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어린이들의 읽기 교육방식에 주목한 정책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는 최근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 ‘학생들이 읽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로 인한 개인적,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사진 : Lexicon Reading Centre
‘Grattan Institute’ 보고서, 경제적 손실 400억 달러 이를 것으로 추산
호주 학생들의 3분의 1이 학교에서 제대로 읽은 법을 배우지 못해 경제 전반에 400억 달러의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책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가 ‘Reading Guarantee’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말 내놓은 보고서는 이 문제를 “대학에서 인기 있는 교육 스타일을 고수함으로써 발생하는 ‘예방 가능한 비극’이라 하지만, ‘과학에 어긋나는’ 것이며 모든 주요 영어권 국가의 조사에 의해 불신을 받고 있다”고 제기했다.
보고서의 주 저자이자 동 연구소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나나 헌터(Jordana Hunter) 박사는 “보통 24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일반적인 호주 학교 교실에서 8명은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 ‘읽기 교육’ 실패로 인한 예상비용은 개인은 물론 경제적으로 매우 컸으며, 학생들은 능숙하게 읽을 수 없기에 학교에서 혼란을 겪거나 성인이 된 후에는 직장에서 실직 위험이 있고, 심지어 (범죄자가 되어) 수감될 가능이 더 높다고 결론지었다.
헌터 박사는 그 ‘손실’과 관련해 “보수적 재정 추정치(conservative financial estimate. 실제 비용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는 낮은 비용 추정)로는, 독서량 증가로 인한 생산성 이점을 포함하지 않은 ‘정말로 상당한 비용’(really significant cost)에 달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단어의 의미
추측하는 수준에 그쳐”
그라탄연구소는 이번 연구를 통해 도출인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을 “1970년대 대학 캠퍼스에서 지배적이 된 ‘whole language’(전체 단어와 구문을 파닉스-phonics- 방식이 아닌, 서면이나 인쇄물을 통해 학습하는 데 중점을 두는 읽기 및 쓰기 교육 방법)라는 교육 스타일의 등장”으로 판단했다.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학생들이 좋은 문학작품을 많이 접함으로써 숙달될 수 있는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인 과정이라는 철학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 방식 지지자들은 이것이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힘을 실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라탄연구소는 “이 방법은 학생들에게 단어의 의미를 ‘추측’하도록 맡겼고, 자녀들이 이를 따라잡도록 돕고자 부모들은 값비싼 등록금을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 년 간의 소위 ‘읽기 전쟁’ 이후 ‘whole language’는 ‘파닉스’(phonics. 발음 중심의 어학교수법으로 구어체 영어 단어의 소리를 개별 문자 또는 문자 그룹과 일치시키는 것을 포함하는 읽기 교육 방법)와 같은 다른 접근방식 요소를 통합했지만 그라탄연구소는 이것이 ‘가벼운 터치’(light touch)와 ‘과학적 권장사항에 어긋나는’(contrary to scientific recommendations) 상태로 남아 있다고 설명하면서 “학생 3명 중 1명이 책을 읽어야 할 수준에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라탄연구소는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이의 대안으로 ‘구조화된 문해’(structured literacy) 방식을 사용해 성공적으로 읽은 법을 배웠으며, 이 모델을 활용한 최소 90%의 학생은 읽기 능력이 능숙하게 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화된 문해’ 방식에는 음운론뿐 아니라 어린이의 두뇌가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방법에 대한 최신 과학을 뒷받침하는 교사 주도의 ‘명시적 교육’(explicit instruction)도 포함된다.
일부 학교에서의
‘파닉스’ 방식 외면 이유
그라탄연구소는 영국, 미국은 물론 호주 내에서도 ‘구조화된 문해’ 방식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실에서 이것이 적용되지는 않은 반면, 이를 수용한 학교의 학생들은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는 “1만여 개의 호주 학교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있으며 교육부 차원에서 ‘structured literacy’ 접근방식을 옹호하는 주(State)에서도 교사가 재교육을 받고 수업 준비된 수업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라탄연구소는 이번 연구를 통해 ‘파닉스’(phonics) 방식이 학생들로 하여금 성공적으로 읽는 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교수법이라고 제시했다. NSW 주에서는 4년 전부터 이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헌터 박사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교육적 성공을 위해 교사를 양성하는 데 있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가 여부”라는 점을 꼽았다.
이런 가운데 ‘Australian Literary Educators Association’ 대표이기도 한 웨스턴시드니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카티나 자미트(Katina Zammit) 부교수는 ‘whole language’라는 언어교육 방식 전체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보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그라탄연구소가 옹호하는 교수법으로 전환한 학교 시스템에서 일부 교사들은 그 방식이 너무 규정화되어 있다고 여긴다”면서 “이 방식으로 교육을 받는 어린이 가운데 일부는 읽기에 흥미를 잃거나 교육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미트 부교수는 “whole learning 방식이 모든 학생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실에서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참여도와 동기부여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읽기 교육방식 논쟁
약 4년 전, 당시 NSW 자유-국민 연립 정부의 교육부를 담당했단 사라 미첼(Sarah Mitchell) 장관은 ‘읽기교육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declared the reading wars were officially over). 그것은 ‘파닉스’(phonics)가 옳았다는 것이었다.
파닉스는 발음 중심의 어학교수법으로 구어체 영어 단어의 소리를 개별 문자 또는 문자 그룹과 일치시키는 것을 포함하는 읽기 교육이다, 가령 소리 k는 c, k, ck 또는 ch로 표기할 수 있는데, 학생들에게 글자의 소리를 혼합하도록 가르치면 익숙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은 단어를 소리 내어 해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교수법을 지지하는 이들의 의견이다.
미첼 장관의 선언 이후 NSW 주는 바로 파닉스, 즉 단어를 해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글자가 내는 소리를 가르치는 것을 기반으로 한 문해력 교육 전략(literacy strategy)을 채택했다. 이를 시행한 이후 1학년(Year 1) 학생들에게는 필수 파닉스 검사를 실시하며 킨더가튼에서 2학년까지의 문해력 커리큘럼의 읽기 수업에서는 파닉스를 의무화했다.
NSW 주 교육부의 이 같은 결정은 명시적 음성 교육이 읽기능력을 키우는 핵심이라고 믿는 이들, 반면 균형 잡힌 읽기 및 쓰기 또는 ‘whole learning’(전체적인 언어접근 방식)이어야 한다는 두 진영간의 수십 년에 걸친 치열한 논쟁 끝에 나온 것이다.
당시 NSW 미첼 장관의 결정, 즉 파닉스 기반 교육이 어린 학생들에게 읽기능력을 가르치는 더 좋은 방법이라는 증거는 3년 후에 나타났다. 2023년 5월, 글로벌 ‘Progress in International Reading Literacy Study’(PIRLS. 4학년 수준의 읽기 성취도, 수업과 관련된 학교 및 교사의 관행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국제 평가 및 연구 프로젝트) 결과가 파닉스 중심으로 전환한 NSW 주의 결정이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았음을 보여주었다.
주요 읽기 능력의 국제적 벤치마크이기도 한 2021년 PIRLS 결과에서 평가대상 국가 가운데 3분의 2 국가 학생들의 읽기능력이 하락한 결과를 가져왔지만 호주 4학년 학생들의 평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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