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니키 헤일리, 트럼프, 디샌티스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가세
영어로 '시빌워(Civil War)'라고 불리는 남북전쟁은 지난 1861년 4월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부 주들이 모여서 남부연합을 형성했고, 노예제를 반대하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합중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했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남부연합군의 포격을 시작으로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 동안 전쟁이 벌어졌다. 이 전쟁에서 60만 명 이상이 희생됐고, 결국 전쟁에서 남부연합군이 패배했다. 남부연합과 북부연합이 노예제 폐지를 두고 각각 반대와 찬성 입장으로 갈린 것은 경제 기반이 달랐기 때문이다. 남부는 농업 중심의 경제였던 반면 북부는 제조업이 주력이었다. 농업에선 노예제가 노동력 확보에 필수였지만 공업에선 노예가 아닌 노동자가 필요했다. 남부연합군이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노예제를 폐지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금으로부터 160년도 더 된 역사 논쟁은 니키 헤일리 전 대사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2월 유세 현장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헤일리 전 대사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라고 노예제 언급을 피하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사회 뿌리 깊은 갈등의 중심에는 인종 갈등, 그 중에서도 '백인우월주의'가 있다. 그리고 이는 노예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남북전쟁'의 원인이 노예제 때문이었다고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냐 하는 것은 백인우월주의, 나아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인식을 알게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헤일리 전 대사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 유세 현장에서 "남북전쟁은 끔직한 일이었다. 협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북부연합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만약 협상이 됐다면 당신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누군지 몰랐겠지만, 그것은 괜찮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내 경선 후보인 론 디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도대체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링컨은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했고, 노예제 폐지를 이끌었다. 연방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사회관계망에 "남북전쟁 중에 어떤 부분이 협상될 수 있었느냐? 노예제? 연방 탈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날을 세웠다. 학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예일대학의 데이비드 블라이트 역사학 교수는 '협상'에 대해 언급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초등학생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남북전쟁, 노예제에 대한 논란이 보수 진영인 공화당에서 시작된데 이어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도 가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유세차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찾은 자리에서 "모르는 것 같은 이들에게 내가 분명히 말한다. 남북전쟁의 원인은 노예제였다"라며 "이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한 장소도 특별하다는 점에서 메시지의 강도는 매우 컸다. 바이든이 발언을 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지난 2015년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격으로 9명이 숨진 장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흑인 유권자들에게 상징적인 장소를 찾아 인종차별 인식을 보여준 두 후보를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전쟁과 노예제 관련 논란을 2020 대선 뒤집기 논란으로 연결시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남부연합이 전쟁에서 패한 뒤에 전쟁의 원인은 노예제가 아니라 주 정부의 권리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어 "또다시 패배를 거짓말로 숨기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는 2020년 대선에 대한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대선 사기' 주장을 계속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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