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고용 수치의 ‘충격적’ 급등으로 실업률이 3.7%까지 극적으로 하락했다. 반면 구인회사 담당자들은 공통적으로 향후 고용시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진은 시드니 도심, George Street를 오가는 사람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ABS 계절조정 자료, 1월 대비 지난달 고용자 11만6,000명 추가... 실업률 3.7%로
올들어 다소 상승했던 실업률 수치가 지난달(2월)의 충격적인 고용 증가로 지난해 9월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셋째 주, 통계청(ABS)이 발표한 계절조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이전 달(1월)에 비해 11만6,000명 이상 추가 고용에 힘입어 3.7%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 달 사이에만 11만6,500명 가까운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아간 것은 지난 2021년 11월, NSW 주 등의 팬데믹 봉쇄조치가 해제된 이후 보인 가장 큰 일자리 증가 수치이며, 전염병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면 기록상 최대 규모의 고용 규모이다.
2월의 0.8% 고용 증가는 또한 GST(goods and services tax)가 도입된 직후이자 시드니 올림픽으로 인한 관광산업 붐을 앞둔 2000년 7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일자리 성장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지난달 약 4만 명의 추가 고용이 예상되며 실업률은 4.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2022년 초 이래, 타이트한 노동시장으로 실업률이 3%대에서 머물다가 올해 1월 처음으로 4.1%로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2월 고용 수치는 강력한 반등이 아닐 수 없다.
ABS 노동통계국 비요른 자비스(Bjorn Jarvis) 국장은 “고용이 약 11만6,000명 증가하고 실업자 수는 5만2,000명 감소하면서 이처럼 낮은 실업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평균 일자리 증가,
인구성장에 못 미쳐
ABS의 고용 수치와 관련, 투자은행 AMP의 다이아나 무시나(Diana Mousina) 경제 연구원은 지난 3개월 동안 월 평균 2만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음을 언급하면서 ABS가 발표한 다른 데이터를 통해 호주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무시나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분기 인구 데이터를 보면 호주 인구의 연간 증가율은 2.5%(1952년 이후 최고치) 또는 60만 명 가까운 추가를 보였다”며 “순이주가 54만9,000명, 자연 증가 11만1,000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급격한 인구성장에 비해 일자리 증가는 크게 뒤쳐진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의 실업률을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ABS
커먼웰스 은행(CBA)의 벨린다 앨런(Belinda Allen) 연구원은 “호주 인구의 빠른 성장은 호주가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함을 의미한다”면서 “노동력 공급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매월 약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
서둘러 결정할 일 아니다”
이 같은 일자리 통계와 관련해 무시나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중앙은행(RBA)을 방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의 노동시장 강세는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할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올해 9월까지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8월까지 이자율이 내려갈 가능성도 80%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의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달리 많은 경제학자들은 첫 기준금리 인하가 11월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각 산업계 데이터는 이자율과 관련해 복잡한 그림을 보여준다. Judo Bank의 ‘Flash Purchasing Managers' Index’(Flash PMI. 경제 상승 또는 하락 추세를 측정하여 향후 상황을 평가하는 예비 지표)는 11개월 최고치인 52.4를 기록했는데, 이는 평균 수준보다 약간 낮은 수치로, 비즈니스 활동이 확대되고 고용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은행 경제학자인 워렌 호건(Warren Hogan)과 매튜 드 파스칼(Matthew De Pasquale) 연구원은 “지난 7개월에 비해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기업들이 3월까지 직원 수를 계속해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런 반면 기업 지불연체 및 채무 불이행을 모니터링하는 신용감시기관 ‘CreditorWatch’는 우울한 그림을 그린다. 이 회사의 아네케 톰슨(Anneke Thompson) 선임연구원은 “호주 경제의 많은 부분이 심각한 압박을 받는 징후가 있다”며 “현재 CreditorWatch의 비즈니스 위험 지수는 2023년 전체 및 올해 초까지의 추세상, 청구서의 평균 가치가 하락하는 등 중소기업 부문(small-to-medium enterprise sector)의 상황이 크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연장자들로 인한
일자리 수치 ‘왜곡’ 가능성도
ABS는 지난달(2월)의 ‘일자리 급증’에 대해 지난 12월과 1월에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larger-than-usual number of people)이 일을 시작하거나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를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실업자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호주 고용시장의 근본적인 건전성은 아마도 6개월 연속 3.8%로 꾸준하게 유지된 실업률 추세에서 잘 드러난다.
투자은행 AMP의 다이아나 무시나(Diana Mousina. 사진) 경제연구원. 그녀는 일자리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근래의 빠른 인구성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화면 캡쳐
자비스 노동통계 국장은 “추세적으로 보면 고용 증가율은 2023년 3월 이후 둔화되었다”면서 “근무시간 증가율도 2022년 9월 이후 감소했고, 2023년 7월 이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추세 데이터에서 볼 수 있는 이 같은 근본적 성장률 둔화는 2022-23년 동안, 특히 타이트한 노동시장에 의한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인력 채용 회사들은 고용시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구인회사 ‘Robert Half’의 앤드류 브러시필드(Andrew Brushfield) 대표는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의 회복기, 즉 2022년 들어 전반적으로 다시 성장할 상황을 가정해 과도하게 고용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현재 우리는, 많은 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적절하게 조정하고자 2022년에 초과 고용된 수치를 검토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부 근로자들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일자리를 일기 시작했음도 언급하면서 “단지 자동화로 인해 불행하게도 직장에서 나와야 하는 이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는 많지만
반드시 ‘좋은 곳’은 아니다”
또 다른 구인회사 ‘Frazer Jones’의 파트너인 안젤라 프랭크스(Angela Franks)씨는 현재 직업을 찾고 있는 이들이 적어도 사무직 일자리를 찾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며 “올해 첫 3개월은 정말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해고되는 것을 보지만 이들은 지난해보다 더 빨리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녀의 말이다.
구인구직 회사 ‘Indeed’의 칼럼 피커링(Callam Pickering) 등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고용시장이 극적으로 약화되는 증거가 있다고 진단한다. 피커링 연구원은 “올 2월 정규직(full-time) 고용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전체 풀타임 근로자 일자리는 전체 고용증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호주 경제는 여전히 엄청난 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아마도 팬데믹 회복 초기에 보았던 것처럼 양질의 일자리는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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