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정부가 집권 후 가장 큰 정책 변화인 3단계 세금감면 변경안을 확정했다. 이 변경 계획의 핵심은 상위 소득자의 세금 삭감 폭을 줄이고 중-저소득 계층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노동당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 사진 : 시드니 모닝 헤럴드 뉴스 영상 캡쳐
대부분 납세자에게는 최대 804달러 감면 제공... 내각 승인, 의회 통과절차 남아
올해 들어 가장 큰 정책 논란을 불러왔던 3단계 세금감면(stage 3 tax cuts)의 변경이 확정됐다.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지난 1월 25일(목), 최상위 소득자에 대한 3단계 세금감면 혜택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 부분을 대부분 납세자에 대한 최대 804달러 세금감면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알바니스 총리는 이날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노동당 정부 첫 임기의 가장 큰 정책 변화에 대한 세부사항을 내놓았다. 이 내용에는 세율과 그 기준금액을 변경하는 것 외에도 일부 저소득 납세자에 대한 2%의 메디케어 부담금(Medicare levy) 면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월 23일(화) 노동당 정부 내각에서 합의되었으며 다음 날 노동당 간부회의에서 지지를 받았다. 이번 변경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남아 있다.
노동당 정부의 3단계 세금감면 변경은 이전의 약속을 깬 것이다. 정부는 이 변경 내용을 확정하기 직전까지 이전 자유-국민당 연립 정부에서 시행한 3단계 삭감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알바니스 총리는 현재의 이번 변경안이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면서 “어떤 이들은 잘못된 목적지로 가는 경우에도 코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리는 이어 “우리는 그들에게 변화된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 더 나은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며 “우리(노동당 정부)는 분명한 이유와 그에 따른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은 3단계 세금감면 내용은 무엇일까.
최저 세율, 19%에서 16%로
정부는 연간 소득 4만5,000달러 미만에게 적용되는 최저 세율을 19%에서 16%로 인하할 것을 제안했다. 이 세율은 순차적으로 적용되므로 모든 납세자에게는 최대 804달러의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3단계 세금감면 변경안. 노동당 정부는 대다수 납세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고소득자 세금 삭감 폭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상위 고소득자에게 대한 세금감면은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3단계에서는 30%의 단일세율이 연소득 4만5,000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에 적용됐다. 대신 이번 변경안에서 정부는 이 세율을 4만5,000달러에서 13만5,000달러 사이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3단계에서 폐지하려 했던 기존 37% 세율은 13만5,000달러에서 19만 달러 사이로 유지된다. 아울러 이 수준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최고 세율인 45%가 그대로 유지된다.
최대 15만 달러 수입을 올리는 이들은 3단계 이하보다 형편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준 이상의 소득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감면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전체 납세자의 5% 미만인 20만 달러 이상 소득자의 세금감면은 9,075달러에서 4,529달러로 약 절반가량 줄어든다.
그런 한편 정부는 메디케어 부담금에 대한 저소득자 기준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 기준은, 연소득 2만4,276달러 미만의 경우 2% 추가 부담금을 면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세금감면 계획 6년 후...
알바니스 정부의 이번 변경안은 이전 정부에서 시작한 3단계 세금감면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2022년 선거공약을 깨뜨리는 것이다.
다만 이 변경 계획은 지난 2018년 발표된 세금감면 계획에 대한 노동당의 본래 입장과 더 가까워졌다. 당시 야당이었던 노동당은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에게 연간 최대 1,080달러의 영구적 세금감면을 제공하는 연립정부의 첫 두 단계(stage 1, 2 tax cuts) 방안을 지지했지만 3단계 감면에는 ‘불공정’과 ‘무책임’을 들어 강하게 반대했었다.
알바니스 총리는 이 같은 과거를 암시하면서 이번 삭감 계획이 “일부에게만이 아니라 1,360만 납세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것”임을 언급하며 공정성을 강조했다. 총리는 또한 이 변경 계획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키지 않고 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일을 하도록 장려하며 정부 세금수입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재무부의 조언을 인용하면서 “정부의 이번 계획은 더 책임감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3단계 세금감면 변경안이 각 소득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그래프.
짐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도 중앙은행(RBA)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총재와 이 사안을 논의했으며, 이번 3단계 변경이 RBA의 예측이나 기대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경안에 대해 야당인 자유-국민당 연립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당 내각 재무 담당인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은 노동당 정부가 모든 약속을 저버렸으며(the mother of all broken promises) ‘계층간 전쟁’(class warfare)을 선포했다고 비난했다.
다만 야당이 중저소득층에 대한 대규모 세금감면에 반대할 것인지, 그리고 이 ‘반대’를 앞세워 연방선거에 나설 것인지는 분분명하다. 자유당의 수잔 레이(Sussan Ley) 부대표는 총리의 프레스클럽 연설 전날, “의회에서 이 법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무효화시키겠다는 약속은 언급하지 않았다.
레이 부대표는 이어 “우리(자유당) 입장은 3단계 세금감면이 지난 선거에서 호주 국민들에 의해 지지받은 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지난 선거에서 채택한 감면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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