 중국 전기차 관세 인상 검토" file 라이프프라자 23.12.21.
9281 미국 미국, 우크라이나 미래 '명백한 계획' 가져 라이프프라자 23.12.21.
9280 캐나다 한류고 뭐고 캐나다에서 씨알도 안먹히는 한국 file 밴쿠버중앙일.. 23.12.21.
9279 캐나다 BC주에서 실업보험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판 file 밴쿠버중앙일.. 23.12.21.
9278 캐나다 식품물가는 캐나다 서민가계에 큰 부담 file 밴쿠버중앙일.. 2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